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명 대상 11개 연구 메타분석 통해 부작용>이익 결론 비뇨의학회, 한국 의료 특성 강조…"코로나 사태 좋은 예"
전립선암 진단을 위한 전립선 특이 항원 검사(PSA, Prostate specific antigen)의 효용성이 또 다시 도마위에 오르면서 학계가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10여년 넘게 유용성을 강조하며 국가건강검진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정적 데이터가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한 비뇨의학회 등 학계는 한국 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혜택이 분명하게 우월하다며 다시 한번 강조하고 나섰다.
PSA검사 대한 대규모 메타분석…독일 보건당국 이득 없다 결론
독일 의료기술 평가 기관인 건강관리 품질 효과 연구소(IQWIG)는 현지시각으로 28일 PSA 검사의 효용성에 대한 최종 보고를 내고 혜택이 부작용을 능가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맞춰 독일 보건 당국은 국가 검진에 PSA검사 항목을 제외하고 임상의사의 재량에 따라 민간 의료기관에서 선별적인 검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건 정책을 변경할 계획이다.
IQWIG의 이번 혜택 평가 보고는 40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11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메타 분석한 결과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단순히 독일 인구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임상시험을 메타 분석했고 이에 대해 국가 기관이 최종적으로 혜택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등 타 국가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IQWIG는 PSA 검사가 일부 남성에 한해 전림선암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분명하게 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기 진단이 과연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과연 PSA검사를 통해 전립선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전반적인 기대 수명을 늘린다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동시에 IQWIG는 PSA검사의 피해를 크게 부각시키며 부작용을 강조했다. 상당수 전립선암 환자들이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PSA로 인해 진단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위양성 스크리닝 검사를 통해 전립선암이 없는 남성에게도 피해를 입힌다고 결론냈다. 결국 국내에서와 같은 과잉진단 논란이다.
과잉진단으로 굳이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는 남성들이 요실금과 발기 부전과 같은 수술, 시술 합병증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 또한 위양성을 가진 남성의 경우 전립선 생검으로 인한 피해도 만만치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IQWIG는 PSA검사가 암의 조기 진단을 통해 주는 혜택보다 피해가 더욱 크다고 결론내렸다. 또한 전 세계 보건 당국과 전문가들은 PSA 검사를 추천할 필요가 없다고 제언했다.
IQWiG의 Jurgen Windeler 이사는 "PSA 검사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이를 입증할 연구는 없다"며 "IQWiG가 대규모 메타 분석을 통해 결론을 낸 이유"라고 밝혔다.
비뇨의학회 등 학계 당혹…"그럼에도 유용성은 충분"
이처럼 PSA 검사의 효용성을 정면으로 부정한 연구 결과가 특히 유럽의 보건 당국의 주도로 발표되면서 국내에 미치는 영향도 관심사다.
현재 국내에서 약물 허가 사항이나 의료기술 평가 등을 미국과 유럽의 경향을 따라가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학계가 걱정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이로 인해 10년 넘게 국가건강검진에 PSA 검사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대한비뇨의학회 등도 상당한 우려를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학계에서 효용성이 우세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상황에서도 보건복지부가 의학적 근거 부족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부정적 연구 결과가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비뇨의학회 민승기 보험이사는 "보건 당국 주도로 이같은 부정적 보고가 나왔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보건복지부 등이 미국과 유럽의 정책을 상당히 신뢰하는 경향이 많은 것은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지금까지 이뤄진 수많은 연구들을 종합하면 아직도 PSA의 검사는 효용성이 많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하면 여전히 PSA 검사는 국가건강검진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뇨의학회는 PSA검사에 대해서만 비용효과성과 효용성 근거를 강도높게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궁경부암 같은 경우 국내에서 신규 환자가 4천명도 되지 않는데다 효용성에 대해서도 PSA 검사보다 논란이 많은데도 이는 포함되고 PSA는 안된다는 논리는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
또한 지난해 검진에 포함된 폐 CT의 경우도 효율성의 측면이라기 보다는 미세먼지 등이 이슈가 되면서 포함된 경향이 큰데도 PSA는 제외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민승기 보험이사는 "전립선암의 경우 신규 환자가 1만 2천명대인데 자궁암은 되고 전립선암은 안된다는 것은 형평성을 넘어 성 역차별 문제로도 볼 수 있다"며 "폐 CT의 경우도 상당수 국가에서 과잉 진단 등으로 비용효과성을 의심하고 있는데도 포함된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과잉진단 논란 또한 조직검사가 이뤄진 후에야 고위험암인지 저위험암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만큼 과잉 진단, 과잉 치료는 결국 임상 의사의 판단 문제"라며 "검사를 해놓고 결과를 어떻게 볼지 고민하는 것과 아예 검사를 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분명하다"고 못박았다.
비뇨의학회는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가 이를 방증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K 방역이 성공한 이유가 바로 과잉 진단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
우리나라와 같이 의료접근성이 좋고 수가가 싼 국가에서는 과잉 진단이 오히려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비뇨의학회의 결론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민간 건강검진이 어느 나라보다 활성화돼 있다는 점에서 국가건강검진에서 보장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환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민승기 이사는 "우리나라가 코로나 사태속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가 된 것은 결국 과도할 정도로 PCR 검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라며 "앞서 설명한 대로 검사를 해놓고 결과를 어떻게 볼지 고민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혜택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나라의 보험과 의료 체계는 세계 다른 어떤 국가와도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독특한 구조라는 점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며 "의료접근성이 매우 뛰어나고 민간 검진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는 점에서 설사 과잉 진단의 우려가 있더라도 환자들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