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사실상 춘계학술대회가 연기나 취소된 상황에서 장기화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이미 연기해 놓은 학회는 물론 추계 학회까지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상당수 학회들이 춘계학술대회를 6~7월로 미뤄놓았다는 점에서 이미 발등에 불은 떨어진 상황이다. 대부분의 추계학술대회가 9월을 기점으로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더이상 미룰 수 있는 시간적 한계도 분명하다.
이미 빅5병원에서 원내 감염 사례가 나온데다 이태원 사태의 영향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6월 개최 학회들은 진행이 힘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온라인 학술대회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은 제도적 지원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 학술대회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과 효과는 이미 검증이 끝난 상황이다. 대한당뇨병학회가 5월 이미 성공적으로 온라인 학회를 끝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웨비나 등을 통해 기술적 기반들은 충분히 검증이 된 부분도 있다. IT 강국답게 이미 많은 학술행사나 교육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고 이는 비단 의학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적 지원에 대한 논의가 지나치게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그나마 의학회와 의사협회, 복지부가 머리를 맞댔지만 아직까지는 뚜렸한 윤곽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온라인 학술대회에 대한 e-부스 설치 방안도 복지부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 또한 첫 회의를 6월로 잡아놓았다. 제도적 지원을 위해서는 공정경쟁규약 개정 등 굵직한 행정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6~7월로 잡아놓은 학회들은 이미 선택지가 없다.
연수 평점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춘계학술대회 시즌에 많은 학회들이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수개월간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다 이제서야 부랴부랴 복지부에 대책을 주문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 또한 연수 평점 취득 기간을 유예해 달라는 요구다.
하지만 이미 세계 유수 의학회들은 포스트 코로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세계 3대 암학회로 꼽히는 미국암학회(AACR)을 비롯해 임상종양학회(ASCO)도 이미 온라인 진행을 확정했다.
미국내분비학회(ENDO) 오는 6월 학술대회를 이미 온라인으로 준비중이다. 그외에 6월, 7월에 진행되는 세계 학회 대부분도 온라인 전환이 확실시되고 있다.
K-의료, K-방역 등을 외치며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도 막상 의학자들의 학술의 장은 제도적 한계에 막혀 뒷걸음질 치고 있는 셈이다. K-의료의 쓸쓸한 그림자다.
전 세계는 현재 한국의 의료시스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이미 진행된 온라인 학술대회와 포럼에 해외 국가에서 접속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인터넷 망을 통해 K-의료를 세계에 알릴 기회가 열린 셈이다.
현재 정부에서 제시하는 온라인 전환의 문제는 출결 확인이다. 의사들이 학술대회 창을 열어놓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연수 평점이 의사 면허의 유지를 위한 방편이라는 점에서 출결 확인은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오프라인 학회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바코드를 찍는다고 해도 그 강의에 집중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미 세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는 그 흐름을 선도하고 있는 국가 중에 하나다. 의사들의 출결 확인을 이유로 세계적 흐름인 온라인 학회가 막힌다면 국제적 망신거리가 아닐 수 없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담구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왕 담굴 꺼라면 하루라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