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은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를 치료하는데 집중해야 하는데 자칫 밀려드는 검사로 제 역할을 못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질병관리본부가 7일, 신종 코로나 감염증 신속 검사가 가능한 의료기관 명단을 공개하면서 해당 대형병원 의료진들은 역할분담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지역사회의 감염 확산으로 의심환자가 급증하는 만큼 신속진단이 가능한 의료기관 46곳을 지정했지만 일선 의료진들은 의료현장 한계를 우려하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 신속검사가 가능한 병원으로 지정된 A대학병원 한 의료진은 "진단키트로 바로 검사가 된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과정은 복잡하다"며 "병원 내 의료인력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검사를 하려면 일단 방호복을 모두 갖춰입은 의료진이 하기도, 상기도 2개 검체를 채취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기도 검체인 가래는 별도의 통에 담고, 상기도는 비강에 면봉을 삽입해 분비물을 채취해야 한다.
그는 "검체 채취에 앞서 환자 문진에 이어 검체를 채취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소요해야 하는데 대거 몰려들면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병원 의료진은 "사실 국가지정 음압병실을 갖춘 대형병원은 신속검사에 집중하기 보다는 확진환자를 치료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며 "역량을 한곳으로 모아야하는데 분산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의심환자 검사는 1339를 통해 보건소가 전담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며 "정부도 역할 설정에 대한 명확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감염내과)는 자신의 SNS를 통해 "개별검사는 3~6시간이 걸리지만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검사량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검사결과를 통보하기까지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즉, 검사 즉시 결과를 확인할 수 없으며, 몰려올 경우 더욱 늦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정부의 신속검사 기관 공개 이후 병원계 우려가 확산됨에 따라 대한병원협회도 7일 정부 고위관계자와의 간담회에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의료기관에 인력 투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병협 임영진 회장은 "이번 주말을 기해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을 대비해 정부의 공공인력 지원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7일부터 46곳의 의료기관에 진단키트를 보급해 하루 3000여건의 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공공기관 소속 검체 채취 전문가와 검체 이송을 보건소에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선 의료진들이 우려하는 제한된 인력이 업무 과부하를 겪을 것을 대비한 복안이다.
또한 임 회장은 의료인력이 감염병 확산 저지에 쏟을 수 있도록 인력기준 완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가령, 입원환자 간호관리료 차등제 산정에 적용하는 인력을 일시적으로 선별진료소 업무에 투입할 수 있도록 인력 신고를 유예하거나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외래 진료일정 횟수 제한을 한시적으로 풀어달라는 얘기다.
임 회장은 "현재 상황에서는 기존 입원환자를 위해 확진 환자의 의료기관 유입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가지정 감염병 병원 내 일반환자를 타 의료기관에 전원하고 확진 환자를 안전하게 격리할 수 있는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병협은 감염병 확산이 장기화됨에 따라 해당 의료기관에 개인보호장구, 열감지기 등 방역에 필요한 물품을 즉각적으로 지원해줄 것도 함께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