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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 백신 맞으러 한국 가자...중국 등 해외환자 몰려

발행날짜: 2019-07-17 17:59:02

강남권 피부 미용 개원가 이어 대학병원까지 유치전 가세
2~3회 접종 기간 노린 건강검진, 스케일링 등 패키지 경쟁

의료 한류의 핵심인 피부와 미용시장에 이어 자궁경부암 백신이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한 효자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중국 등을 중심으로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강남권 개원가를 넘어 대학병원들까지 이를 활용한 수익 제고 방안을 마련하며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

17일 병원계에 따르면 최근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이를 활용한 해외 환자 유치 상품을 기획하는 의료기관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통적으로 해외 환자 유치의 핵심이었던 강남권 피부 비용 시장을 중심으로 잇따라 자궁경부암 패키지가 등장하고 있는데 이어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으로 확대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강남의 피부미용 네트워크의원 대표원장은 "2~3년전부터 해외 환자 유치 중계회사로부터 현지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왔다"며 "이미 중국 등에서는 한국에 와서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가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는 피부 미용 시술을 받으러 왔다가 자궁경부암 백신도 맞는 수순이라면 이제는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는 김에 피부 미용 시술을 하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며 "패키지 상품이 급작스레 늘어난 것도 같은 이유"라고 전했다.

하지만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이 다국적 제약사 제품이라는 점에서 이미 중국에서도 같은 제품을 맞을 수 있는 이유다.

실제로 자궁경부암 백신은 MSD의 가다실과 GSK의 서바릭스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실상 두 제품이 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짜피 우리나라에서도 비급여로 백신을 맞아야 하는 상황에서 굳이 한국을 찾아 백신을 맞는 이유가 뭘까. 의료진들은 신뢰도의 차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대표원장은 "중국 환자들이 필수로 꼽는 것이 바로 언박싱(unboxing)이다"며 "자신이 보는 앞에서 의사가 직접 봉인된 상품을 개봉하고 확인시켜 주는 절차는 중국 환자를 유치하는 기관이라면 필수적인 코스"라고 말했다.

대학병원에서 자궁경부암 패키지가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해외 환자의 양대 축인 중국과 러시아 환자들이 보다 높은 신뢰도에 기대 대학병원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A대학병원 국제협력 담당 교수는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중국 환자들은 아무리 다국적 제약사 제품이라해도 자국내에 유통되는 백신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높다"며 "우리 병원에 오면서도 에이전시를 통해 반드시 교수가 직접 개봉되지 않은 정품임을 보여주고 자신 앞에서 개봉해 주사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를 전제로 10만원에서 20만원이라도 추가 금액을 더 내겠다는 환자가 대부분"이라며 "병원에서도 이를 활용한 유치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대학병원은 자궁경부암 백신을 통한 해외 환자 유치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위해 별도의 TF팀을 꾸려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

이미 진행하고 있는 자궁경부암 백신+건강검진, 자궁경부암 백신+스케일링 등을 넘어 차별화된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자궁경부암 백신은 일회성이 아닌 2~3회의 접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두세번의 추가적인 상품을 더할 수 있다는 것도 이러한 경향에 한몫하고 있다.

이 교수는 "대학병원이 무슨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돈을 버느냐는 비판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등으로 이미 의료수익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환자는 가뭄의 단비같은 존재"라며 "계속해서 바뀌는 해외 환자들의 수요를 따라가기 위한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