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과 시절이 유일하게 놀 수 시간이다. 실컷 놀아라."
의과대학에 입학하면 흔히 듣는 얘기다. 하지만 연세의대는 "예과때 의학 이외 타과 전공을 경험해보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아무생각 없이 즐겨라'에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예과시절에 의학 이외의 분야를 접할 수 있는 시간으로 기회를 가지려는 의대생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의예과 부전공 맞춤형 교육과정'. 연세의대에서 불고 있는 새로운 바람은 어디에서 시작한 것일까.
최근 연세의대 박용범 교육부학장(류마티스내과)과 의예과 학사지도교수를 맡고 있는 정한나 교수(의학교육학교실)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앞서 지난 2016년 2017년도에도 한두명씩 타과 부전공을 이수하는 경우는 있었다. 이를 본격적으로 제도화한 것은 지난 2018년도.
고강도 학생(가명)은 예과 과정에서 응용통계학과, 경제학 2개를 부전공했다. 연세대 본교 학생들은 4년에 걸쳐 이수하는 과목을 예과 2년에 이수하려면 여름, 겨울 계절학기까지 쉬지않고 수업을 들어야 가능한 고강도 일정이지만 결국 해냈다.
자발적 예과 3년을 다니고 있는 학생도 있다. 호기심 학생(가명)은 경영학을 복수전공함과 동시에 일본 교환학생을 신청했다.
복수전공은 부전공보다 더 많은 학점을 이수해야 하는 어려운 과정이지만 예과 과정을 1년 늘리면서까지 열정을 불태웠다.
주목할 점은 부전공에 관심을 갖는 의대생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부전공을 이수한 의대생은 그렇지 않은 의대생보다 평균 학점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한나 교수에 따르면 2020학번으로 입한한 의예과 학생 121명 중 73명이 부전공 이수 의사를 밝혔으며 25명은 고민 중이다.
지난 2019년 입학생 중에는 47명이 부전공을 이수 중으로 예과 학생의 1/4를 차지했다.
즉, 과거 부전공도 이수하는 '특이한' 의대생에서 전체 의예과 학생 중 절반이 하는 '대세'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연세의대는 예과에서 부는 바람을 본과로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본과부터는 의학과 내 다양한 일반 선택과목과 연계해 융합형 인재가 지속적으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과대학 내 '연구멘토링' '심화 연구 멘토링' '연구 인턴십'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수가 학생별로 진로상담을 실시하는 LC(Learning community) 시스템이 바로 그것.
의대생 진로 탐색 프로그램 일환으로 2년에 한번씩 개최하는 진로 박람회도 의대생들의 시야를 넓히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한나 교수는 "앞서 2016년, 2017년 당시 의학 이외 타과 부전공을 한 학생들은 경영 관련 공모전이나 경진대회에 참여하는 등 의학만 전공한 학생들과는 달리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과대학 선후배간 자체적으로 '멘토스'라는 모임을 마련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용범 부학장은 "부전공을 이수한 학생 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새로운 문화로 자리를 잡아나가는게 중요하다"면서 "이들은 당장 성과를 내지 않더라도 시야를 확장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융합'을 강조하지만 의대교수와 자연대 교수는 서로 출발점이 달라 합의점을 찾기 어렵지만 융합적 시각을 지닌 의사는 자연스럽게 융합적 사고를 통해 창의적이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그의 바람이다.
박 부학장은 "이들은 의료계 내 레드오션을 두고 경쟁하기보다는 남들이 볼 수 없는 영역을 개척해나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