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1000병상 규모의 A대학병원 내과 과장. 최근 내과 3년제 전환 이후 2020년 전공의 3년차, 4년차가 동시에 빠져나가면서 당직 근무 스케줄을 짜고 있다.
#수도권 B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다음달부터 응급실 콜을 직접 받으라는 지령을 받았다. 기존 전공의 정원 중 절반이 빠져나갈 것을 고려한 병원 측의 지시였다.
내과가 3년제 전환으로 마지막 진통을 겪고 있다. 현재 내과 전공의 3, 4년차가 동시에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을 동시에 치르기 때문이다.
3,4년차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가는 오는 12월부터 신규 전공의 근무 이전인 내년 2월까지 약 3개월간이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가장 큰 변화는 절대적인 전공의 수 감소에 따른 교수 당직제. 내과는 외래는 물론 응급실, 병동 환자 케어까지 감당해야 하는 만큼 2개년차의 공백을 채우는데 전임의는 물론 시니어 교수까지 총동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내과는 응급환자 시술을 필요로 하는 순환기내과 교수 이외 내과는 당직은 사실상 없었다. 하지만 당분간 대부분의 내과 수련병원에서는 시니어 교수까지도 당직과 더불어 응급실 콜을 직접 받아야 한다.
특히 주목한 부분은 내과 교수의 당직제가 지방 수련병원에서 수도권까지 확대, 전국적인 현상으로 확산됐다는 사실이다.
모 수련병원 교수는 "지난해 우스갯소리로 이러다가 내과 과장 이하 모든 교수가 당직서는 게 아니냐고 했는데 현실이 됐다"며 "장기적으로 교수들의 업무로딩이 강화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더 문제는 내년도 신규 전공의가 들어오더라도 기존 대비 1년차 정원은 감소한 상태. 그 빈자리를 입원전담전문의가 채우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내과 교수들의 당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A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현재 병동과 응급실에 각각 5명, 3명 입원전담전문의 채용공고를 내고 기다리고 있는데 단 한명도 지원자가 없다"며 "이 상태라면 내년 이후로도 당직을 해야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B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전공의는 당직 이후 오프가 가능하지만 교수는 당직 다음날 오전 외래진료에 들어가야 한다"며 "소화기내과의 경우 시술에 들어가야하는데 자칫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우려했다.
대한입원전담전문의협의회 김준환 홍보이사(서울아산병원)는 "작년 대비 전공의들의 문의는 늘었지만 실제 채용으로 이어질 것인가는 의문"이라며 "현재 3, 4년차가 빠져나갈 이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대비하지 못한 병원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책상에 앉아서 입원전담의를 기다릴 게 아니라 교수가 먼저 나가갈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내년 신규 전공의를 채용한 이후로도 내과 교수 당직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의료현장의 우려에 대해 대한내과학회 엄중식 수련이사는 3년제 전환에 따른 진통으로 감수해야할 부분이라고 봤다.
그는 "내과 3년제 시행은 이미 몇년 전부터 시작해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고 본다"며 "올 겨울, 한시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신규 전공의를 채용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내과는 이미 전공의는 교육받을 대상으로 전환, 역량중심 수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 정도를 감당할 수 없다면 수련병원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