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감염학자들 주도 의학적 근거 마련 총력전 돌입 국내 사례 분석 및 기전 확보 안간힘 "연관성 부족하다"
국내에 소아 다기관염증증후군 일명 어린이 괴질 의심 환자가 나오면서 공포가 확산되자 의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진행하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연관이 있으며 가와사키병과의 상관 관계까지 제기되자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례 분석을 통해 근거 찾기에 나선 것.
어린이 괴질 의심 환자 등장…방역 당국·의학자들 초긴장
1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주 우리나라에 소아 다기관염증증후군(Multisystem inflammatory syndrome in children, MIS-C)로 의심되는 환자 2명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에 따르면 다기관염증증후군은 소아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주로 일어나며 알 수 없는 고열과 발진 등 전신성 염증 증상을 보이다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프랑스와 영국에서 이에 대한 사망 사례가 나왔으며 세계 13개국에서 환자가 발생하며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말 그대로 기전이 밝혀지지 않은 '괴질'이다.
지금까지 이 질환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연관성이 의심되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임상 양상을 통해 가와사키병의 범주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발생한 의심환자 2명은 4세 등 소아로 발열과 발진 등의 임상 양상을 보여 다기관염증증후군 의심 환자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한 추가 검사를 위해 방역 당국은 PCR 검사를 통해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항체 검사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정은경 방역대책본부장은 "다기관염증증후군 의심 환자의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항체검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전문가들과 면밀히 사례를 검토해 질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다기관염증증후군 의심 환자가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소아에 주로 발병하는데다 코로나와의 연관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코로나 혹은 가와사키병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선을 긋는 분위기다. 의학적 근거들을 볼때 아직까지는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공통된 중론이다.
관련 연구 및 의학적 근거 찾기 안간힘…1차 연구는 "가능성 낮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표된 연구에서도 이같은 분석은 분명하게 나타난다. 1일 SCI 학술지인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는 국내 연구진이 진행한 코로나와 다기관염증증후군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doi.org/10.3346/jkms.2020.35.e204).
서울대 의과대학 소아과학교실 최은화 교수와 성균관대 의과대학 소아과학교실 김예진 교수 등 국내에서 저명한 소아감염학자들이 내놓은 이 연구에서는 코로나, 가와사키병과 다기관염증증후군의 연관성에 일정 부분 선을 긋고 있다.
실제로 연구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와사키병의 경우 5세 미만 소아 10만명 당 217.2명이 발생하며 이는 미국, 유럽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소아 768명의 사례를 모두 종합해도 가와사키와 같은 임상 증상은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또한 통계 분석을 위해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각 년도별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동안 입원한 총 신규 환자수와 가와사키병이 진단된 소아 환자의 수를 조사한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해당 기간 동안 입원한 총 신규 환자수는 1만 4714명으로 이중에서 429명이 가와사키병 진단을 받았다.
각 년도별로 보면 해당 기간 동안 신규 환자 100명 당 가와사키병 진단을 받은 소아는 2015년 3.5명, 2016년 3.2명, 2017년 3명, 2018년 2.9명, 2019년 2.2명, 2020년 2.6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가 유행한 2020년도에 가와사키병의 증가는 없없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현재 코로나, 가와사키병, 다기관염증증후군간의 연관성에 대한 의심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 그 연관성은 명확하지 않았다"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코로나 항체의 존재만으로는 코로나가 다기관염증증후군으로 이어지는 인과 관계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밝혔다.
대한소아감염학회 등 전문가 단체들도 이러한 막연한 공포를 경계하고 있다. 아직까지 코로나, 가와사키 등과의 연관성에 대한 근거는 없다는 것.
적극적인 모니터링은 필요하겠지만 검증 작업없이 의심만으로 질환에 대응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이다.
소아감염학회 김윤경 이사(고려의대)는 "우리나라에서 다기관염증증후군 의심 환자로 제기된 두명 모두 PCR 등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타났다"며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사례가 없는데다 연관성 또한 의심 수준인만큼 과도한 확대 해석과 공포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