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1심 이어 보건복지부 재량권 남용 인정 이유없이 조사 거부한 근거 부족…"과도하게 대응했다"
몸이 아파 현지 조사를 미뤄달라고 요구했다가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원장이 두번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결국 취소 처분을 받아냈다.
정당한 이유없이 조사를 거부한 것이 아닐 뿐더러 부당청구 등에 대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는데도 이러한 처분을 내린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하라는 1심 판결에 불복해 보건복지부가 제기한 항소심에서 1심 재판부의 판결을 그대로 인용해 항소를 기각했다.
11일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17년 보건복지부가 A원장이 운영하는 기관을 대상으로 현지조사에 들어가면서 시작했다.
당시 현지조사단은 이 기관을 방문했지만 원장은 출근하지 않은 상태였고 직원을 통해 전화통화로 연결이 됐지만 원장은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조사 연기를 요청했다.
또한 A원장은 조사를 거부하는 것이 절대 아니며 조사 목적을 말해주면 해당 자료를 준비하고 자신의 몸이 나아지는대로 조사에 임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조사단에 전달했다.
그러나 조사단은 A원장의 불참을 이유로 현지조사를 즉시 중단했고 만약 지금 출근하지 않으면 조사 거부와 방해의 책임을 물어 1년간의 업무 정지 처분을 내리겠다고 통보했다.
다음날 조사단은 다시 현지조사를 위해 기관을 방문했지만 A원장은 그날도 질병을 이유로 출근하지 못한 상태였고 원장은 다음 날부터는 출근할 수 있으니 그때 오면 성실히 조사받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다시 발송했다.
하지만 조사단은 즉시 조사를 중단한 채 국민건강보험에 의거해 현지조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1년의 업무정지처분을 내렸고 A원장은 이에 불복해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국민건강보험법 제97조 2항에 따르면 검사 또는 조사를 거부, 방해할 경우 1년간의 업무정치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원장의 상황을 살펴보지도 않은 채 섣불리 조사를 거부했다고 결론내린 것은 재량권을 넘어선 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지조사 첫 날 A원장이 몸 상태를 설명하며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직원에게 요청하라고 부탁했고 조사단이 설명하는 부당청구 내용에 대해서도 성실하게 인정했다"며 "또한 이후 현지조사에 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점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 당일 예고없이 조사단이 기관에 방문했던 것을 감안하면 A원장이 실제 조사에 응하기 어려운 건강상태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연기 요청에 대해 아무런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조사 거부로 판단한 것은 재량권을 넘어선 행위"라고 강조했다.
행정조사기본법 제18조에 조사 대상자가 개인이고 질병이나 장기출장 등으로 조사가 곤란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행정조사를 연기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데도 이를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결국 A원장이 질병을 이유로 조사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적접한 절차인지조차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섣불리 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단정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또한 조사를 일부러 거부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도 없다는 점에서 다른 주장을 살필 필요 없이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