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사회장 한마디에 이직 미루고 대구로 간 내과 전문의 채은하 전문의, 전화인터뷰로 현장의 생생한 치료경험담 전해
"의료인력은 턱없이 모자라다. 어려울 때 노력이 빛을 발한다. 질병과 힘든 싸움에서 최전선의 전사로 일어서자."
지난달 22일 대구시의사회 이성구 회장이 동료 의사들에게 전한 호소문은 수많은 의사들을 대구경북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내과 전문의 채은하 과장도 그중 하나다.
그는 의사인력이 부족하다는 이 회장의 글을 접한 후 즉시 의료자원봉사 신청을 했다. 경상북도 영주에 있는 명품요양병원을 그만두기로한 지 일주일 전이었다.
채은하 전문의는 2월 29일 자로 요양병원을 그만두고, 꽃 피는 봄 이직을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구시의사회 회장의 호소문은 그의 계획을 잠시 늦추게 만들었다. 새 직장 대신 코로나19 진료 현장을 선택한 것.
채 전문의는 방호복 착용 등에 대한 기본 교육을 받은 후 4일부터 본격 코로나19 치료 현장인 안동의료원으로 투입됐다. 이 병원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코로나19 확진자 치료에 몰두하고 있다. 6일 오전 기준 135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입원 중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5일 전화인터뷰를 통해 채은하 전문의에게 코로나19 확진 환자 치료 경험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채 전문의는 5일 코로나19 확진 환자 5명을 진료하는 것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채 전문의가 이들의 주치의가 된 것. 경증으로 분류된 20~50대 남성 환자 5명이 하나의 병실에 모였다.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경증 환자는 다인실에서 케어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5명 모두 침대 끝에 걸터 앉아 경직되고 무거운 분위기가 병실을 지배하고 있었다. 불안함, 억울함, 죄책감 등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뒤엉켜 있었다."
코로나19 진단을 받는 즉시 '격리'되다 보니 그 자체에서 오는 환자의 공포감과 두려움이 무엇보다도 큰 상황. 다인실은 오히려 1인실보다 환자 회복에 더 도움이 될 거라는 게 채 전문의의 생각이다.
"사실 환자들은 보호자도 없이 홀로 격리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여러 사람이 모여 있으면 그 부분이 많이 상쇄될 것 같다. 첫날이라서 많은 이야기는 못했지만 이왕 걸린 병이니 부정적 감정을 털어내고 재미있게, 긍정적으로 지내다가 건강하게 퇴원하자고 이야기했다. 병실에서도 근력운동을 조금씩이라도 하고 서로 도와가면서 으쌰 으쌰 하자고 격려했다."
회진 때마다 방호복을 입고 벗는 일을 반복하는 게 번거롭고 숨 쉬는 게 조금 힘들고 답답하기도 하지만 견딜만하다는 채은하 전문의.
그는 임상증상과 CT 소견이 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 상태를 세심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상증상은 경미한데 CT 검사 결과를 보면 바이러스성 폐렴 소견이 뚜렷하다는 특징이 있다. 임상증상이 가볍다고 하더라도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리다. 경증이라도 호흡곤란 등으로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환자를 선별해서 예측하고 전원하는 판단이 중요하다."
채 전문의에게 허락된 자원봉사 시간은 2주지만, 언제까지 봉사활동을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최소 2주는 기본으로 하겠지만 내 환자들이 병실에 있는 상황에서 중간에 그만두지는 못할 것 같다. 체력 등을 봐서 결정하겠지만 2주 이상은 하지 않을까."
코로나19 환자를 직접 경험한 채 전문의는 "무서워하지도 말고 무시하지도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면역력도 안 키워놓고 무서워만 하면 안 된다.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면역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손 씻기, 마스크 등 기본생활수칙을 잘 지키면서 바이러스를 이길 수 있는 면역력을 생활 속에서 잘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