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별 환산지수 계약, 이른바 수가협상이 한창이다. 올해 협상은 코로나19라는 유례 없는 감염병 사태 속에서 진행되는 터라 일선 의료기관이 바라는 초·재진료 인상의 눈높이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 가운데 단연 주목을 받는 유형은 바로 의원급 의료기관.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년간 의원을 대표해 나선 의사협회가 협상에서 모두 건보공단과 합의하지 못하고 결렬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만약 협상 결렬이 되풀이된다면 제도 도입 이후 3년 연속 최초 '결렬'인 데다 최대집 회장 임기인 3년 동안 단 한 번도 체결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상황은 어떨까. 일단 협상의 기본 바탕이 되는 '전년도 급여 데이터(청구실적)'는 지난 2년과 비교해 별반 다르지 않다. 진료비 증가율과 비중 면에서 조금은 증가했다고 볼 수 있지만, 협상의 전략을 바꿀 만큼의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의원을 대표해 나선 의사협회 협상단의 책임이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건보공단과의 협상을 생각한다면 의사협회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녹록지 않다.
지난 2년간 건보공단은 모든 유형과의 체결이 어렵다면 소위 '한 유형을 살리고 한 유형은 버리는' 협상 전략을 구사해왔다. 실제로 2년 연속으로 의원이 결렬한 사이 병원은 '체결'하면서 성공을 맛봤다. 지난해의 경우 병원은 1.7%의 인상률에 도장을 찍었는데 전체 1조 478억원의 추가재정 중 절반에 가까운 4349억원을 가져갔다.
즉 지난 2년간의 결과를 토대로 올해 협상을 가늠해본다면 또다시 이 같은 결과가 재연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현재도 이러한 예상은 협상장 안팎에서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 2년간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보장성강화 파트너는 의원보다는 병원이었다. 이 때문에 건보공단 내에선 무조건 병원과는 타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앞으로의 보장성강화 정책에서도 병원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데다 지난 2년간의 비협조로 일관한 의사협회의 대정부 전략도 밑바탕이 됐다.
건강보험의 재정도 문제다. 당초 17조원 적립금 규모에서 감염병 사태로 대구·경북지역 건강보험료 경감과 조기지급과 선지급, 감염 수가인상 등으로 현재 16조원으로 줄어들었다. 감염병 사태로 건강보험료 인상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보장성강화 정책도 병행해야 하는 정부와 보험자 입장에서 대폭적인 수가인상은 힘들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을 총괄하는 복지부 이기일 국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보험자와 의료기관 어려움을 같이 살펴봐야 한다"며 "의료기관 경영이 어렵다고 이야기만 하지 말고 선지급 제도를 활용해 달라"고 의미심장한 말도 남기기도 했다.
과연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 의사협회 협상단은 2년 연속 결렬이라는 과거에서 벗어나 협상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어느때보다도 협상력이 중요하다. 한 주 남은 건보공단과 공급자단체 간의 협상에서 의사협회의 극적인 반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