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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조국 딸 제1저자' 논란에 들끓는 이유는

발행날짜: 2019-08-24 06:00:57

전공의들 "당직서며 힘들게 논문 쓰는데 상대적 박탈감"
의대교수들도 부글부글 "의사라는 직업적 자존심에 상처"

11년전, 조국 법무부장관의 딸이 한영외고 시절 인턴십 프로그램을 두고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의사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포인트는 고등학생이 당시 SCI급 학술지인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한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다.

특목고, 대학 입학 과정에서의 의혹은 갑론을박이 있지만 논문 제1저자라는 점은 뒤집을 수 없는 '팩트'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선 전공의 등 젊은의사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고 얘기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단국대학교 논문 중 일부
23일 익명을 요구한 한 전공의 4년차는 "당직 등 빡빡한 수련일정 속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논문을 쓰느라 정신이 없는데 고등학생이 2주만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었다"고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매일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마주하면서도 논문 주제를 잡기까지 수일 혹은 수개월이 걸리고 또 조사과정에서 주제를 바꿔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십상.

즉, 대부분의 전공의 등 일선 의료진들이 논문 한편을 완성하려면 시간과 노력 그리고 열정을 쏟아부어야 하고 그래도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할 정도로 쉽지않은 과정이다.

이를 고등학생이 인턴십 프로그램이라는 명목으로 참여해 제1저자가 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공통된 정서다.

또 다른 전공의는 "정치적 이슈에 휘말리고 싶지않지만 제1저자 논란은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논문 준비에 밤을 새우며 애를 쓰는 전공의들에겐 민감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동료들이 앞서 다양한 논란과 의혹에 대해서는 '조금 이상하지만 지켜보자'라는 입장이었지만 논문 제1저자 소식에는 허탈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모 대학병원 펠로우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펠로우들도 교수로부터 아이디어를 논의하면서 논문 주제를 잡는데 고등학생이 SCI급 논문의 제1저자라니 할말을 잃었다"며 "헛웃음만 나올 뿐"이라고 전했다.

현직 의과대학 교수들도 정치색을 떠나 논문 출판윤리를 바로잡는다는 차원에서도 명확하게 짚어야할 사안으로 보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초대 원장인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자신의 SNS를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단국대 논문은 37명의 환아와 54명의 정상 신생아(총91명)에서 혈액을 채취해 수행한 실험한 내용으로 기관생명윤리위(IRB) 검증 항목을 조목조목 짚었다.

허 교수가 제시한 검증 사항은 총 5가지. 단국대병원에 제출한 연구계획서, 총 91명 신생아 부모의 동의서와 함께 연구계획서에 해당 학생이 연구자로 등록돼 있는지 여부, 과거 승인을 받았다고 하는 윤리위 승인 절차, 윤리위가 고등학생을 자격을 갖춘 제1저자로 승인했는지 여부 등이다.

이를 두고 모 대학병원 교수는 "개인적으로 정치에 관심없다. 다만 당직에 밤샘 연구를 하면서도 의사라는 직업적 자존심하나로 버텼는데 이번 단국대 논문 건은 의사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며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논문의 책임저자인 단국대 소아청소년과 장모 교수를 윤리위원회 회부키로 결정한 데 이어 대한의학회는 단국대학교와 대한병리학회에 이번 논란의 경위를 밝힐 것을 권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