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에게 '전화진료'가 보탬이 될 수 있다는 낙관이 나오고 있다.
의료기관 방문 자체를 꺼리고 있는 현재 환경에서 전화진료를 하고도 진료비 청구가 가능한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매출 확대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전화 커뮤니케이션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인 만큼 의사와 환자 사이 충분한 신뢰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실제 하루에 10건 내외의 전화진료를 하고 있는 대구 N의원 원장은 "신뢰관계가 있는 재진 환자, 일명 단골환자에게 전화진료를 주로 하고 있다"라며 "아무래도 환자 진료가 아예 없는 것 보다는 전화진료라도 하는 게 수익에 도움 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전라북도 K내과 원장도 하루 5~10건의 전화진료를 하고 있는 상황. 그는 "코로나19 공포감 때문에 병원 문 앞에서 전화를 걸어 처방을 받는 환자도 있다"고 전했다.
메디칼타임즈는 전화진료가 이뤄졌을 때 의원 수익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단순 계산을 해봤다.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하루에 전화진료를 10건씩 하는 의원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올해 재진 진찰료는 1만1540원을 적용하면 하루 전화진료 매출은 11만5400원이 된다. 주말을 제외한 한 달을 22일로 보면 전화진료만으로 253만8800원의 수입이 생긴다. 본인부담금 받기가 여의치 않아 공단부담금(8140원)만 받는다고 했을 때도 179만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14일 진료분부터는 소아, 야간 및 공휴 가산까지 붙기 때문에 그 비용은 더 커질 수 있다.
서울 M의원 원장은 "전화처방은 장기처방, 대리처방을 오히려 억제할 수 있다"라며 "만성질환자를 많이 보는 의원은 충분히 활용해볼 수 있겠지만 초진 환자를 대상으로한 전화진료는 무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성질환자는 대부분 고령자인 만큼 전화진료를 통해 교육 등 생활관리까지 해주면 환자 신뢰도 또한 올라갈 것"이라며 "전화로 환자와 대화가 어려우면 화상 통화를 이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경험해보니 우려도 상당 "환자-의사 신뢰가 전제"
하지만 실제 전화진료를 경험하고 있는 개원의는 '코로나19 한시적'라는 수식어를 떼고 제도로 추진되는 데에 대해서는 우려감을 표시했다. 전화진료 이후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전화진료에 임하는 의료기관을 종별로 보면 의원의 참여율이 가장 저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절대적인 청구건수는 의원이 약 7만건으로 가장 많지만 기관별 청구건수로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공개한 종별 전화상담·처방 진찰료 청구 현황을 보면 의원급은 2231곳이 5만9944건의 전화상담·처방에 따른 진찰료를 청구했다. 의원 한 곳당 약 27건을 청구한 셈이다.
이는 전화상담·처방이 처음 이뤄진 2월 24일부터 지난 12일까지 한 달하고도 약 보름 동안의 통계인데 의원은 하루에 전화처방을 한 건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병원급 이상은 기관당 전화진료 청구 건수 숫자가 의원보다 약 2배 이상 많았다.
상급종합병원은 14개 기관이 2858건을 청구했는데 한 곳당 204건을 청구했다. 종합병원은 109개 기관이 2만522건, 병원은 275개 기관이 1만4093건의 전화상담처방을 했다. 한 곳당 188건, 51건을 전화로 환자 진료를 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 K내과 원장은 "환자 얼굴을 보지 않고 간단한 문진만 한 후 기존에 먹던 약만 처방하기 때문에 추가 검사나 치료를 할 수가 없다"라며 "그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수익적으로도 그렇게 큰 이익이라고 볼수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환자 얼굴을 보면 안색 등을 파악해 진단이 가능하지만 계속 전화로만 처방을 하다 보면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라며 "최소 세 번까지는 전화진료로 버텨도 그 이상은 무리"라고 잘라 말했다.
서울 N의원 원장 역시 "전화진료는 환자와 의사의 견고한 신뢰관계가 중요하다"라며 "현재는 병원의 요구로 전화진료가 이뤄지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후 제도화가 됐을 때는 환자 요구도 생길 것이고 의료진이 오히려 코너에 몰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