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인구 사망률에 가장 큰 위협은 고혈압입니다. 매년 전세계 1천만명이 고혈압으로 사망합니다."
5월 17일 세계 고혈압의 날을 맞아 국내에서 개최되는 공공 혈압측정 캠페인 K-MMM(May Measurement Month)을 두고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에 몸살을 앓는 세계 각국이 MMM 캠페인 진행에 백기를 가운데 한국에서만 K-MMM이 진행되기 때문.
일각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고혈압학회의 캠페인이 '제2의 K-방역모델'과 같이 선진국들이 주목하는 표준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세계고혈압학회(ISH) 카운슬 멤버로서 한국 MMM 위원장인 조명찬 교수(충북의대)를 만나 올해 캠페인의 주제와 운영 방침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공공 혈압측정 캠페인의 기획 의도는?
전세계 인구의 사망 위험요인 1위가 고혈압이고 매년 1천만 명 이상이 사망한다. 하지만 워낙 흔한 질환이다보니 이에 대한 경각심, 인지율이 여전히 낮다. 고혈압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나 된다. 우리나라는 36%에 달한다.
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하면 국내 고혈압 환자는 11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모르고 있다간 향후 심각한 질환뿐 아니라 사망을 야기할 수 있다. 혈압 측정에 대한 인지율을 올리려고 글로벌 캠페인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작년부터 동참했다. 국민 심혈관 건강 수준을 올리고 사망 위험을 줄이기 위한 공익 캠페인이다.
▲올해 두번째 K-MMM이 진행된다. 변경된 점과 중점을 둔 사안은?
먼저 포맷을 바꿨다.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때문에 대면 상담 및 혈압 측정이 어려워 이를 온라인 방식으로 바꿨다. SNS를 활용한 혈압 측정 인증샷, UCC 공모전 및 고혈압 TV 채널 오픈 등 디지털 포맷으로 바꿔서 한다는 게 가장 큰 변화다.
주제는 "젊은 고혈압을 찾아라"로 정했다. 수십년간 평균적인 고혈압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이 상당히 올라갔지만 여전히 젊은 층의 관리 실태는 취약한 편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왜 혈압 측정이 중요한지 이번 캠페인을 통해 환기시키고자 한다.
▲젊은 층의 고혈압 관리 실태는?
작년 K-MMM19 캠페인을 통해 혈압측정 실태를 조사한 바 있다. 혈압측정을 평생 한번도 해보지 않은 참가자가 무려 10.3%나 됐다. 1년 이내에 혈압측정을 하지 않은 참가자도 10.6%로 전체 성인의 20%가 혈압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
젊은 층은 더 심각하다. 30대의 고혈압 유병률은 20% 정도다. 성인 20~30대를 포괄적으로 말하자면 이들의 고혈압 인지율은 10%도 안 된다. 치료율도 10%대다. 조절률은 30~40%대다. 국내 고혈압 환자의 질환 인지율은 65%, 치료율은 61%, 조절률은 44%에 불과하지만 30~40대의 젊은 층은 인지율과 치료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진다.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상황이다. 글로벌 학회들도 대부분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젊은 층은 물론 전반적으로 질환 자체를 관리할 겨를이 없다. 우리는 권역뇌심혈관센터가 있다. 치료 및 관리에 있어서는 선진국 수준을 자랑한다. 치료는 일정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이제 관리의 사각지대, 젊은 층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할 때다.
▲젊은 층의 혈압 관리 및 인식이 부실한 이유는?
혈압을 재서 객관적인 상태를 확인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아무리 방송에서 코로나19가 위험하다고 해도 마스크 없이 클럽에 가는 젊은이들이 나온다. 하지만 소리없이 나빠지는 건강상태를 외면하거나 건강에 대한 근거없는 자만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건강을 해치는 위해 요인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것이 큰 요인이지만 서구화에 따른 생활 습관 변화도 한몫 차지한다. 운동 부족과 흡연 및 기름진 음식을 섭취하는 환경에 노출돼 있다. 그런데도 젊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라는 맹신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학회 차원에서 캠페인을 통해 인식을 전환시키려는 것이다.
▲온라인 방식이 젊은층에게 더 어필하는 등 순기능이 예상된다
물론이다. 유튜브, UCC, SNS가 훨씬 더 가깝게 젊은이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혈압 측정이 왜 중요한지 아는게 중요하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혈압 측정이 어려워 불가피하게 디지털 포맷으로 바꾼 측면이 있지만 오히려 이것이 더 좋은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글로벌 MMM을 리드하는건 세계고혈압학회다. 반면 디지털을 활용한 분야에서는 우리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전세계가 코로나19에 몸살을 앓으면서 글로벌 MMM 캠페인이 취소됐지만 우리나라만 진행한다. 디지털 접근성 좋은 우리나라는 온라인 방식을 통해서도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있어 선진국들이 K-방역모델을 눈여겨 본 것처럼, K-MMM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또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캠페인은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 만성질환예방과와 공동주최한다. 만성질환관리에는 민간, 정부, 학계가 모두 함께해야 한다. 민관이 함께 고혈압·당뇨 등록사업을 진행한다든지, 캠페인을 같이하는 것도 만성질환관리 모델에 좋은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물론 미국/유럽에서 고혈압 치료, 진료 지침 작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게 사실이지만 아시아인에게는 아시아인에 적합한 모델이 필요하다. 아시아인은 유전 배경, 질병의 발생 원인, 치료 반응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이 주도해 진료 지침, 가이드라인, 방역 모델, 질병 예측 모델을 만들고 성공적으로 운영한다면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스탠다드'로 자리잡지 않을까 한다.
▲캠페인을 통해 예상되는 기대효과는?
국내에서 고혈압은 단일 상병코드로 의료비 지출 최다 항목이다. 학회에서 분석한 결과 고혈압으로 1년 들어가는 직간접적인 사회적 비용은 약 13조원에 달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돈이다. 예방의 순기능만 잘 살려도 이런 유용한 재원을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다.
사회적 비용이 크기 때문에 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성인 세 명 중 한명이 고혈압이다. 말 그대로 국민병이다. 대게 암이라든지 천식은 개인의 병으로 치부하는데 고혈압은 개인의 병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식습관, 생활 환경과 같은 사회, 문화적인 맥락이 녹아있다는 점에서 고혈압은 사회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전문가 그룹인 학회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에 나선 이유로 그런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