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 의사를 밝힌 서울의료원 김민기 원장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의료원 소속 의사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일부 보직자는 사직서까지 내는 동시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직접 면담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하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료원에 소속된 100여명의 의사들이 사임의사를 밝힌 김민기 원장 관련 연판장 형태의 의견서에 서명, 이를 서울시 측에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임을 표한 김민기 원장은 줄곧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며, 기관 발전에 있어 산증인 같은 인물.
지난 1994년 서울의료원 신경과 주임과장으로 부임한 이후 그는 교육연구부장, 기획조정실장, 의무부원장 등을 거쳤다. 또 2012년 6월부터 원장을 세 차례 연임했으며, 공공의학회 이사장까지 맡으며 공공의료 발전에도 큰 관심을 쏟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1월 의료원에서 일하던 서지윤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책임론에 휩싸였다. 이에 김 원장은 故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시했다.
김 원장은 이날 사임 발표문에서 "일련의 상황 속 책임 있는 자리에서 마무리 할 일을 고민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책임지는 시간을 가져왔다"면서 "이번 혁신위원회의 혁신 방안이 마련된 만큼 서울의료원이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그간의 과오는 제가 대표로 안고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의료원 소속 의사들은 김민기 원장의 사임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 일련의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서 김 원장의 명예를 회복하기 전까지 사임 절차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원 소속 보직자를 중심으로 의견서를 작성했으며, 100명에 가까운 의사들이 이에 서명하며 인식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료원의 규모를 봤을 때 소속된 대부분의 의사들이 의견서에 서명한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에 일부 보직자는 사직서까지 내놓으면서까지 명예 회복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민기 원장을 보좌하며 의료원을 이끌었던 표창해 부원장(응급의학과)도 사직서를 제출한 상황.
의료원 소속 10여명의 의사들은 박원순 시장과 면담을 갖기 위해 시도했으나 아직까지 면담은 하지 못한 채 행정부시장과의 면담만을 가진 상태다. 따라서 이들은 박원순 시장과의 면담을 계속 요청하겠다는 계획이다.
보직을 맡고 있는 의료원 소속 의사는 "김민기 원장의 사임 전 명예를 회복해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에 대해 동의하는 의사들이 서명한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기 때문에 말하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단 명예회복 여부가 관건"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또 다른 보직자는 "전문의들이 나눠가며 박원순 시장의 면담을 요청했는데 한 차례 면담이 불발된 후 두 번째 행정부시장과의 면담만 가진 상황"이라며 "단지 원하는 것은 의료원을 위해 일평생을 바친 사람이 명예롭게 나가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것만 이뤄지면 일련의 사임과정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계에는 마치 김민기 원장이 해임 당하는 식으로 소문이 났다. 일련의 사임 과정또한 문제가 있어 김 원장의 명예가 실추된 부분이 있다"며 "연판장의 경우 박원순 시장에게 제출하기 위해 의견서와 함께 작성한 것인데 100명 가까운 전문의들의 서명은 단 하루 만에 받은 것이다. 그 만큼 의료원 전체가 김민기 원장의 사임 과정에 있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는 김 원장 사퇴 소식과 관련해 공식 사의 접수 후 공식적은 후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원 소속 의사들과의 면담을 진행한 후 구체적은 향후 대책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