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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대여는 불법이지만 환수는 불가능...대법원 판결 논란

발행날짜: 2019-07-09 06:00:56

대법원, 1인 1개소법 위반 이어 대여 운영도 환수 처분 취소 판결
"의료인이 진료했다면 급여비는 줘야" 사실상 판례로 굳어져

1인 1개소법을 어겼어도 진료비 환수는 재량권 남용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에 이어 명의 대여 또한 같은 이유로 환수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1인 1개소법을 위반하거나 명의를 대여해 의료기관을 운영했다해도 진료비를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신용불량 상태에 빠져 다른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운영하다가 환수 처분을 받은 A원장이 처분의 부당함을 물어 제기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했다.

8일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11년 A원장이 B원장의 명의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병원을 운영하고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또 다른 C원장의 이름으로 병원을 운영하다가 적발되면서 시작됐다.

A원장이 설립 자금 모두를 냈다는 점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명의 대여를 통한 의료기관으로 판단했고 B원장에게 2억 3825만원여를, C원장에게 4억 169만원여의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을 내렸다.

의료법 제4조 제2항에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불법 행위로 인한 부당 청구라는 것이다.

그러자 B, C원장은 즉시 이에 대한 이의신청을 했지만 모두 기각됐고 결국 소송으로 구제받고자 했으나 1, 2심 법원 모두 이를 들어주지 않았다.

병원의 설립자금은 물론 재무 관리와 운영, 채용까지 모두 A원장이 진행했다는 점에서 B, C원장은 단순히 명의를 빌려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1, 2심 법원의 결론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비록 명의를 대여해 운영했다고 인정된다 해도 요양급여는 의료인이 진료를 한 행위에 대한 비용인 만큼 이를 환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증거들을 볼때 A원장이 이 병원의 개설 자금을 전부 부담하고 인사와 재무관리를 전담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B, C원장의 명의로 된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했다고 인정된다"며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의료인이 건강보험 가입자 등 환자를 치료하고 받은 요양급여비를 환수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의료법 4조 2항을 위반한 것은 분명히 인정이 되지만 의료인이 직접 환자를 진료하고 비용을 받았다는 점에서 국민건강보험법 57조 1항의 부당청구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최근 무너진 1인 1개소법에서 드러난 대법원의 판단과도 일치한다.

당시에도 대법원은 1인 1개소법을 위반한 네트워크의원이 분명하게 의료법을 위반했지만 그 이유만으로 의료인이 행한 행위에 대한 댓가인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의료인이 명백하게 허위나 부당청구를 하지 않은 이상 의료법 위반 혐의로 국민건강보험법상의 급여 비용을 건드릴 수는 없다는 결론이다.

결국 대법원의 이러한 일련의 확정 판결들로 의료법을 위반해 설립되거나 운영된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의료인이 실제 진료를 한 부분에 대해서는 환수를 할 수 없다는 판례가 굳어진 셈이라는 점에서 향후 진료비 환수를 둘러싼 소송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