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수혈대체학회장, 감염처럼 전담 관리 시스템 도입 주장 "수혈 적정성평가 '정형외과' 주요 수술 대상될 것" 예고
"감염이나 결핵관리처럼 혈액도 전담 관리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최근 대형병원 중심으로 혈액수급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문제 개선을 위해 '혈액 전담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시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추진 중인 '수혈 적정성평가'를 두고선 정형외과 중심 수술이 주요 평가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수혈대체학회 이정재 회장(순천향대 서울병원 부원장, 산부인과)은 지난 6일 메디칼타임즈와 만나 최근 의료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혈액수급난에 대한 해법을 들어봤다.
최근 수도권에 위치한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사이에서 혈액부족 사태가 현실화되자 자체 헌혈캠페인과 지정헌혈자 제도를 운영하는 등 혈액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확인할 결과, 헌혈량 감소로 혈액 적정보유일수(5일) 미만인 날이 매년 증가하고 있었다. 올해 상반기 혈액 적정 보유일수가 5일 미만으로 떨어진 기간은 194일로 전체 80%를 차지하는 것.
'무수혈센터'를 운영하며 국내에서 우수 혈액관리 의료기관으로 손꼽히는 순천향대 서울병원 조차도 정부가 제시한 적정 보유일수에 못 미치는 3일치의 혈액량을 보유할 정도로 혈액수급난은 심각한 상황.
이정재 회장은 이 같은 대형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혈액수급난을 두고서 의료계 자체적으로 '수혈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데에서 이유를 우선 찾았다.
이 회장은 "정부에서 수혈 가이드라인을 이미 만들어 놨지만 의료계가 그동안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인구가 줄면서 혈액수급은 갈수록 어려워지지만 가이드라인과 의사들이 행동의 괴리 역시 심해지는 것이다. 전적으로 의사에게 맡겨져 왔는데 수혈은 꼭 필요한 만큼 해야 하는데 그 기준이 의사마다 다른 것"고 운을 뗐다.
수혈 가이드라인의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전적으로 의사 판단에 맡겨진 동시에 심평원도 그동안 적절한 수혈 관리에 있어 적극적인 개입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
수혈 여부가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삭감 잣대를 들이대다 자칫 의료계의 거센 반발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심평원도 수혈 관리에 있어 미온적인 모습을 그동안 보여 왔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수혈 장·단점과 적절성에 대해 의사들을 교육하는데 부족했다. 의대생 교과과정에 수혈관련 커리큘럼을 포함시켜야 한다. 순천향의대는 2020년 커리큘럼이 관련된 내용을 포함시켰다"며 "우리나라는 혈액수급과 수혈까지 일련에 과정에서 얼마만큼의 금액이 투입되는 지 개념조차 없다. 수혈을 적절하게 하는 것이 불필요한 의료비용을 줄이는 것이고 치료기관, 입원기간, 감염 등 모두 줄일 수 있는 방법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최근 심평원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수혈 적정성평가'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제도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동시에 '정형외과 수술'이 일단 주요 대상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수혈을 가장 많이 하는 전문 과목은 정형외과다. 뼈에서 나오는 출혈은 지혈하기가 어려운데 일부 병원은 슬관절치환술을 하는데 수혈율이 100%인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혈액관리를 하는 병원은 같은 슬관절치환술의 수혈율이 10% 수준인 곳이 존재한다. 즉 병원별로 제각각"이라고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어 "수혈 적정성평가의 경우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이러한 주요 수술에 대한 의사별 수혈율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며 "의사별, 수술별, 상병별로 혈액을 사용하는 현황을 수집하게 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최근 감염관리나 결핵관리에 있어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되는 '전담관리' 시스템(Patient Blood Management, PBM)을 혈액관리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회장은 "혈액보유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제는 혈액이 적절하게 쓰일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감염이나 결핵처럼 전담 시스템을 병원 별로 둘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