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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침 따랐던 간경변 위험 지표 한국 기준 나와

발행날짜: 2019-08-27 06:00:58

순천향대 장재영 교수팀 간정맥 압력차 13-20mmHG 제시
미국·유럽 지침 대비 정확도 우수…간세포암 예측율 향상 기대

미국과 유럽 가이드라인에 맞춰 적용하던 간경변 환자의 위험 예측 지표를 국내 연구진이 코호트를 활용해 한국형 기준을 새롭게 정립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가이드라인이 한국 환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동시에 효율적인 기준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가이드라인 개정 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순천향대 의과대학 소화기내과 장재영 교수팀은 국내 간경변 환자의 예후와 간정맥 압력차 지표에 대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진행하고 26일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결과를 게재했다(doi.org/10.3346/jkms.2019.34.e223).

연구진은 순천향의대를 비롯해 4개의 대학병원에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간경병 치료를 받은 1025명의 환자들을 28.5개월 동안 추적 관찰했다.

또한 이들이 치료시 측정한 간정맥 압력차(HVPG) 지표를 바탕으로 간경변의 예후를 분석했다.

문맥 고혈압은 혈액 압력차로 인해 문맥 내의 저항이 높아지는 증상으로 간경변 환자의 예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이로 인해 최근 문맥고혈압을 간정맥 압력차로 측정해 진단과 위험성 평가, 약물 치료 반응율, 간세포암 발병율 예측 등에 활용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렇듯 간정맥 압력차에 대한 기준과 지표에 대한 연구들이 미국과 유럽에서만 이뤄지면서 우리나라 의학계도 이러한 지표를 그대로 차용해 활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우선 지금까지 표준 지표로 활용된 10-16mmHg 기준선과 연구진이 경험적 가설로 내세운 13-20mmHg 기준선을 놓고 비교 대조 실험을 진행했다.

1그룹은 전통적 표준 지표인 6–9, 10–12, 13– 16, 17–20, >20 mmHg의 기준으로 환자를 배정하고 2그룹은 6–12, 13–20, >20mmHg으로 나눠 임상적 특성을 비교한 것이다.

그 결과 1그룹, 즉 미국과 유럽의 가이드라인의 예측율은 4~6%에 불과했다. 이러한 기준이 우리나라 환자들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새로운 지표를 적용한 2그룹은 달랐다. 그룹내에 6-12, 13-20, 20mmHg 이상으로 나눈 환자군에서 생존율이 96.6%, 84.1%, 75.3%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과 유럽의 기준으로는 사망률 등을 예측하기 힘들지만 연구진에 새롭게 내놓은 기준으로는 사망률을 유의미하게 예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망률 위험도도 마찬가지였다. 1그룹의 기준으로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간정맥 압력차를 13-20, 20mmHg 이상으로 나누자 사망 위험이 각각 2배 및 4배가 증가했다.

또한 Cox 회귀 모델을 활용해 혈청 알부민, 혈청 나트륨, CP 클래스 및 HS-2를 고려한 다변량 분석에서도 모든 지표에서 연구진이 제시한 기준이 사망률 예측 지표 라는 것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새로운 기준에 맞춰 간정맥 압력차를 분류하는 것이 우리나라 간경변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최초의 연구"라며 "또한 저알부민혈증 등의 예후를 예측하는데 독립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 기준을 차용하던 간정맥 압력차 지표에 대해 우리나라 연구진이 한국 환자들에게 맞는 기준을 새롭게 설정하고 이에 대한 효용성을 증명하면서 향후 가이드라인 개정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JKMA 김상균 논문편집위원(순천향의대)은 "지금까지 문맥고혈압과 관련한 연구들은 미국과 유럽 연구에만 의존해 왔다"며 "특히 사망률을 예측할 수 있는 기준값에 대해서는 연구조차 희박한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통해 미국과 유럽을 통해 정립된 과거 기준이 아닌 새로운 기준값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추후 간정맥 압력차 지표에 대한 임상적 의미에 대한 추가 연구가 이어진다면 더욱 의미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올해초 부산에서 열린 대한간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공개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