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술 회장, 조직 운영·회무 배제 주장하며 갈등 끝 사퇴 이경원 이사장 "신종 코로나 시국에 내부 갈등 조장 불편"
응급의료계 한 축인 '지도의사' 단체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조직 운영을 둘러싼 갈등 끝에 결국 단체 회장은 사퇴했는데, 이사장은 차기 회장 선출 수순을 밟으면서 싸늘한 분위기다. 논란의 주인공은 바로 '대한응급의료지도의사협의회'.
응급의료지도의사협의회 유인술 회장(충남대병원)은 지난 30일 사퇴의 변을 올리고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선언하며, 회무 추진 과정에서 이사회 측이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측과의 갈등이 핵심은 바로 '소방'과 '구급대원' 측과의 관계 설정 문제.
유인술 회장은 지난해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응급구조사와 소방 구급대원 업무범위 확대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에 대해 협의회가 중심을 잡아야한다고 주장.
현재 '119구조 구급에 관한 법률' 상 '구급지도의사'의 업무로 ▲접수된 구급신고에 대한 응급의료 상담 ▲응급환자 발생 현장에서의 구급대원에 대한 응급의료 지도 ▲구급대원에 대한 교육 및 훈련 등을 명시하고 있다.
결국 달리 말하자면 지도의사 중심의 협의회가 중심을 잡고 소방과 구급대원의 응급의료 지도를 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협의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유 회장의 비판의 주요 골자다.
특히 유 회장은 지난해 열린 응급의학회 학술대회 중 열린 협의회 주관 학술행사가 소방의 행사로 전락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실제로 유인술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지도의사가 단순히 당직비를 받는 소방의 아르바이트생인가. 이제는 정체성을 명백히 하고 소방에도 그에 걸 맞는 요구를 해야 할 것"이라며 "응급의학회 주최 협의회 학술행사에 소방의 무리한 요청을 불가하다고 말했지만 협의회 집행부가 갑자기 일정을 변경하는 등 소방의 행사로 전락시키는 일도 있었다. 이는 협의회 의식의 일단을 보여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유 회장은 사퇴의 변을 통해서도 "소방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지도의사의 보호를 위한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며 "소방과 협의해 지도의사가 공무원 수준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 같은 유 회장의 사퇴를 두고 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이경원 이사장(강동경희대병원)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반응과 함께 차기 회장 선출 과정을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유 회장과 함께 사퇴의사를 함께 밝힌 허탁 부회장은 응급의학회 이사장직을 수행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허탁 부회장은 응급의학회 이사장이 되면서 자동 사임해야 하며, 최대해 감사도 미국으로 장기연수를 가게 되면서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개인적인 사정으로 얼마든지 그만둘 수 있는 문제"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협의회 임원진의 단체 사퇴로 몰고 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등 의료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 같은 사안을 논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 이 시국에 사퇴의사를 밝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 사퇴에 따라 차기 회장 선출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협의회의 이 같은 갈등이 전체 응급의료계로 퍼지면서 이러한 상황을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응급의학회 자체적으로도 역대 이사장을 역임한 유인술 회장과 현재 대외협력이사를 맡고 있는 이경원 이사장 간의 갈등 양상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응급의학회 임원을 지낸 한 A상급종합병원 교수는 "학회 내에서 임원진으로 활동했거나 현재도 하고 있는 인사들 간의 갈등으로 비춰지는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어 이러한 사실 자체가 불편하다"면서도 "최근 구급대원의 업무범위 확대를 두고 지도의사로서의 역할은 분명히 있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정부에 문제점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는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