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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감자 '클로로퀸' 코로나 박멸 게임체인저 될까?

발행날짜: 2020-03-30 05:45:59

[드럭피디아]획기적 임상 결과와 트럼프 미 대통령 지목에 초미 관심
심혈관 및 시력 손실 안전성 이슈 걸림돌 "임상 지켜봐야"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클로로퀸(chloroquine)이 효과와 안전성을 놓고 논란이 거듭되며 갈림길에 서는 모습이다.

일부 연구를 통해 효과가 입증되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지목할 만큼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심혈관 및 안저 질환에 대한 안전성 이슈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세계 각국의 연구진들은 물론 국내 전문가들도 일단 미봉책으로서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임상 시험 결과 등을 지켜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말라리아약 클로로퀸 코로나 감염증 치료제로 급부상

사실 클로로퀸은 처음부터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은 아니다. 1930년대 바이엘이 당시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말라리아를 잡기 위해 개발한 약이 바로 클로로퀸이다. 무려 90년전 개발된 올드 드럭인 셈이다.

말라리아약으로 개발된 올드드럭 클로로퀸이 코로나 치료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약물은 말라리아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융합하는데 필요한 수용체인 ACE2의 활성화를 방해해 말라리아가 숙주, 즉 인체 안에서 확산되는 것을 막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가 RNA 성질을 지니며 ACE2와 융합한다는 것을 감안할때 말라이아와 마찬가지로 코로나가 인체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초창기부터 치료제로 거론된 이유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 초기부터 이 약물이 주목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로피나비르(Lopinavir)와 리토나비르(Ritonavir) 복합제인 HIV치료제 칼레트라가 중국과 태국에서 효과를 봤다는 임상 사례가 나오면서 확산 초기 큰 주목을 받은 것이 사실.

여기에 에볼라약으로 개발된 렘데시비르(remdesivir)의 효과에 기대감이 크게 높아지면서 클로로퀸은 이 두 약물의 그늘에 가려 일부 국가에서만 치료제로 언급되는데 그쳤다.

하지만 이번달 초 세계 첫 칼레트라 임상시험에서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오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중국일본우호병원 Bin Cao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199명의 코로나 감염증 확진자를 대상으로 대조 임상을 진행한 결과 임상 예후와 생존율 등에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렘데시비르의 개발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FDA에 희귀의약품 지정을 자진 철회하는 등의 논란으로 승인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후문이 나오면서 클로로퀸이 코로나 치료제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현재 미국을 포함해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물론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잇따라 클로로퀸을 코로나 치료제로 지정하고 긴급 승인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긴급 임상시험 결과 희망적…트럼프 대통령 방아쇠 당겨

이러한 상황에서 이달 초 국제화학요법학회 학술지(International Journal of Antimicrobial Agents)를 통해 공개된 임상시험 결과는 클로로퀸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

프랑스에서 나온 임상 결과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더욱 클로로퀸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프랑스에서 진행된 이 임상시험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과 아지트로마이신(azithromycin)의 조합을 통해 코로나19를 완치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10.1016/j.ijantimicag.2020.105949).

실제로 이 임상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아지트로마이신을 처방받은 환자들은 3일이 지난 후부터 RT-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는 비율이 폭발적으로 올라가며 바이러스 제거 효과를 증명했다.

3일차에서 처방군의 35.7%가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4일차에 83.3%, 5일차에는 100% 완치에 성공한 것이다. 이에 반해 대조군은 3일차에 6.3%, 5일차에 18.8%에 불과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클로로퀸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명명한 것도 바로 이러한 임상 결과에 기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클로로퀸을 게임 체인저로 지목하며 '신의 선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에 맞춰 클로로퀸의 사용에 유보적이던 FDA도 긴급 승인을 허용하며 클로로퀸은 미국 뉴욕주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임상 시험 형태로 환자에게 투여가 시작됐다.

FDA 스티븐슨 한 위원은 "클로로퀸이 당초 말라리아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대통령이 직접 환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라는 지시가 있는 만큼 일단 효과가 있다는 전제 하에 사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연구 결과에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가 클로로퀸의 위상을 완전히 바꿔놓은 셈이다.

엇갈리는 연구 결과…국내에서도 임상 시험 돌입

하지만 클로로퀸이 코로나 치료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현재 가장 강력한 치료제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풀지 못한 난제가 많기 때문이다.

클로로퀸에 대한 기대감에 반해 QT간격 연장 등의 부작용도 논란이 되고 있다.
우선 프랑스에서 이뤄진 연구에서는 분명한 효과를 보였지만 이와 상반되는 연구 결과들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어느 결과를 믿어야 하는지에 대한 갈림길에 선 셈이다.

실제로 중국 상하이 공중보건임상센터(Public Health Clinical Center)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과에 대한 임상 시험을 진행했지만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10.3785/j.issn.1008-9292.2020.03.03).

총 30명의 코로나 확진자를 대상으로 항생제 등 표준치료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그룹으로 나눠 대조 임상을 진행했지만 그 어떤 효과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임상에서 평균 7일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처방받은 그룹은 RT-PCR에서 음성을 받은 비율이 86.7%를 기록했다. 하지만 문제는 대조군도 93.3%의 환자가 음성이 나온 것이다.

연구진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표준 치료법에 비해 별다른 치료혜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음성 판정 전까지 바이러스 검출량 등 임상 예후, 치료 기간 등에서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같은 설계 방식으로 동일하게 임상시험이 진행됐는데도 프랑스 연구진에서는 획기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중국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국내에서도 서둘러 이에 대한 임상시험에 들어간 것도 같은 이유다. 이렇듯 세계 학계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국내 환자들에 대한 임상 데이터를 얻겠다는 계획에서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일 서울아산병원이 신청한 코로나 치료제별 대조 임상시험을 최종 승인했다.

이 임상시험은 코로나 확진자를 대상으로 현재 치료제로 언급되는 칼레트라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표준 치료군과 나눠 무작위 오픈 라벨로 진행하게 된다.

계속해서 코로나 치료제의 임상 결과가 엇갈리고 있는 만큼 과연 우리나라 코로나 확진자에게는 어떤 약이 효과를 보이는지를 직접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안전성 논란도 발목…국내외 전문가들 신중한 입장 견지

이렇듯 엇갈리는 임상 결과로 클로로퀸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안전성 논란도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클로로퀸의 적용에 앞서 충분한 검증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모두가 개발 단계부터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부작용 문제가 코로나 치료제로 부각되는 상태에서도 여전히 꼬리표로 따라오고 있는 셈이다.

가장 대표적 부작용으로 꼽히는 문제는 바로 QT의 연장이다. QT는 심전도시 Q파의 시작부터 T파의 종료까지의 간격으로 심실(ventricles)의 전기적 활동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만약 QT가 인위적으로 연장되게 되면 부정맥과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며 급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미 클로로퀸의 QT연장 위험성은 약물 부작용으로 약제 자체에 설명이 되어 있다. 하지만 코로나 치료제로 부작되며 논란이 된 것은 바로 아지트로마이신과의 병용에 있다.

아지트로마이신 또한 일부 QT 연장에 영향을 주는 만큼 이러한 병용요법은 기저 질환이 있거나 선천적으로 QT에 민감한 환자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

이로 인해 이러한 병용 요법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한 프랑스 연구진도 "두 약물의 콤보에 대한 QT 연장 위험에 대한 체계적 검증이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안전성을 제대로 확립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대한심장학회 회장을 지낸 노태호 원장(노태호바오로내과)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아제트로마이신의 병용은 QT간격을 연장시킬 수 있으며 이는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특히 심혈관 질환이 있거나 부정맥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더욱 위험할 수 있는 만큼 검증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망막변증 등 시력 손실에 대한 부작용도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발목을 잡는 이슈 중 하나다. 이미 이러한 부작용 또한 코로나 치료제로 부각되기 전부터 대표적 부작용으로 꼽혔던 내용.

이로 인해 세계 의학계 뿐 아니라 국내류마티스학회 등에서도 하이드록시클로로퀸으로 인한 망막변증 사례를 보고한 적이 있을 정도다(I410-ECN-0102-2015-500-001909560).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장기간 처방할 경우 망막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비 가역적 시련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기우라는 설명을 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들이 고용량으로 장기간 처방을 냈을 경우에 한하는데 코로나 감염증의 경우 평균 10~20일 정도 처방하는데 그친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는 안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클로로퀸이 게임체인저의 가능성이 있지만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부작용 사례가 나올 경우 코로나 치료를 위해 더욱 큰 위험을 감수하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클로로퀸의 임상 연구와 부작용에 대한 의견들이 엇갈리면서 국내 전문가들도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우선 중국과 미국 등에서 대규모 임상 시험에 돌입했고 국내에서도 확진자들을 대상으로 연구에 들어간 만큼 충분히 이러한 결과를 살펴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목소리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중앙임상위원장)는 "프랑스 등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임상 연구들을 모두 살펴봤지만 대부분이 소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간략한 임상이라는 점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실제로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더욱 엄격하게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한 뒤에야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며 "특히 클로로퀸 등의 병용 요법은 QT간격 증가에 따른 부작용이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