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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약·말라리아약 코로나 1차 치료 공식화해도 될까?

발행날짜: 2020-02-12 05:45:58

중앙임상TF, 칼레트라·클로로퀸 사실상 치료 지침 준비
전문가들 임시방편으로 쓰는 것과 공식발표는 달라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잡기 위한 1차 치료제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칼레트라(Kaletra)와 말라리아 약제인 클로로퀸(Chloroquine)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약제가 가지는 특성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증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임상시험조차 거치지 않은 약물을 미봉책으로 투여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는 것.

중앙임상태스크포스(TF) 치료지침 준비중…칼레트라, 클로로퀸 유력

신종 코로나 중앙임상태스크포스(TF)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1차 치료제로 칼레트라와 클로로퀸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중앙임상태스크포스가 HIV와 말라리아약을 신종 코로나 1차 치료제로 검토중에 있다.
1차 치료제로 유력하게 검토됐던 리바비린이나 인터페론은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많다는 우려로 인해 우선 목록에서 제외됐다.

또한 현재 임상시험을 준비중인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인 렘데시비르도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만약 렘데시비르까지 포함된다면 1차 치료 약제는 3종이 된다.

칼레트라는 이미 수차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 가능성이 점쳐진 HIV치료제로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가 병용된 복합제며 클로로퀸은 말라리아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다.

이들 약제들이 1차 치료제로 거론된 것은 지난 4일 CELL지에 실린 중국과학원 우한감염병 연구소의 논문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중국과 태국에서 이 약제들을 통해 신종 코로나 감염자를 치료했다는 사례들이 속속 나온데 이어 7개의 약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실 연구에서 칼레트라와 렘데시비르, 클로로퀸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억제한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에서 발생한 첫번째 확진자의 경우 렘데시비르를 투여한 뒤 하루만에 증상이 개선되는 사례가 나오면서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이로 인해 현재 중국 보건당국은 이러한 약제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진행중에 있다. 실제 환자들에게 실험적으로 약제를 투여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 약제들이 어떻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일까. 3가지 약물이 모두 다른 타깃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관통하는 기전은 하나다.

칼레트라와 클로로퀸, 렘데시비르 모두 항바이러스 제제라는 점이다. 일정 부분 기전이 조금씩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경로, 예를 들어 칼레트라는 단백분해효소를 줄이는 등의 수용체 억제 작용을 한다.

즉 각각 타깃으로 하는 수용체는 다르지만 결론적으로는 바이러스가 숙주, 즉 인체에서 확산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공통된 기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일부 의료진들이 이들 약제들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적어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증식만 막을 수 있다면 면역기능을 통해 질병을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다.

한림대 의과대학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결국 HIV치료제인 칼레트라나 말라리아치료제인 클로로퀸이나 같은 기전을 기대하고 투여하는 것"이라며 "항바이러스제제라는 점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에서 확산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인 사스와 메르스때도 이들 약물들이 거론되며 치료제로 떠오른 것도 같은 이유다. 항바이러스제제 외에는 기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가천대 의과대학 엄중식 교수는 "1차 치료제로 언급된 약물들은 결국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약제"라며 "이미 안전성은 확보된 약물이라는 점에서 부작용보다는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로 투여하는 취지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일각선 임상시험 없는 처방 우려…"펜벤다졸과 뭐가 다르냐"

하지만 이러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치료 지침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임상시험 없는 처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장 치료제가 없다는 이유로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은 약물을 환자에게 실험적으로 처방하는 것은 의학 윤리와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방의 A대병원 내과 교수는 "이러한 처방을 오프라벨(허가외 처방)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본다"며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임상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나가는 이러한 처방은 의사로서 인정하기 힘들다"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정해진 답이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 치료 지침이 정해져 버리면 이미 차도를 보이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처방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이 된다"며 "1차 치료제가 있는데 왜 나는 처방해주지 않느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응할 셈인가"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재 1번과 4번 환자는 칼레트라가 처방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나머지 환자들은 아직까지 처방 내역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에서도 현재까지 치료법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하며 기타 약제의 처방에 신중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전문가들은 구충제의 항암 효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펜벤다졸 사태와 비교하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이러한 처방이 가능해진다면 펜벤다졸 복용을 막을 수 있는 근거가 있겠냐는 비판이다.

서울 대형병원의 내과 교수는 "임상시험 없이는 근거가 없다며 펜벤다졸 복용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논리와 지금의 논리가 어떻게 다른 것인지 모르겠다"며 "단순히 다급한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해도 말기암 환자와 신종 코로나 감염자 사이에 누가 더 다급한지를 따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설사 불가피한 처방이라고 해도 이는 아주 제한적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세계적인 재앙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만 무조건 서둘러서도 안되는 문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