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0원. 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 선지급금과 미리 책정해 놓은 예산으로 4월까지는 직원에게 간신히 월급을 줄 수 있다."
"당장 다음 달부터는 대책이 없다. 20억여원의 후원금이 있는데, 이마저도 인건비에 사용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코로나19 환자 치료만 전담하고 있는 대구동산병원이 처한 상황이다.
대구동산병원은 지난 2월 21일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기존에 입원해있던 환자 130여명을 전원 하고 사실상 우리나라 유일의 감염벙 전담 병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3일 기준 총 465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지역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환자를 수용할 격리병상이 부족하자 대구시는 다급하게 동산의료원에 요청했고, 김권배 의료원장과 계명대 신일희 총장은 고심 끝에 '통 큰' 결정을 내렸다.
동산의료원은 지역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기꺼이 '희생'을 선택해왔다. 6·25 한국전쟁 때도 부상당한 경찰관을 치료하는 경찰병원으로 지정돼 전투에서 팔과 다리를 잃은 경찰관을 치료한 것은 대표적 예다.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도 같은 맥락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동산의료원 구성원은 이 같은 희생은 기독교 정신에 따른 '책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보이는 상황에 이르렀다.
"책무는 책무지만…"
동산의료원 고위 관계자는 메디칼타임즈와 전화 통화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이 살림살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계약직 고용 계약 종료도 이 같은 고민에서 시작된 문제다. 대구동산병원은 지난해 4월 조리원 21명을 포함해 총 35명을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지역거점병원이 되자 조리원 21명은 감염 우려로 휴직을 선택했다. 이들은 임금의 70%를 휴업수당으로 받고 있다가 계약 연장을 논의할 시점에 이르렀고 병원은 계약 종료 고지를 한 것이다.
대구동산병원은 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 선지급 신청을 했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3~5월 대구동산병원 매출을 평균 내 20억여원을 3월과 4월에 지급한다. 대구동산병원은 이 비용으로 4월까지 직원 월급을 해결할 예정이다.
문제는 다음 달이다. 건보공단 선지급도 매출을 예측해 가불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병원이 정상화 된 후 6개월에 나눠서 갚아야 한다. 하지만 당장 5월부터 정상진료가 가능할지부터 불투명하다.
이 관계자는 "전국에서 유일한 코로나19 거점 병원이기 때문에 가장 마지막까지 현재 기조를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라면서도 "미리 잡아놓은 예산과 선지급금으로 4월까지는 계획이 있지만 이후부터는 사실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대구 성서에 개원한 1012병상 규모의 계명대 동산병원도 코로나19 사태로 병상가동률이 60%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70~75%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겨우 버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금융권 대출도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지만 새병원 건립으로 상환해야 할 비용이 있어 여의치 않다. 동산의료원으로 들어온 코로나19 후원금 30억여원이 한줄기 빛이지만 이마저도 사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중 대구동산병원으로 들어온 후원금은 20억여원 정도다.
동산의료원은 기부금 사용 가능 여부에 대해 법률자문을 받고 국세청에도 질의를 한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긴급 재난 관련 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선례가 없어 국세청에도 질의를 했다"라며 "기부금을 식비와 인건비로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도 2곳 이상에 법률자문을 의뢰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실을 계산해서 청구하거나 코로나19 환자 치료 내용을 자체적으로 계산해 미리 지급을 요청하는 등 다양한 재정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