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대한의학회 빠진 새로운 행사…'국민 참여'에 방점 "홍보 부족" 한목소리 비판…후원금 급감으로 예산도 부족
'의학과 문화의 만남'을 주제로 열린 제36차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 '국민 참여'를 처음으로 시도했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지만 학술대회 시작부터 끝까지 곳곳에서 미숙함을 드러내며 3일간의 축제를 마무리 지었다.
의협은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제36차 종합학술대회를 열었다.
정관 개정 후 2년 만에 열린 학회…의학회 빠지다
행사 준비도 순탄치 않았다. 의협은 2017년 열린 정기대의원총회에서 3년마다 종합학술대회를 개최한다는 정관 조항을 삭제하고 학술대회 개최 여부를 종합학술대회 조직위원회가 유연하게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2년 만에 학술대회가 열렸다. 학술대회 개최에 중심 역할을 했던 대한의학회도 빠졌다. 일단 최대집 집행부 학술위원회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1년마다 학술대회를 열기로 했다.
기존에는 대한의학회 회장이 학술대회 준비위원장을 맡으며 종합학술대회 개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나 장성구 회장이 맡으면서부터 의학회는 빠졌다. 장 회장은 종합학술대회 개회식에 참석해 축사만 했다.
의협은 온전히 행사 기획부터 진행까지 모두 도맡았다. 준비위원장도 박정율 부회장과 박홍준 회장(서울시의사회장)이 공동으로 맡았다. 박정율 부회장이 학술 분야를 중점적으로 기획했다면 박홍준 회장은 문화 프로그램 기획에 신경을 썼다. 실제 서울시의사회에서 진행했던 경험이 많이 반영됐다.
행사 방향도 '학술'보다는 '축제'에 방점을 뒀다. 학술 분야는 의협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의사면허관리국 신설, 의학 교육에 한정돼 있었다.
의협 관계자는 "실질적인 학술대회 준비는 예산이 편성되는 4월 정기대의원총회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봐도 된다"며 "3년마다 학술대회를 할 때는 2년 전부터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사실상 학술대회를 본격적으로 준비한 것은 6개월도 채 안 되는 셈"이라며 "준비하면서도 학술에 중점을 두자, 문화행사를 하자는 걸로 말이 많았다"라고 털어놨다.
3분의1로 줄어든 예산…후원금 모집도 난항
3년마다 열리던 학술대회를 1년에 한 번씩 열기로 한 만큼 예산도 3분의1 토막 났다. 20억원 이상 들어가던 예산이 올해는 6억여원에 그쳤다. 특별회비와 학술대회 후원금 비중은 6대1 수준이었다. 학술대회 후원금도 약 60곳에 제안 이 중 약 33곳만 공식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나은행이 3000만원으로 가장 큰 금액을 후원했고, 제약사 및 의료기기 업체 중에서는 안국약품이 1600만원으로 가장 많은 비용을 냈다.
한 의사단체 관계자는 "사실 의협은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학술대회를 연다고 하면 제약사들이 앞다퉈 후원을 한다고 해도 부족할 것"이라며 "심지어 국민과 소통을 내걸었는데 후원금 모금 명분은 충분함에도 모금액이 1억원 수준에 그쳤다면 보건의료산업에서 의협의 위치를 가늠해볼 수 있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의협은 공정경쟁규약으로 인한 한계라고 해명했다.
학술대회를 준비한 의협 임원은 "학술대회 총예산과 상관없이 후원금을 너무 많이 받으면 공정경쟁규약에 위배된다"며 "후원금을 너무 받아 돈을 남겨도 문제가 된다. 해마다 특별회비로 1만원씩 받고 있으니 그동안 쌓인 회비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협 관계자도 "실질적으로 학술대회를 준비하는 시간이 6개월 정도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후원금을 요청하다 보니 이미 한해 예산 편성이 끝나 지원이 힘들다는 응답을 많이 받았다"며 "사실 후원금 요청도 제한적이었다"고 털어놨다.
의사는 물론 시민도 호응 잠잠…"첫 시도에 의의"
의협은 새로운 시도라며 학술과 문화의 접목을 꾀했지만 의사는 물론 주요 타깃으로 한 일반 시민도 크게 호응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홍보가 부족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됐다.
의협에 따르면 행사 3일 동안 진행한 의사면허관리, 의학교육, 회원을 위한 연수교육 등에는 사전등록을 포함 총 1200명의 의사가 참여했다.
2017년 열린 35차 종합학술대회에는 사전등록 인원만 3700명이 참여한 것을 봤을 때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다. 인기 있는 의사회나 학회 학술대회에도 참가 인원이 1000명을 훌쩍 넘기는 일은 다반사다.
일반인에게 의대생과 전공의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영 닥터스 토크(Young Doctor's Talk)' 프로그램은 참여자가 적어 아예 취소되는 일도 벌어졌다.
경기도 한 중소병원장은 "의협이 학술대회를 하는지도 사실 몰랐다. 주변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며 "홍보가 미흡했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한 지역의사회 임원도 "외국 연자만 초청해 영어로만 이야기하면 크게 열리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DDP가 유동성이 적은 곳도 아닌데 정작 행사장에는 사람이 없었다. 홍보가 너무 안됐다"라고 꼬집었다.
배너나 포스터도 따로 배치되지 않아 행사장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불만도 쏟아져 나왔다.
한 지역의사회 임원 역시 "평소 관심 있었던 다빈치 로봇을 직접 보고 체험까지 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장소가 분산돼 있다 보니 찾아가기 어렵고 산만했다. 한 곳에 모아도 둘러보기 쉽지 않은데 3층에 갔다가 지하를 오가야 해야 했다. 지방에서 간 의사들은 땀을 꽤나 흘렸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자녀와 함께 행사에 참여했다는 한 의사도 "생각보다 아이들과 체험하기는 좋은 것 같다"면서도 "특히 로봇수술 체험은 어디서 해보기도 어려운 것인데 처음인 것을 감안해도 살리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행사장이 너무 안쪽에 있는데 외부 사람들이 유입할 수 있는 수단이 너무 없다"며 "광장에 배너나 현수막이 없으니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아쉬움이 컸다"고 덧붙였다.
주말 내내 행사장에 머물렀던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는 "시간대에 따라서 시민 참여도도 달랐다" 며 "사람이 없는 시간도 있었던 반면 붐비는 시간도 있었다. 학술대회 기간 내내 약 1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 관계자는 "국민에 중점을 둔 행사로 기획을 해서 처음으로 진행하는 행사라는 데 의의가 있다"며 "행사 운영에 아쉬움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앞으로 행사를 거듭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