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대응TF 박홍준 위원장 "불확실성·부정확성 높다" "방문간호사가 개입해 처방전 오가는 원격진료, 불법적 요소 많다"
"전후좌우가 보이지도 않는 '원격의료'라는 네 글자로만 포장된 제도다. 원격진료는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 박홍준 부회장(서울시의사회)은 10일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규제개혁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원격진료'에 대해 이처럼 단호히 말했다. 의협은 지난달 '원격의료대응TFT'를 구성했다. 박 부회장은 위원장을 맡았다.
원격의료대응TFT의 첫 임무는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의료취약지 의료지원 시범사업'의 방향성을 마련하는 것이다.
해당 사업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으로 격오지에 있는 거동이 불편한 만성질환자를 방문간호사가 찾아가 보건소나 보건지소에 있는 공중보건의사와 원격으로 진료를 한다는 게 주내용이다.
전라북도의사회가 처음 문제를 제기했지만 지역 한 곳의 문제가 아님이 확인되면서 의협이 나서게 됐다.
어디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실태부터 파악하는 게 급선무인 만큼 TFT는 의협 산하 의사단체에 관련 공문을 보내고 의료취약지 의료지원 시범사업의 추진형태 및 현황에 대한 결과를 취합하고 있다.
시범사업 시작 시기부터 시범사업 형태까지 구체적으로 묻고 있다. 원격 진료를 시행할 때 일어나는 의료 행위 범위도 질문 항목에 들어있다.
박홍준 위원장은 "원격의료는 진료가 아니고 모니터링 등 진료를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진료를 대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지자체가 추진하는 시범사업은 방문간호사를 통해서 원격진료를 한다는 것"이라며 "원격지 의사와 현지 의사가 서로 의료 정보를 주고받으며 진료를 하는 게 아니라 방문간호사 등 제3자가 중간에 있고 처방전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불법적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지자체가 추진 중인 '의료취약지 의료지원 시범사업'은 인기를 끌기 위한 선심성 사업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사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 상황에서 원격진료가 어느 정도까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논의가 되지 않았다"라며 "원격진료 후 좋지 않은 결과가 일어났을 때에는 원격진료 의사가 그 책임을 다져야 하는데 지자체는 공보의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격진료는 대면진료보다 불확실성, 부정확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매일 먹는 약을 타가는 환자더라도 직접 보고 이야기를 해봐야 약을 변경할지, 추가 검사가 필요할지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모니터 앞에서 하는 진료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격의료대응TFT는 구성 후 약 보름 사이에 회의를 두 차례나 갖고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했다.
박 위원장은 "우선 지역의사회 차원에서도 의료취약지 의료지원 시범사업 현황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 파악이 급선무"라며 "20일을 전후로 취합된 현황을 분석해서 구체적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공보의가 중심에 있기 때문에 이들이 법적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