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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수가협상 판세...코로나19 득일까 실일까

발행날짜: 2020-05-11 05:45:59

메타포커스2019년 진료비 증가 분석…치과 '울상' 의원 '다크호스'
올해 상반기 진료지표 반영 요구했지만 정작 가능성은 '희박'

의료기관들의 내년도 초‧재진료 인상분을 결정하는 유형별 수가협상이 본격 시작됐다.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감염병 비상사태 속에서 진행되는 수가협상인 터라 경영상 타격을 입은 의료기관의 보상심리가 작용해 수가인상 요구가 어느 때보다 강하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가협상 시작을 알리는 상견례장에서도 유형별 요양기관을 대표하는 단체장들은 통상적인 절차를 넘어선 파격적인 수가인상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협상을 진행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료기관의 경영상황도 어렵기도 하지만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도 고려해야 하는 부담감이 존재한다.

자료사진. 5월 한 달 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과 6개 의약단체는 2021년도 유형별 요양급여비 계약을 위한 현상을 진행하게 된다.
9일 메디칼타임즈는 앞으로 한 달 가까이 진행될 유형별 수가협상에서 작용할 쟁점을 짚어봤다.

코로나19 의료기관 경영악화 반영될까

우선 이번 2021년 수가협상의 가장 큰 화두는 올해 상반기 의료계를 휩쓸다 시피 했던 코로나19 악영향이 수가인상에 반영될 수 있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미 의료계에서는 지난 3월 코로나19 감염병 사태가 본격화된 시기서부터 수가협상을 오는 10월로 연기해 그 영향을 수가협상에 반영하자고 요구했지만, 건보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에 협상기한이 못 박아져 있다는 이유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5조에 5월 마지막 날까지로 협상 기한이 명시돼 있다. 다만, 올해의 경우 5월 마지막 날이 일요일인 탓에 6월 1일 자정까지가 법률상 명시된 협상 만료 시간이다.

사실상 2020년 상반기 진료비 현황 지표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건보공단이 에둘러 표현한 심이다.

또한 원칙적으로 유형별 수가협상은 전년도 진료비 인상분을 토대로 차기 년도 인상률을 결정하게 된다. 수가협상의 기본 골격을 결정하는 '2021 유형별 환산지수 연구'도 이 때문에 2019년도 진료비 통계를 가지고 지난 12월부터 시작한 데다 최근 공급자단체와의 제도발전협의체에서 중간 진행상황을 보고하기도 했다.

결국 일련의 과정 모두가 통상적으로 대부분 이뤄진 상황에서 건보공단도 갑작스럽게 방침을 바꿀 수 없는 노릇.

의약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코로나19에 따른 상반기 경영악화를 수가협상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하지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구나 수가협상 과정에서 의료계의 카운터 파트인 가입자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의료계에 코로나19에 따른 파격적인 수가인상은 곧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부담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급자단체 관계자는 "건보공단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요양기관의 영향들을 파악해달라고 공문을 보내왔지만 이를 제출한다고 수가협상에 반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최근 열린 제도발전협의체에서도 내년에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된 경영지표가 나오면 이를 반영하면 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재정운영위원회 중심의 가입자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어렵지 않은 계층이 어디 있겠는가. 의료기관들보다 일반 자영업자를 포함한 국민들이 더 어렵다는 여론이 가입자들에게 우세해 파격적인 수가인상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2년 연속 결렬된 의원, 올해는 다를까

그렇다면 지난해 각 유형별 진료비 증가 현황은 어떻게 될까.

2018년과 2019년 유형별 진료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치과 병‧의원의 진료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치과 유형 전체로만 15% 이상 진료비가 전년도보다 늘어나면서 유형 중 최고 인상률을 기록한 것이다.

2018년~2019년 유형별 진료비 현황(단위 : 백만원, %)
이는 65세 이상 임플란트 시술이 급여권으로 들어온 데에 이어 충치치료 부분까지 건강보험으로 전환되면서 지난해 진료비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진료비 비중이 가장 큰 병원 유형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은 7.2%로 평균 증가율을 밑돌아 진료비 급증 현상이 둔화된 반면 종합병원의 진료비가 15.5%로 급증한 것을 볼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포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그 낙수 효과로 종합병원에 환자가 집중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병원계의 의견.

병원협회의 한 임원은 "전체 상급종합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99%를 상회하는 상황으로 외래의 경우 긴 대기시간이 필요해졌다. 즉 상급종합병원은 더 이상 진료비가 늘어날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한 것"이라며 "종합병원 진료비 증가는 상급종합병원에 가지 못한 환자들이 종합병원으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합병원에 환자가 몰린 데다 MRI나 초음파 등 보장성 강화 현상이 작용하면서 진료비가 전년도 급증한 것"이라며 "한방 병‧의원의 증가는 추나요법 급여화에 따른 영향이 있을 것이다. 다만 추나요법으로 한의원보다는 한방병원이 특수를 누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9년 3월과 2020년 3월 의원급 의료기관 폐업 현황 자료다. 같은 기간 대비 폐업한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 늘어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자료제공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따라서 공급자단체들은 올해 수가협상에서는 진료비 증가도 크지 않은 데다 조제료 외에 기대할 수 없는 약국 유형이 단연 최고인상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올해 수가협상에서는 가장 '다크호스'는 의원을 지목했다. 2년 연속 결렬을 기록했던 의원이지만 이번에는 인상률 순위에서 2위 자리를 충분히 노릴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공급자단체 보험이사는 "전년도 진료비 증가율을 보면 수가인상률 순위는 대략 볼 수 있다. 의원을 대표하는 의사협회 협상단의 역할이 한층 커질 것 같다"며 "의원의 경우 진료비 전체 증가율을 웃돌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진료과목 별로 편차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표시과목별 의원 중에서도 초음파 급여화의 효과를 누린 내과를 비롯해 산부인과 등의 진료비 증가율은 두드려졌지만 소아청소년과 등은 상황이 정반대"라며 "이 같은 점을 건보공단과의 협상에서 제대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결국 수가인상률 면에서는 2등이 누가 되느냐가 관전 포인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