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포스포네이트 아시아인 위험성 국내 연구진 뒤집어 약물 효과가 위험성 우려 크게 상회…"휴지기 필요없다 "
골다공증약 비스포스포네이트를 둘러싼 대퇴 골절 위험성 논란이 마침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연구를 통해 한국인에게는 오히려 이득이 더 크다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의학계에서 아시아인의 경우 비스포스포네이트 장기 처방이 더욱 위험하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며 휴지기를 갖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는 점에서 향후 처방 패턴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스포스포네이트 대퇴 골절 위험성 논란 마침내 정리되나
비스포스포네이트(bisphosphonate)는 골흡수 억제제의 대표적 약제로 미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도 골다공증성 골절을 예방하기 위한 1차 치료제로 꼽히는 다처방 의약품이다.
그만큼 고관절 골절 위험 등을 막는데는 효과가 증명됐지만 장기간 처방시 대퇴골 골절에 취약하다는 부작용이 대두되면서 혜택과 위험성을 저울질 해야 하는 약품으로 분류된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골다공증 환자에 비해 아시아인에게 더욱 이같은 위험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국내에서도 4~5년 처방시 휴지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지난 미국 카이저 퍼머넌트 연구소가 비스포스포네이트 처방을 받은 4만 8390명을 대상으로 비정형적 대퇴 골절(atypical femoral fractures, AFFS) 비율을 조사한 결과 아시아인이 백인에 비해 최대 8배나 높게 나타났다(JAMA 2016;316(7):715–716).
평균 7.6년의 추적 기간 동안 백인 여성은 AFF가 나타난 환자가 10만명당 7.6명에 불과했지만 아시아인 여성의 경우 64.2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비스포스포네이트 처방후 5년이 지나면서부터는 이같은 위험성이 이득을 뛰어넘는 만큼 아시아인 여성의 경우 처방 중단을 고려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제언했다.
이외에도 장기간 비스포스포네이트 요법에 대해 추적 관찰한 다양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 결론이 내려졌다(JAMA 2010;304(13):1480–1484). 5년 이상 시간이 지날수록 특히 아시아계 여성들일수록 이같은 위험성이 높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도 대다수 의학자들을 통해 5년을 주기로 비스포스포네이트 처방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진 것이 사실이다.
한국인 대상 대규모 추적 관찰 연구 도출 "이득이 더 크다"
하지만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이같은 정설은 새롭게 뒤짚히게 됐다. 한국 환자들에게는 오히려 비스포스포네이트 처방을 유지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서울대 의과대학 정형외과 이영균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2002년부터 2013년까지 비스포스포네이트를 처방받은 50대 이상의 환자 4만 6420명을 대상으로 장기와 단기로 환자군을 나눠 비정형 대퇴골절율(AFF) 등을 분석하고 20일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결과를 공개했다(doi.org/10.3346/jkms.2020.35.e193).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비스포스포네이트 장기 처방 위험성 연구가 대부분 미국과 유럽에서만 수행됐고 아시아에서는 진행된 점이 없다는 점에서 실제로 한국 환자들의 역학 연구에서도 같은 경향이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12년간의 연구 기간 동안 1년 이상 비스포스포네이트를 복용한 장기 처방 환자들 중에는 61명에게서 대퇴 전자하부(Subtrochanteric)나 대퇴골간(Femoral) 골절(ST, FS)이 나타났다. 1년 이하로 복용한 단기 사용자는 36명이었다.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장기 처방 환자는 1만명당 67.1명에 달하며 단기 사용자는 31.2명으로 ST, FS 골절의 누적 발생률은 단기 처방 환자보다는 장기 처방 환자에서 더 높았다. 다른 모든 조건을 조정하면 위험율은 장기가 단기에 비해 2.34배 높게 나타났다.
대퇴경부(femoral neck)와 대퇴 전자간(Intertrochanteric) 골절(FN, IT)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장기 처방자는 204명, 단기 환자는 511명이 나왔다.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장기 처방 환자가 단기 처방 환자에 비해 위험율이 57%에 불과했다.
이를 종합적으로 회귀 분석하면 비스포스포네이트 처방을 이어가는데 대한 대퇴 전자하부, 대퇴골간 골절의 위험 증가율은 0.0025였다. 이에 대한 NNH(Number Needed to Harm)은 400이었다.
NNH란 NNT(Number Needed to Treat)와 함께 약물의 이득을 평가하는 척도로 400명의 환자가 비스포스포네이트를 장기간 복용할 경우 이러한 골절이 1회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비스포스포네이트의 혜택을 꼽히는 전형적 고관절 골절에 대한 위험은 크게 낮아졌다. 이에 대한 절대 위험 감소는 0.0095로 NNT는 105였다.
105명의 환자가 1건의 고관절 골절을 피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비스포스포네이트 처방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결과적으로는 결국 한국 환자의 경우 장기간 비스포스포네이트를 이어가는데 대한 혜택이 위험성을 상쇄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장기 처방 이득 확연…아시아계 특성 우려와 달라
연구진은 이러한 분석 결과가 과거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뤄졌던 인종별 차이를 뒤짚은 결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 환자의 경우 대퇴 전자하부, 대퇴골간 골절 발생률이 10만명당 67.1명으로 미국 및 유럽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NNH와 NNT를 봐도 대퇴 전자하부, 대퇴골간 골절에 대한 NNH가 400이고 전형적 고관절 골절의 NNT가 105라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400명의 환자가 장기간 비스포스포네이트로 치료하면 4개의 고관절 골절을 막고 1개의 대퇴 전자하부, 대퇴골간 골절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혜택이 월등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견해다.
결국 이러한 결론을 바탕으로 과거 비정형적 대퇴골절 위험성으로 인해 장기 처방을 꺼리던 관행적 처방을 바꿔야 한다는 것.
연구진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연구를 통해 장기간 비스포스포네이트 처방이 위험성보다는 혜택이 크다는 점을 규명했다"며 "특히 비정형적 대퇴골절과 같은 희귀 사례도 모두 조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아시아인에게 비스포스포네이트 장기 처방이 위험하다는 우려가 실제보다 과대 평가됐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라며 "고관절 골절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이러한 처방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