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환자 진료기록 거짓 작성 혐의로 20일 면허정지 '적법' 법원 "수련 중인 의사도 진료기록부 성실 작성은 의무"
응급실로 실려온 소아 환자의 맥박을 거짓으로 작성한 인턴에 대한 정부의 행정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교육을 받고 있다는 전공의 신분이 진료내용을 정확히 기록해야 하는 의사의 의무가 면제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박양준)는 최근 의사 K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1심 결정을 유지했다. K씨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사건은 K씨가 서울 A대학병원에서 인턴으로 수련을 받던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K씨는 응급진료센터에서 소아 응급을 담당하는 B구역에서 수련을 받고 있었다.
9세 여자아이가 응급진료센터로 실려 들어왔다. 이 환자의 맥박은 분당 137회였는데 K씨는 응급진료기록에 80회라고 썼다. 진료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한 것. K씨는 이후 8명의 환자의 맥박도 모두 동일하게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 환자는 결국 사망에 이르렀고 이후 K씨는 의료소송에 휘말렸다. 이 과정에서 진료기록을 거짓 작성한 혐의가 인정돼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형을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이유로 의사면허 정지 20일이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K씨는 병원이 자체적으로 만든 응급실 인턴 인수인계장 등을 근거로 내세우며 "보고용 진료기록부였고, 이를 작성함에 있어 착오나 실수는 불가피하다"고 호소했다.
또 "대형병원 응급실 현황, 응급실 인턴의 진료 여건 등을 고려하면 의사면허 정지라는 처벌보다 소아응급환자에 대한 진료기록부 작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 A대학병원의 응급실 인턴 인수인계장에 따르면 응급실 B구역 인턴의 주업무는 소아과 응급진료기록 쓰기, 환자 처치(procedure)다. 소아 환자 초진 및 경과기록부 작성은 레지던트가 담당하고 인턴은 응급진료기록부 작성을 담당하는 것이다.
즉, K씨도 소아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았고, 응급실 레지던트가 초진 경과기록지를 작성했다. K씨는 실제로 측정하거나 간호기록 등의 자료 확인을 거치지 않고 일률적으로 사망한 소아를 포함해 환자 9명의 바이탈 사인 수치를 똑같이 입력했다.
법원은 인턴 업무가 과중하다, 응급실 인력이 모자라다는 K씨의 호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고, 내부 업무지침을 엄격히 따라야 하는 수련 과정 중인 의사라고 해도 진료기록부 성실 작성 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진료기록부 작성 취지가 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의료 관련 종사자에 대한 정보 제공 및 사후 의료행위 적정성을 판단할 자료의 제공 목적도 있다"라며 "K씨가 쓴 진료기록부가 실제 환자 진료 및 치료에서 전혀 참작되지 않았다는 사정도 K씨에 대한 처분을 면하게 할 사유가 된다고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