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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제 조절은 의사 재량...표준용량 벗어나도 처벌 불가

발행날짜: 2019-07-18 11:44:33

서울고법, 프리세덱스 투여 과실 유가족 주장 모두 기각
"투약 당시 환자의 신체 상태와 의사의 의학적 판단 인정해야"

수술을 위한 진정제 투약시 표준 요법과 권장 용량이 있다 하더라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이를 조절한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비록 환자의 상태가 악화됐다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의사의 처방을 문제삼을 수는 없다는 결론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수술 후 뇌손상으로 사망한 환자의 가족들이 의사의 처방에 대한 과실을 물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요구를 모두 기각했다.

18일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15년 환자 A씨가 오토바이 운전 중 사고를 당해 B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의료진은 검사를 통해 우측 상부 경골관절구와 비골 복합골절 및 좌측 상완골 골절을 진단했고 진정제인 프리세덱스 1엠플을 시간당 120cc속도로 투여하다 5분 후 이를 중단했다.

하지만 프리세덱스 투여 전에는 분당 135회 정도이던 맥박은 투여를 중단하자 114회로 떨어졌고 그로 부터 5분 후에는 분당 65회까지 떨어지면서 심정지 상태까지 이르렀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심폐소생술 등을 통해 환자를 소생시키는데 성공했지만 결국 몇일 후 심정지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 등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그러자 환자의 유가족들은 프리세덱스를 표준 용량보다 적게 사용하고 투여 시간 또한 지키지 않아 환자가 악화됐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

프리세덱스의 약품 설명에 따르면 성인의 경우 진정 상태를 위해 10분간 1mcg/kg이 개시 용량으로 정해져 있고 유지 용량은 시간당 0.61mcg/kg인데도 의료진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표준 용량이 있다 하더라도 당시 의사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약품 설명에 정해진 개시 용량인 140mcg보다 훨씬 적은 양인 40mdg를 투여했고 시간도 5분이라는 단시간에 그쳤다가 중단한 사실은 인정된다"며 "또한 프리세덱스를 빠르게 정맥 주사할 경우 서맥이나 심정지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감정촉탁결과 프리세덱스의 진정 개시 용량인 '10분간 1mcg/kg의 의미는 빠르게 투여할때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천천히 투여하라는 의미"라며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는 의사가 조절할 수 있는 인자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환자가 교통사고로 인해 다발성 골절로 신체 상태가 불안정했던 만큼 의사가 이를 감안해 권고 용량보다 더 느린 속도로 프리세덱스를 주입했고 예상보다 빨리 진정 상태에 도달해 중단했다면 이를 과실로 볼수는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마찬가지로 프리세덱스를 투여한 뒤 저혈압, 서맥등이 나타났고 맥박이 더 떨어지면서 심실빈맥이 관찰됐지만 이는 약물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교통사고로 인해 횡문근융해증이 진행돼 저산소증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의사의 투약 오류를 주장하는 원고의 요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