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 안태범 회장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 안태범 회장 "국제화·인식제고·젊은 연구자 육성 3대 중점 과제"
"모든 의학 분야가 그렇지만 특히 파킨슨병 연구는 현실적 한계와 문턱이 많습니다. 국제화의 토대를 이루고 젊은 연구자들을 육성해 그들이 더 넓은 세계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가려 합니다."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를 이끌 새로운 수장에 오른 안태범 신임 회장(경희대병원 신경과)은 메디칼타임즈와의 만남에서 임기 중 중점 과제로 국제화와 젊은 연구자 육성을 꼽으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파킨슨병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인식을 제고하는 동시에 젊은 연구자들이 세계를 누비며 국제적인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틀을 닦겠다는 목표다.
그렇다면 그가 이러한 목표를 위해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은 뭘까. 또한 최근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 약물 개발을 그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다양한 질문을 통해 그가 가진 학회 운영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학회의 중점 사업으로 연구자 양성을 꼽았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안인가
최근 전공의들이 특정 과에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그에 따라서 파킨슨병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 연구자들도 줄어드는 추세다. 결국 어떻게 비전을 주는가에 문제라고 본다. 우선 젊은 연구자들을 위한 연구 입문 프로그램을 만들고 전국을 돌면서 이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보다 좋은 연구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그 결과에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젊은 연구자상을 비롯해 전공의상, 전임의상 등 시상도 대폭 늘리고 더 넓은 세계를 보기 위한 인적 교류 시스템도 확대하려 한다. 젊은 연구자들이 곧 학회의 미래고 재산이다.
국제화도 주요 과제로 꼽았는데 이에 대한 방안도 마련했나
학회가 창립된지 이제 15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연구 역량은 이미 세계에서 알아주는 수준이다. 이미 2016년 국제 학회 ICKMDS를 성공적으로 열었고 지난 2019년 학회에는 20여개국에서 다양한 해외 연구자들이 모였다. 이를 바탕으로 2021년 국제학회를 준비하고 있고 2022년에는 세계학회도 열 계획이다. 저널 또한 아예 발간 시점부터 영문으로 시작해 이제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외국에서 투고가 상당히 이뤄지고 있고 1~2년 안에 SCI 등재를 기대하고 있다. 학회 규모에 비해 이미 상당 부분 국제화를 이룬 셈이다.
이러한 성과에 비해 유병률 연구 등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파킨슨병의 특성 자체가 연구가 상당히 힘든 부분이 있다. 유병률만 예를 들어도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들은 이미 상당히 병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인식율 제고가 필요한 부분도 여기에 있다. 질병 자체의 특성상 커뮤니티 연구도 쉽지 않아 병원 단위 자료밖에 없어 유병률 조사가 한계가 있다. 그나마 산정특례가 적용되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활용할 수 있지만 여기도 난제는 있다. 확진 환자만 적용이 되기 때문에 의심 환자 등은 누락되기 때문이다. 학회 차원에서 인식율 제고 등에 노력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신뢰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같은 신경계 질환인데 알츠하이머에 비해 파킨슨은 좀 외면받는 경향도 있다
워낙 알츠하이머에 대한 지원이 집중된 것은 사실이다. 국가 연구비 같은 경우도 알츠하이머는 상당히 많지만 파킨슨병은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파킨슨병 같은 경우 약물 치료만 잘 해도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 질병이다. 사회 활동도 가능하고. 그렇기에 다른 부분은 몰라도 연구 만큼은 많은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보험적인 측면에서는 그나마 최근 산정특례가 적용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워냑 약을 많이 쓰는 질환인 만큼 환자 부담이 많았다. 하지만 비약물 치료의 경우 여전히 지원이 부족하다. 운동치료 등 의사의 판단에 따른 처방들에 제약이 너무나 많다. 학회 차원에서 정부에 정책적 제언을 하려 한다. 적어도 환자 부담을 줄여주고 연구에 힘을 실어 달라는 너무나 현실적인 주문이다.
최근 파킨슨병 약물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기대할만한 수준인가
파킨슨병 약물은 결국 두가지 줄기다.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건드리는 약물과 환자들의 불편을 제거하는, 예를 들어 운동합병증을 완화하거나 약효를 길게하는 등 두가지 트랙이다. 최근 나온 신약으로 앞의 사례를 들면 ICP-Parkin 등이 있겠고 뒤의 사례는 오피카폰이 될 수 있겠다. 두 약물 다 기대할만 하지만 좀 더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 기대할만한 신약 물질들은 많이 나오지만 파킨슨병 자체가 임상의 벽을 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주목받는 신약 후보 물질은 많이 있지만 약물로까지 도출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이유다. 줄기세포 기반 약물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초반 상당한 자금이 흘러가며 상당히 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아웃컴이 나오지 않으면서 돈이 빠져나갔다. 뇌를 건드려야 한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많은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 외에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학회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 신경계 퇴행성 질환 중에 파킨슨병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름바 수전증으로 불리는 모태성 떨림부터 근 긴장 이상증 등 진단이 쉽지 않고 환자들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이상운동질환들이 많다.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꼭 해야할 일이다. 빨리 진단할 수록 차도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학회 임원은 봉사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학회 내실화와 질병 인식 제고, 학회 국제화는 선배들로부터 나에게, 또 후배로 이어져 가야하는 사명이다. 그 안에서 내가, 지금 해야할 일을 계속해서 찾아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