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 자보 심사규정 대변화…행정조사 권한 빼고 다 가졌다 심의기구인 자보심사위 구성 완료하고 시행…병‧의협에 통보
정부는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이하 자보심사)의 전문성과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3년 7월부터 자보심사 권한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이관했다.
이 가운데 7년의 시간이 흐른 2020년 5월 현재, 심평원 자보심사가 대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
건강보험 심사와 마찬가지로 자동차보험에서도 심평원의 심사 권한이 막강해지면서 소위 '의료계 검찰'로서의 자리를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그동안에는 자동차보험 심사에만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청구부터 심사, 사후관리와 심사지침 및 기준 마련에까지 심평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새롭게 길이 열렸다.
조사 권한만 빼고 다 가진 심평원
앞서 국토교통부는 의료계의 의견수렴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심사업무처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확정, 지난 7일부터 전격 시행한 바 있다.
여기서 가장 눈의 띄는 대목은 심평원이 종전과 다르게 자보심사를 위한 현지확인 권한을 가지게 됐다는 부분.
이전까지 심평원은 건강보험 상에서의 현지확인 심사를 그대로 자보에까지 준용해서 실시해왔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자보 심사 관련 규정에서는 현지확인과 관련된 규정이 모호해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지 못해왔다.
하지만 개정안이 확정‧시행되면서 이제는 자보 진료비 청구 이상 시 직접 심평원 직원이 현지확인을 거쳐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세부적인 운영 권한도 국토교통부가 아닌 심평원이 갖게 되면서 자보 심사의 권한 행사의 폭이 넓어졌다.
또한 추가적으로 의료기관이 사전에 자보 진료비를 청구할 때 사전 점검할 수 있는 '청구오류 사전점검서비스 신설‧운영' 권도 가지게 됐으며, 의료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보 청구 명세서가 심사가 곤란할 경우 반송을 통한 수정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갖게 됐다.
사실상 자보 의료기관의 청구서부터 심사, 사후관리의 권한이 심평원에 주어지게 된 것인데, 복지부의 위탁을 받아 시행 중인 현지조사를 제외하고선 건강보험 심사와 마찬가지의 지위를 갖게 된 셈이다.
자보 의료기관 현지조사의 경우도 지난해 국회에서 법안 발의가 추진된 바 있어 향후 또 다시 추진될 여지가 남아 있는 상황.
심평원 자보심사센터 관계자는 "그동안 현지확인 심사는 건강보험을 준용해 내부적인 지침에 따라서만 해왔다. 사실상 확실한 근거가 부족했다"며 "하지만 국토부 규정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현지확인 심사의 명확한 근거 규정이 마련돼 앞으로 자보 심사를 좀 더 세밀하게 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자보 의료기관 조사 권한은 심평원이 아닌 각 지자체가 갖고 있는데 지난해 국회에서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현재는 입원환자 부재자 점검 수준으로 지자체에서만 가능하다"고 개선의 여지를 남겼다.
자보 심사 지침 마련할 '심의기구'도 완성
이와 함께 심평원은 2020년 5월 진료심사평가위원회와 어깨를 나란히 할 새로운 의료인 중심 심사기구의 탄생을 알렸다. '자동차보험진료수가심사위원회'(이하 자보심사위원회)가 그것이다.
심평원 내에서 건강보험 심사지침을 개발하는 진료심사평가위원회처럼 심평원의 한 조직으로 자보심사위원회를 설치. 자보 진료수가 심사지침 설정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확정된 개정안을 살펴보면 국토부는 '심평원의 진료수가를 심사함에 있어 의학적 전문성과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자보심사위원회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 때 자보심사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권은 심평원장이 정한다는 점도 못 박았다.
따라서 앞으로 운영될 자보심사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150명 이내의 상근 또는 비상근 위원으로 구성되며, 심사조정위원회, 분과위원회, 전문위원회로 나뉘어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상근 심사위원은 의약계나 보험업계가 추천해 심평원장이 임명하게 된다.
비상근 심사의 경우 의약계 단체 20%, 의약분야별 전문학회 30%, 보험업계 20%, 소비자단체 10%, 심평원 20% 지분을 차지해 추천권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심평원은 자보심사위원회의 위원으로 127명의 위촉을 마무리하는 한편, 병원협회와 의사협회의 운영 방침을 전달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보심사센터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심평원 내부지침으로 97명의 전문가자문단을 위촉해 의견을 듣는 데에만 집중했다"며 "앞으로는 규정이 명문화되면서 자보 심사 지침도 심평원이 적극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료계는 심평원의 자보 심사의 권한이 막강해진 것을 두고선 추나요법을 시작으로 한 '한방 병‧의원'을 겨냥한 포석이라고 평가했다.
의료계도 물론 영향을 끼치겠지만 자보 진료비에 50%를 육박하는 한방 진료비 심사를 강화하려는 의미로 본 것이다. 추나요법에 이어 건강보험 급여화를 앞두고 있는 첩약을 대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병원협회 임원은 "기존에는 심평원이 건강보험 규정만을 준용했을 뿐 자보에 맞는 심사지침을 개발할 수 없었다"며 "즉 추나요법을 시작해 첩약도 급여화를 앞두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에 대한 심사지침 개발할 근거 규정을 없다고 보면 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지만 앞으로 심사지침을 개발하고 현지확인 심사까지 하는 등 권한이 막강해지면서 자보 진료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 한방 병‧의원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며 "건강보험에서는 한방 진료비가 4% 수준인데 자보 진료비에서는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이 점을 그대로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