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럭피디아공기전파·무증상감염·치료법·면역력·백신개발 등 전문가에 묻다 관심 큰 공기전파는 사실상 불가·근거는 약하지만 항바이러스로 치료 가능
우한 폐렴으로 알려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2019-nCov)가 전세계적인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대중의 관심이 확진·사망자 수 등과 같은 전파력 및 그에 따른 예방법에 집중되고 있다.
말 그대로 '신종'이라는 점에서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정확한 감염 및 확산 경로 등 윤곽이 잡히지 않아 무증상 감염 여부 및 HIV 치료제 사용 가능성 등에 대한 학술적인 접근은 부족한 상황.
이에 바이러스 변종의 발생 원인 및 HIV 치료제를 사용하는 원리, 공기 감염 가능성, 감염자 회복 후 면역 획득 가능성까지 보다 실제적인 부분에서의 바이러스 정체에 대해 접근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정체는?
세계보건기구(WHO)는 30일(현지시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잠정 명칭을 '2019-nCoV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권고했다. 2019는 해당 바이러스가 확인된 2019년을, 'n'은 신종(neo), CoV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뜻한다.
첫 급성 감염자가 중국 우한 지역에서 확인된 까닭에 초기 명칭이 '우한 폐렴'으로 불리면서 혼란을 야기했지만 이는 완전히 새로운 바이러스가 아닌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코로나 바이러스는 총 6종(HCoV-229E, HCoV-NL63, HCoV-OC43, HCoV- HKU1, SARS-CoV, MERS-CoV). 4종의 감기 증상을 보이는 코로나 바이러스 외에 774명의 사망자를 낸 사스와 478명이 사망한 메르스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속한다.
이번엔 2019-nCoV가 추가돼 총 7종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유전자 비교시 신종은 감기 증상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약 40%의 일치율을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 유래 사스유사 바이러스와는 89.1% 일치한다.
대한백신학회 강진한 전 회장은 "사스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으로 항원이 강화되면 인체가 대처하기 어렵다"며 "인간이 처음 접하는 바이러스라는 점에서 면역을 가진 항원이 없어 빠르게 전파됐다"고 말했다.
고대안암병원 손장욱 감염내과 교수는 "역설적으로 현대의학이 발전하면서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인 팬데믹이 늘었다"며 "이는 수면 아래에 있는 바이러스의 정체를 빨리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 의학이 발전하지 않았다면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역내 독감 정도로 치부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스, 메르스 등이 주기적으로 창궐하는 것의 근본 배경에는 공항 인프라 등의 발전으로 인한 국가간 교류 확대, 전세계 인구 증가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현대의학의 발전도 있다"고 덧붙였다.
HIV를 치료제로 사용한다?
첫 등장한 변종이라는 점에서 예방법뿐 아니라 딱히 치료제라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기존에 알려진 6종의 코로나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현재 적절한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서 중국은 에이즈(HIV) 치료제인 항레트로바이러스제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를 감염자에 투여하고 있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제제는 HIV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하지만 단백질과 결합하거나 효소에 결합하는 과정에 개입,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는 기전을 갖는다. 따라서 바이러스의 활동을 '정지' 수준으로 낮추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에도 대안으로 적용되는 것.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것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적이냐는 아직 데이터만 놓고 볼 때 불확실하다"며 "다만 약의 기전상 코로나 바이러스의 복제 과정을 막는 영향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임상 사례에서는 효과가 확실치 않다는 의견이 있지만 현재까지 대안이 없어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있다"며 "지금은 딱히 효과를 기대하고 투약한다기 보다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투약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메르스 사태 때도 비슷한 적용이 이뤄졌다. 사스 사태 때에는 감염 후 회복환자에서 채취한 혈청을 다른 사스 감염자에게 투약하는 요법이 진행되기도 했다.
고대안암병원 손장욱 감염내과 교수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제가 타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실험적인 근거들은 일부 있다"며 "바이러스 활동을 제한하는 기전이고 이미 약이 시판돼서 팔리고 있어 부작용 문제에선 어느 정도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증 감염자를 손 놓고 보는 것보다는 어떤 대안이라도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며 "향후 사스 때와 비슷하게 회복환자의 혈청 투약 방법도 가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감염 후 회복된 사람은 면역력 획득할까?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후 회복한 사람은 면역력을 획득하는 걸까. 바이러스 백신 접종은 '약한 바이러스', 즉 독성을 약하게 만든 약독화(弱毒化) 바이러스를 주입해 면역세포의 항체 및 면역 능력을 강화시키는 원리다.
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감염자 후 회복자는 면역력을 획득하지만 이후 변종에 대해서는 면역이 기능하기 어렵다.
손장욱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감염 이후 면역력 획득하게 되는데, 휴먼 코로나 바이러스 경우는 인간에게 반복적인 감염을 일으킨다"며 "감기도 여러번 걸리는 것처럼 휴먼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종 가능성이 있어 회복하면 끝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플루엔자의 항원 변화 속도는 타 바이러스 대비 빠른 편. 독감에 걸린 후에도 매년 독감에 또 걸릴 수 있는 것 역시 항원의 변화 속도와 관련이 있다.
매년 WHO가 겨울철에 앞서 유행할 인플루엔자 변종을 예상해 독감을 생산하는 것처럼 각 바이러스가 가진 항원의 변화 속도 등을 정확히 따져야만 개념적 의미의 '면역력 획득' 여부를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림대 성심병원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는 "일반적으로는 면역이 생겨야 하는데 호흡기 바이러스는 안 그럴수도 있다"며 "각 바이러스마다 다른 형태가 있을 수 있고 사람마다 면역력 획득 여부가 달라 일괄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 발생 원인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RNA를 유전물질로 가지고 있다. 문제는 RNA가 DNA보다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점. 쉽게 말해 숙주 세포에 들어가 복제되는 과정에서 다른 구조로 변이될 수 있다는 뜻이다.
손장욱 교수는 "변종 바이러스는 RNA 유전물질을 가진 바이러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성"이라며 "쉽게 말해 세균은 자기를 복제하는 공장이 있지만 RNA 바이러스는 공장을 빌려 생산하기 때문에 불량품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플루엔자, HIV, 에볼라, 스페인 독감 등이 대표적인 RNA 바이러스로 이중 인플루엔자의 변이가 가장 빠르고 빈번하다"며 "사스, 메르스, 이번 신종 코로나처럼 발생한 불량품(변이)이 전파력까지 갖추면 신종 바이러스로 창궐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세포의 유전물질은 DNA다. DNA는 복제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 이를 고치는 과정을 거친다. 반면 RNA를 유전물질로 사용하는 바이러스는 복제 과정에서 RNA는 오류가 발생해도 이를 바로잡지 않는다. 수 많은 변이는 RNA 복제 과정의 필연적 특성이라는 뜻이다.
증상 없는 감염자, 타인에게 감염 가능할까?
이번 신종 코로나의 또하나의 특성으로 거론되는 것이 무증상 감염이다. 증상이 없는 기간에도 타인에게 감염을 일이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아직 정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양한 바이러스가 무증상 감염을 일이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역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경우 잠복기를 감안한 동선 파악, 격리 기간에 수정이 필요할 수 있다.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는 "감기 증상을 수반하는 몇몇 코로나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대부분 바이러스는 무증상 감염을 일으킨다"며 "중요한 점은 무증상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과 이것이 진짜 전파력을 갖췄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무증상이라는 것은 바이러스가 활동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전파 가능성은 낮은 게 사실"이라며 "게다가 환자들이 스스로 언급하는 무증상이라는 것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마다 오한, 기침 등 증상을 자각하고 판단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유증상'을 '무증상'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는 "개인별 면역력, 건강 상태 등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에도 특정 시기에 동일한 특정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며 "따라서 본인이 무증상이라고 판단하는 시기에도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호흡기 바이러스는 공기로 감염된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 또하나의 이슈는 공기를 통한 감염 여부다.
공기를 통한 감염은 비말 감염과 에어로졸이 꼽힌다. 비말 감염에서의 비말(飛沫, 침방울)은 날아 흩어지거나 튀어 오르는 물방울를 뜻하는데 감염자가 재채기를 할 때 튀어나온 침, 콧등 등의 타액이 다른 사람에게 들어가 감염을 일으킨다.
보통 비말의 크기는 5마이크로미터(㎛) 이상으로 기침을 하면 약 3000개의 비말이 전방 2m 내에 분사된다. 비말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바이러스도 사멸하기 때문에 비말감염을 피하기 위해선 감염자로부터 2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따라서 비말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선 비말의 크기를 고려해 마스크를 선택해야 한다. 보건용 마스크는 입자 크기와 차단 성능에 따라 제품을 구별한다. KF94, KF99는 평균 0.4㎛ 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차단한다. 입자성 유해물질과 감염원으로부터 호흡기 보호하기 위해선 KF94 등급 이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런 침방울이 공기중에 잘게 쪼개져 부유하는 미립자 상태가 될 때는 에어로졸이 된다. 비말감염은 사실상 타액을 통한 감염이라는 점에서 엄밀한 의미의 공기중 에어로졸 상태의 미립자가 일으키는 감염과 대별된다. 보통의 호흡기 바이러스는 비말로 전파된다.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는 "비말이 날아오지만 공기중에 바이러스가 오래 생존하기는 어렵다"며 "감염 가능성은 있지만 이를 두고 공기를 통해 100% 감염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접촉한다고 모든 바이러스에 100% 걸리는 것도 아니"라며 "그런 부분들은 면역력의 형태/연령 등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개념적 의미의 '공기를 통한 감염'은 바이러스가 액체 미립자 상태로 공기중에 떠돌다 타인을 감염시키는 걸 말한다. 이는 환자와 같은 공간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염이 된다는 걸 의미하는데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을 낮게 본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공기 전파는 공기안에 바이러스가 부유하며 감염을 일으키는 걸 의미하는데 신종 코로나는 비말 감염으로 추정된다"며 "감염의 상당수는 감염자의 타액이 묻은 손, 손잡이, 의복 등을 만졌다가 감염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막연한 공포감보다는 손씻기와 같은 개인 위생에 철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신 개발했다 vs 백신 성공은 미지수
한편 홍콩대 연구팀이 신종 코로나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RNA 바이러스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만든다는 점이 백신 개발에 난관으로 꼽힌다. 감염자로부터 추출, 바이러스를 약하게 만드는 약독화 과정에 성공하면 백신이 될 수 있지만 이것이 곧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의 완전한 면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백신학회 강진한 전 회장은 "RNA 바이러스는 불특정한 패턴으로 감염 및 확산, 소강되는 까닭에 환자 모집 등 임상을 진행하기 까다롭다"며 "사스, 메르스 창궐 때도 백신 개발에 착수한다는 소속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임상적으로 근거를 갖췄다고 할 정도의 백신을 상용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유의미한 통계적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임상 참여자들을 모집해야 하는데 유행병 특성상 그렇게 할 수도 없다"며 "백신 개발에 성공해도 이후 새 변종이 등장하면 곧바로 무력화된다"고 희의적인 시각을 내비췄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분리해 배양에 성공했다는 것과 백신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해도 언제 또다시 이번 7번째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은 예방용일뿐 치료제가 아니"라며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해서 이를 언제 유행할지도 모르는 바이러스를 대비해 대량 생산하고 국민들에게 접종시킨다는 건 현실화하기 어려운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이런 불확실한 측면과 새로운 변종의 가능성들을 고려하기 때문에 제약사들의 섣불리 백신 개발에 뛰어들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인플루엔자도 매년 새로운 백신을 생산하고, 투약되지 않은 백신은 전량 폐기하는 마당에 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뛰어들겠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