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식 교수, 전문의 시험 준비 관행 두고 작심발언 쏟아내 뒷짐 진 복지부도 비판…전문과목학회·대전협 등 참여한 포럼 제안
"내과 전공의 진료 공백 문제를 제기하기 이전에 전공의들 스스로 규율에 맞춰 근무하고 있는지부터 얘기해보자."
최근 내과 전공의 3, 4년차가 동시에 빠져나간 이후의 진료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한 대한내과학회 엄중식 전 수련이사의 일침이다.
전공의법 이후 병원도 교수도 크게 바뀌고 있는데 전공의들은 전문의 시험 준비기간을 갖는 관행은 계속 이어가면서 병원만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그는 수련이사 임기를 마친 직후 메디칼타임즈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솔직히 말해보자. 일부 수련병원 내과 3, 4년차 전공의들은 이미 정상근무를 하지 않는다. 윗년차가 규율대로 근무하면 지금 우려하는 진료 공백이 안생긴다"고 말했다.
규율에 따르면 전문의 시험 직전까지 정상 근무를 하고 시험 직후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현재 의료계 내부에선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가는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를 '마의 3개월' 기간으로 보고 있지만, 윗년차 전공의가 규율에 따라 근무하면 사실 우려하는 수준의 공백은 발생하지 않아야 정상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정해진 휴가 일수에 따르면 여름휴가를 다녀온 경우 5주, 휴가를 다녀오지 않았을 경우 4주 정도의 공백이 발생한다"며 "이는 환자를 줄이거나 전문의 당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봤다. 이 정도를 감당할 수 없는 수련병원은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전공의 스스로 수련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파업 등을 통해 실력행사를 해라"고 덧붙였다.
엄 전 수련이사는 복지부를 향해서도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내과 3년제를 승인했으면 그에 대한 복안이 있어야 하는데 '나 몰라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료현장은 난리인데 복지부는 대책이 없다. 학회의 손발은 다 묶어놓고 권한도 안주면서 어쩌란 말이냐"라며 대책이 없는 정부를 향해 일침을 날렸다.
그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으로 전공의 교육수련과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 혹은 포럼 운영을 제안했다.
앞서 감염관리 분야도 3년간 감염관리 포럼을 진행한 이후 현장 적용을 준비하던 찰나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포럼에서 논의한 상당한 내용을 정책으로 반영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
그가 말하는 포럼이란, 복지부가 주도하고 각 전문과목 학회와 전공의협의회 등이 참여해 각자 분야에서 입장을 내고 대안을 모색하는 장. 그는 "짧으면 5년, 길면 10년 정도의 긴 호흡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수련환경평가위원회도 조직이나 인력은 병원협회에서 일부 지원을 받는 한계점이 있다"며 "이런저런 논의를 위의 언급한 포럼을 통해 충분히 논의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련도 현재처럼 인턴 1년에 전공의 3년으로 갈지 혹은 전문과목별로 더 개선된 방안은 없는지 등을 한자리에서 논의했으면 하는데 쉽지 않다"며 "이 또한 복지부가 의지를 갖고 나서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