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빈혈과 산모 우울증 연관성 최초 규명 일반 임산부에 비해 발병 가능성 1.3배~1.5배 상승
산모가 빈혈 증상을 겪을 경우 산전이나 산후에 우울증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빈혈과 우울증간의 연관성이 규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내 연구진의 성과다.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김홍배 교수가 이끄는 다기관 연구팀(서울아산병원 등)은 빈혈과 우울증 사이의 연관성을 10년간 추적 관찰하고 지난 20일 정신의학연구저널(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에 그 결과를 게재했다.
연구진은 2010년부터 2019년 사이에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1305개의 주요 논문을 통해 3만명의 산모들을 대상으로 빈혈과 우울증 사이의 연관성을 찾기 위한 메타 분석을 진행했다.
무작위 메타 분석 결과 빈혈이 있을 경우 빈혈 증상을 겪은 산모는 그렇지 않은 산모에 비해 우울증이 발병할 확률이 1.5배가 높았다(OR=1.53).
이러한 연관성은 산전이나 산후에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하지만 우울증이 생길 확률은 산후가 조금 더 높았다.
산전과 산후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빈혈이 있는 산모는 일반 산모에 비해 산전 우울증이 걸릴 위험이 1.3배 높았다. 또한 산후 우울증에 걸릴 위험은 1.5배가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빈혈의 기준이나 산모 우울증 진단 기준, 연구의 질적 수준별 세부 그룹 분석에서도 빈혈은 일관되게 산모 우울증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김홍배 교수는 "그동안 이뤄진 개별 관찰 연구 에서는 빈혈과 산모 우울증의 연관성이 일관되지 않게 나타난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연구는 개별 연구들을 종합한 연구로 빈혈은 산전과 산후 모두에서 산모 우울증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한 논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를 통해서도 빈혈과 산모 우울증이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생물학적 기전에서 빈혈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철분 결핍이 정서적 반응을 조절하는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의 대사를 방해하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철분 결핍으로 빈혈이 일어나고 유사한 기전으로 도파민 대사가 억제되면서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가설이다.
김 교수는 "철분은 감정 반응과 연관 있는 또 다른 신경 전달 물질들인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의 합성에도 보조 역할을 한다"며 "빈혈이 산모 우울증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영양 결핍과 관련 있는 질환 중 가장 흔한편에 속하는 빈혈이 산모 우울증과 연결될 가능성이 규명됐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예방적 조치들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홍배 교수는 "빈혈이 산모 우울증의 원인이든 아니면 중요한 예측 인자가 되던 간에 예방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앞으로 빈혈이 개선됐을때 산모 우울증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