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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 독점권 철회 잡음 왜?

원종혁
발행날짜: 2020-03-27 05:45:58

[메타 포커스]희귀의약품 지정 철회 요청에 시민단체 등 꼼수 비난
4월경 치료제 윤곽, 가격 및 독점 공급 이슈도 과제

길리어드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병의 잠재적 치료제로 거론되는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의 희귀의약품지정(Orphan Drug Act) 요청을 철회한 건을 두고 벌써부터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확진자수 20만명 이전에 희귀약 지정을 가져가겠다는 일종의 꼼수 논란과 치료제로서의 윤곽이 확인되는 4월 이후, 치료제의 시장 접근성을 놓고 약가 책정에 독점권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25일 미국 현지시간 회사측이 미국FDA에 요청한 이번 철회 입장의 핵심은, 희귀의약품 지정에 따르는 향후 7년간의 렘데시비르 마케팅 독점권 등을 모두 포기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미국내 시민단체나 보건전문가들은 당초 렘데시비르의 희귀의약품 신청부터가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나섰다.

일단 희귀의약품지정제 자체가 20만명 미만의 희귀질환자 등에 치료제의 공급을 원활하게 만들자는게 취지였지만, 길리어드가 감염병이 대유행하기 이전에 이미 렘데시비르의 희귀의약품 허가를 끝마치려 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이는 희귀약 지정에 따라 부과되는 7년간의 시장 독점권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평가.

실제 길리어드는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중국과 달리 미국지역의 경우 환자 감염세가 극소수에 그쳤다"는 점을 보고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내 대규모 인원에서 감염 확산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그러다 3월부터 미국내 감염세가 급증하면서, 공식 확진자 수 20만명을 돌파하기 전에 렘데시비르의 희귀약 허가를 시도했다는데 잡음이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진자 수가 43만명을 넘긴 상태로, 미국의 경우 며칠새 6만명에 육박하며 감염 확산세가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이에 길리어드 사이언스 본사측은 SNS 계정을 통해서도 렘데시비르의 FDA 희귀의약품 지정을 철회하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길리어드가 SNS 계정을 통해 밝힌 입장 내용 일부.
내용을 보면,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임상시험용 항바이러스제제인 렘데시비르에 부여된 희귀의약품 지정을 철회해달라는 요청을 FDA측에 제출했으며, 지정에 수반되는 모든 혜택을 포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측은 "길리어드는 희귀의약품을 지정하지 않고도 렘데시비르의 허가 검토 타임라인을 예정대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글로벌 규제기관들과의 계약에 따라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렘데시비르의 신약허가 신청 제출과 검토작업이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보건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의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감염병 대유행기간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치료제들의 가격 책정 이슈를 놓고도 사전대응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임상이 진행 중인 다수의 약물들이 최종 검증을 마치고 시장에 진입할 경우, 그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

일각에서는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함에 따라 공중보건 문제는 끔찍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 민간기업이 이러한 약물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갖을 경우엔, 가격에 완전한 재량권을 가질뿐만 아니라 독점적인 공급 이슈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감염병 신약 공급, 실질적 열쇠는 가격협상 과제 남아"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보여지듯 에이즈약 칼레트라를 비롯한 말라리아약 클로로퀸, 다양한 혈장항체 치료제, 면역증강제, 항바이러스제, 잠재적 백신 후보군 등 수십여가지의 신약 후보군들이 임상연구에 돌입해 있다.

따라서 오는 4월경이면 치료효과 등 주요 임상결과가 나올 예정인 렘데시비르 등과 같은 신규 약물들에는, 추후가격 협상 문제도 관건으로 따라올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Public Citizen 등 시민단체들은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 1498조항(Section 1498)을 하나의 근거로 '독점을 방지하고 저비용 경쟁"에 대한 내용을 대안으로 올리는 분위기다. 해당 조항에 따라, 회사가 '합리적인 보상'을 지원받는 경우 정부는 언제든지 특허권을 무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국방물자생산법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미국에서 만든 법령으로, 긴박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민간기업에 국방을 비롯한 에너지, 우주, 국토 안보 등을 지원하기 위해 주요 물자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특히 지난 18일 미국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을 위기상황으로 거론하고, 민간기업에 필요한 의료물자 생산을 확대토록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물론 여기엔 치료제 외에도 개인보호장구인 마스크 및 보호가운 등 부족 물자들이 모두 포함됐다.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감염병 대유행 사태 속에서, 치료제 개발에 로열티를 받는 길리어드는 합리적인 가격책정 외에도 렘데시비르를 생산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업체들에 제조권과 필요한 라이선스 계약을 약속해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01년 탄저병 사태 당시, 보건당국이 탄저균에 노출된 인원들에 치료제로 사용이 가능한 항생제 '시프로플록사신'에 대한 접근성을 늘리기 위해 해당 1498 조항을 이용해 약가를 절반으로 인하한 것. 또한 2017년 C형간염 사태에서도 바이러스 완치율을 높인 경구용 치료제로 평가받는 '소포스부비르'의 공급에도 해당 법령이 이용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길리어드는 현재 에이즈(HIV 감염)약 트루바다 등과 C형간염 바이러스 치료 분야에 감염병을 박멸하는 열쇠를 모두 가지고 있지만, 두 경우 모두 치료제의 가격이 실질적인 관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길리어드는 "코로나19 감염병에 직면한 전세계, 지역사회의 긴급한 의료적 요구를 잘 알고 있다"면서 "잠재적인 치료제로 평가되는 렘데시비르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 중이며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하려 접근성을 높이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렘데시비르가 이번 코로나 감염병 치료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옵션으로 입증될 경우, 전 세계 정부 및 환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에서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대표 이승우)는 최근 코로나19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회장 송필호)에 성금 1억원을 전달했다. 이 성금은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통해 전국의 코로나19 취약계층에게 생필품 키트 및 마스크, 소독제 등 구호 물품을 지원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