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1000여명 내과 의사가 쏟아질텐데 갈곳 없으면 어쩌나 싶죠."(수도권 A대학병원 내과 전공의 3년차) "오갈 때 없으면 어디라도 가야죠."(경상권 B대학병원 내과 전공의 4년차)
내과 3년제 전환으로 2020년, 내과 전공의 3년차와 4년차가 동시 배출 시점이 다가오면서 전공의들의 취업에 대한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메디칼타임즈가 일부 수련병원의 내과 전공의를 대상으로 향후 진로에 대한 고민과 계획을 들어본 결과 상당수가 대학병원 펠로우 지원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일부는 입원전담전문의를 지원하겠다는 전공의도 있었지만 아직은 일부에 그쳤다. 다만, 펠로우 경쟁이 치열할 경우에는 1~2년간 단기로 입원전담전문의로 근무할 생각은 있다고 했다.
내과 전문의 자격 취득후 선택지는 크게 4가지. 개원, 봉직의, 전임의 및 펠로우, 입원전담전문의 등으로 나뉜다.
일단 개원은 최근 경영난이 극심해지면서 전문의 취득 직후 개원은 사실상 사라졌다는게 전공의들의 전언. 다음으로 봉직의도 최우선 고려대상이 될만 하지만 이 또한 세부전문의 자격이 필수조건으로 '경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바로 취업은 어려운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펠로우 및 전임의 과정이 필수코스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3년차 내과 전공의는 "최근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내과의사를 채용할 때 세부전문의 경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펠로우 과정은 필수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상당수 전공의가 펠로우로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병원에 취업해 대장 내시경을 하려고해도 일정 기간의 펠로우 기간을 요구하는게 일반적"이라며 "그나마 소화기내과는 2년 정도지만 관상동맥조영술 등 순환기내과는 4년정도는 추가로 수련을 받아야 인정을 받는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입원전담전문의도 또 하나의 취업 통로로 떠오르고 있다.
모 수련병원 내과 전공의는 "실제로 병원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선배를 마주하고 있는데 근무환경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진지하게 진로선택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기끼리 함께 입원전담전문의를 지원하기로 얘기하고 있다"며 "다수는 아니겠지만 일부는 지원을 할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큰 대세로 자리잡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전반적인 여론이다.
수도권 대형 수련병원 한 전공의는 "솔직히 내년에는 내과 전문의가 쏟아지면 갈곳이 마땅치 않아질 수 있어서 그 대안으로 입원전담전문의를 택하는 이들도 다수 있다. 하지만 그중 상당수 1년후 다시 펠로우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한내과학회 엄중식 수련이사(길병원)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상당부분 '시장'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일부 혼란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봤다.
그는 "내과 전문의가 쏟아지는 초기에는 선호하는 분야에 몰려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지만, 결국 시장의 논리에 의해 정리가 될 것이라고 본다"며 "생각보다 수련병원 이외 상당수 병원에 내과 전문의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내과 전문의 수요가 과소평가된 상태"라며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만 쏠림현상이 있을 뿐 지방은 여전히 내과전문의 인력난이 극심하다"고 덧붙였다.
엄 수련이사는 2020년 입원전담전문의가 새로운 직업으로 정착할 수 있는 시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일부는 지방으로 이동하고 또 일부는 입원전담전문의를 택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
그는 "당분간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한번쯤은 겪어야하는 변화"라며 "결국에는 정리가 될 것이라 본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개원가에도 직접적인 변화를 보이는 것은 2~3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병원계도 즉각적인 변화보다 점진적 변화를 예상했다.
올해로 개원 20여년째를 맞은 한 중소병원장은 "일부 지방의 경우 의료기관이 없다보니 전문의 취득후 바로 개원할 수도 있지만 수도권에서는 쉽지 않아 펠로우 지원 경쟁이 치열해줄 수 밖에없다"며 "봉직의 급여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다만 내년 배출되는 내과 전문의들이 즉각, 개원 및 봉직의로 뛰어드는게 아닌만큼 의료현장의 급격한 변화는 2년 전후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