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지난 13일 박능후 장관에 이어 김강립 차관 주재로 열린 릴레이 간담회. 분당제생병원장이 간담회 참석한 이틀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동석한 인원들까지 2주간의 자율적 자가격리 조치에 처해진 것이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간담회에 참석한 인사들의 신분이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일선 의료현장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대학·종합병원장들이 20명 안팎으로 대거 참석했기 때문이다. 김강립 차관과 마찬가지로 간담회에 참석한 병원장들도 당장 다음 주말까지 꼼짝없이 집에서 격리생활을 해야 할 형편이다.
더구나 참석한 병원장들의 사연을 들어가면 그 안타까움은 배가 된다.
코로나19로 수도권 대형병원들 중 가장 큰 홍역을 치른 권순용 은평성모병원장도 해당 간담회에 참석했다가 2주간의 자가격리에 들어 간 것이다. 2월 내내 전 직원이 힘을 합쳐 코로나19 폭풍을 견뎌내고, 정상진료에 들어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다시 병원의 컨트롤타워가 어이없게 부재 상태가 돼버렸다.
병원장이 참석한 다른 수도권 대학·종합병원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순천향서울병원이나 강동경희대병원,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장도 2주간의 자가격리에 처해져 유선으로 보고를 받으면서 코로나19 전쟁 속 전장을 지휘하는 한편, 예정됐던 외래와 수술일정을 또한 연기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결과론이지만 복지부의 간담회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중증환자 치료를 위한 병상확보가 간담회의 목적이었지만,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의료현장을 누비는 병원장들을 모임 자제령 속에서 간담회에 꼭 불러냈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요즘같은 시기에 전문 회의장도 아닌 '다닥다닥 붙어앉는' 구조의 작은 식당에서 간담회를 계획했던 발상조차도 이해하기 힘들다.
만약 간담회로 인해 확진을 받은 병원장이라도 나타난다면 해당 병원 보직자들까지도 모두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데 이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질려고 했던 걸까.
더구나 복지부와 그 산하기관들이 평소 자주 활용하던 '영상회의'라는 대안도 존재했음에도 말이다. 심지어 간담회 자리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마스크 마저 쓰지 않았다는 화난 목소리까지 기자에게 들려온다.
그동안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복지부는 박능후 장관의 '말실수'를 시작으로 사태 대응에 크고 작은 문제점을 지적받아 왔다. 이번 김강립 차관의 자가격리 논란도 결국에는 코로나19 정부 대응 속 큰 오점으로 남아 향후 '백서'에도 남을 법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