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안 중 일부 서식 명칭 변경 후 올해부터 본격 적용 "표준서식 강제화 시도 아니다…제출 편의성 도모 위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38가지에 이르는 전산 심사자료 표준화 계획을 강행했다.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의료계가 계획 철회를 요구했으나 결국 의료계의 요구가 관철되지 못한 것이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심평원은 최근 심사체계 개편 내용을 반영해 개정된 ‘요양급여비용 심사·지급업무 처리기준’ 시행을 확정‧안내했다.
앞서 심평원은 복지부 고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심사 관련 자료 제출에 대한 세부사항 제정 공고(안)’에 대한 의료계 의견수렴을 진행해왔다. 개정안에서는 요양기관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심사 자료를 제출하고자 하는 경우 심평원 심사자료 제출 전용 시스템을 통해 심사평가 표준서식·별도서식을 제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도록 했다.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의료계에서는 심평원이 제시한 표준서식 자체가 방대한 동시에 분석심사 활성화를 위한 사전 조치라고 반발했던 상황.
실제로 심평원이 제시한 표준서식은 자율서식과 수술‧응급기록자료 등 총 38종에 이른다.
이를 두고 의사협회 측은 "표준서식은 의학적 근거와 전문성 존중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분석심사의 기반인 '요양급여비용 심사·지급업무 처리기준'에 근거를 두고 있다"며 "심사와 무관한 진료의 모든 내역을 제출하라는 것은 사실상 심평원이 의료의 질 평가라는 명목 하에 심사의 범위와 권한을 확대하고 의사에게는 규격화된 진료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철회를 요구했다.
이어 "심평원이 진료 내역의 심사와 평가를 위해 의료기관으로 넘겨받는 것은 오직 꼭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로 제한돼야 한다"며 "일방적 표준서식 강제화를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심평원은 의료계의 강한 반대 속에서 지난 달 30일 해당 내용 공고,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복지부 고시안 중에서는 심사자료 제출을 위한 표준서식 명칭의 일부만을 수정했을 뿐 고시안 그대로라는 것이 심평원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심평원 측은 의료계의 우려를 의식한 듯 표준서식 제출 관련 질의‧응답 자료를 내놓는 등 제기된 의문들을 일일이 답변했다.
심평원은 답변서를 통해 의무기록지 표준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항임을 분명히 하면서 제시된 표준서식 중 진료비 심사 등에 필요한 서식만 제출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표준서식 내 항목 중 필수항목은 모두 작성하되, 선택 항목 등은 심사에 필요한 경우에만 작성‧제출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제시된 표준서식 전부를 입력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중 진료비 심사에 꼭 필요한 것만 정보를 입력하면 된다"며 "그렇다고 전산 표준서식을 강제화하려는 시도도 결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심사자료 제출 전용 시스템을 통해 제출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제출과정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향후 혹시 모를 심판청구 등의 과정도 수월해질 수 있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