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 삽입형 제세동기(S-ICD)가 보험 영역으로 들어온지 불과 1년만에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해 시술 건수의 약 15%를 대체할 정도로 의료진의 '탑픽'(Top Pic) 옵션으로 부상한 것.
혈관과 심장 안에 전극선을 꽂아야 하는 기존 경정맥형 제세동기(ICD)와 달리 S-ICD는 흉골 부위 피하에 바로 삽입돼 혈관 감염의 위험성과 혈관 협착 등의 합병증 위험 감소가 장점으로 꼽힌다.
미국심장협회(AHA)·미국심장학회(ACC) 등 각종 국제가이드라인이 ICD 적용 환자군 뿐만 아니라 감염 및 만성질환 등 고위험 환자군에게 S-ICD 사용을 권고한 것도 물꼬를 텄다.
특히 S-ICD와 ICD의 효과 및 안전성에 대한 비교 연구에서 합병증 감소에 S-ICD의 우위를 확인한 것은 향후 국내 시술 트렌드 변화를 예고하는 단면.
국제부정맥전문의 자격(IBHRE CEPS-A)을 취득하는 등 심부전 치료의 전문가로 꼽히는 이지현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를 만나 S-ICD의 효용성 및 부정맥 치료의 새로운 전략 등에 대해 물었다.
▲부정맥 환자중 ICD 시술을 받아야 하는 대상은
ICD시술은 이식형제세동기를 환자 몸에 이식하는 시술로 위험한 부정맥이 발생하였을 때 이를 감지하고 즉각적인 전기쇼크로 정상적인 동율동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기계를 인체에 삽입하는 시술이다. ICD 시술의 목적은 위험한 부정맥으로 인한 심인성 급사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 심부전 환자나 이전 심정지에서 회복된 환자들이 주된 대상 환자이다.
▲피하 삽입형 제세동기(S-ICD)의 개념이 궁금하다
S-ICD는 심실의 비정상적인 심장박동(부정맥)이 감지되면 전기적 충격을 전달해 정상박동으로 만들어 주는 피하 이식형 심율동 전환 제세동기다. ICD와 달리 전극선이 환자의 경정맥이 아닌 흉골 부위 피하에 삽입돼 혈관과 심장 안에 위치한 전극선으로 비롯되는 혈관 감염의 위험성과 혈관 협착 등의 합병증을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
2017년 개정된 미국심장협회(AHA)·미국심장학회(ACC)·미국부정맥학회(HRS) 국제가이드라인에 따르면, ICD 적용 환자군 뿐만 아니라 감염 및 만성질환 등 고위험 환자군에게 S-ICD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서맥 치료(Bradycardia Pacing), 심장재동기화치료(CRT), 항빈맥조율치료(ATP)가 필요한 환자는 제외된다.
▲언제부터 S-ICD 시술을 하게 됐나
심장과 혈관을 직접 건드리지 않고 피하에 전극선을 삽입해 환자의 부정맥을 치료하는 S-ICD는 국내에서 현재 보스톤사이언티픽의 '엠블럼(EMBLEM)'이 유일하다. 제품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한 전문가 검토를 통해 보건복지부에서 신의료기술로 인정 받았으며, 3월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 받아 그 동안 S-ICD 치료가 필요했던 환자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고 필수적인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소식을 접하고 2019년도 7월부터 본인도 시술을 하게 됐다. 제세동기는 유도선이 필요한데 심장 리듬 감지하고 코일을 충격을 내보내는 기능을 담당한다. ICD는 유도선이 혈관에 부착되기 때문에 감염과 합병증의 위험이 있었다. ICD의 6년 경과 보면 10~12% 정도 기능 오작동의 위험성이 있다.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S-ICD 시술을 시작했다.
▲S-ICD 시술을 도입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ICD는 전흉부에 기계를 삽입한다. 이와 다르게 S-ICD는 환자 옆구리를 절개하고 앞톱니근과 넓은등근 사이에 위치시켜야해서 마치 외과의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시술 자체 난이도는 높지 않기 때문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1년 여의 시간 동안 총 10 케이스를 진행했다. 기존에 ICD 방식을 시술했던 분들은 몇번의 교육만으로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다만 시술 이후의 관리가 필요하고, 환자들의 리듬 분석이라든지 전문가적인 영역이 필요하다. 시술은 외과가 더 잘 할 수 있지만, 환자 관리는 부정맥 전문의가 하는 편이 맞다고 생각한다.
▲S-ICD 시술과 기존 시술의 차이와 부작용 등 안전성 관련 비교는
제세동기에는 유도선이 필요하다. 이 유도선은 심장의 리듬을 감지하고, 부착되어 있는 코일을 통해 전기쇼크를 내보내 제세동을 하게 한다. 이 유도선이 쇄골하정맥을 타고 심장 우심실에 거치시키고, ICD 기계는 전흉부 쇄골밑 피부하 조직에 삽입되는 것이 기존 경정맥 제세동기이고, 유도선이 복장뼈를 따라 피부하 조직에 삽입되고, 기기가 좌측 옆구리에 이식되는 것이 S-ICD이다.
경정맥 ICD는 유도선이 우심실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박동기의 기능을 할 수 있고, 부정맥 발생시에 일부 심실빈맥의 경우에는 쇼크를 주지 않고 항빈맥 박동 기능을 통해 동율동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다만 혈관내 유도선이 존재해 감염시에 심내막염과 같은 중증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5~10년이상 거치시에 유도선의 내구성 문제로 일부 유도선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S-ICD는 흉곽 밖에 유도선이 존재해 제세동시에 높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기기가 TV-ICD에 비해서 크고 따라서 절개를 좀 더 크게 해야 하지만, 반면 근육 사이에 깊이 위치하기 때문에 ICD에 비해 상당히 덜 도드라져 보인다. S-ICD는 유도선이 심장에 있지 않아 박동기의 기능을 할 수 없고, 항빈맥박동 기능을 사용할 수는 없다. S-ICD의 전체적인 안정성은 ICD와 비슷한 정도로 보이며 시술 이후 출혈의 위험이 ICD에 비해 높은 반면 유도선 관련 합병증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다.
실제로 ICD 시술 환자가 감염이 생겨서 ICD를 제거하고 이후 S-ICD를 삽입한 사례를 경험한 바 있다. 시술도 잘 됐고 이전에 비해 덜 도드라져 보여 환자도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 S-ICD 관련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PRAETORIAN 연구와 UNTOUCHED 연구가 발표됐다. PREATORIAN 연구는 849명의 ICD치료가 필요한 다양한 적응증을 가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S-ICD 와 기존 경정맥 ICD(TV-ICD)를 비교했다. 제세동기 관련 합병증 혹은 부적절한 쇼크 발생률을 약 2년동안 관찰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둘 다 비슷한 정도였다(15.7% [TV-ICD] vs 15.1% [S-ICD]).
예상했듯 유도선 관련 합병증의 빈도는 6.6% 대 1.4% 정도로 S-ICD가 더 적었지만 출혈 발생 위험은 S-ICD가 다소 높았다(1.9% vs 0.5%).
UNTOUCHED 연구는 중증 심부전환자를 대상으로 S-ICD 를 넣었을 때 1년간 위험한 부정맥으로 오인식해 전기치료를 하는 '부적절한 전기충격치료율'을 살폈다. S-ICD는 2.4%를 기록, ICD의 부적절한 전기충격치료율을 살핀 기존 연구와 비슷한 결과를 나타냈다. 위 두 가지 연구를 통해서 S-ICD의 기기 안정성은 기존 경정맥 ICD에 비해 열등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S-ICD가 필요한 환자들은
대부분의 ICD 치료의 적응증에 해당되는 환자들은 ICD나 S-ICD 어느 것을 택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ICD에 비해 S-ICD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유도선 관련 합병증의 위험이 적고, 외관상 덜 돌출돼 보인다는 점이다.
심장삽입 전기장치(CIED) 이식 후 장기간 추적 관찰 연구를 보면 약 2.4%의 환자가 전극선 관련 합병증을 경험한다. 반면 S-ICD는 전극선이 환자의 경정맥에 직접 들어가지 않는다. 전극선이 흉골 부위 피하에 삽입되기 때문에 혈관과 심장 안에 위치한 전극선으로 비롯되는 혈관 감염의 위험 및 이식 후 출혈이 적다. 따라서 감염 및 만성질환 등 고위험 환자군에게는 S-ICD가 우선 고려 대상이다.
다만 심전도에서 T wave가 커서 과센싱의 위험이 있는 경우나 서맥이 있어 박동기 기능이 필요한 환자는 ICD가 적합하고, 심실성 부정맥이 자주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들의 경우 항빈맥박동의 기능이 있는 ICD가 더 선호될 수 있다.
젊어서 향후 높은 생존 기간 확률이 높은 환자는 S-ICD를 넣는게 더 선호될 수 있다. 또 체구가 작고 미용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시술 부위가 덜 돌출되는 S-ICD가 선호될 수 있다.
▲S-ICD의 급여화 1년이 지났다. 시술 현장에서의 변화는
일본의 경우 S-ICD의 시술 비중이 70% 정도 된다. 일본에서는 급여화된지 2016년부터였다. 국내에서는 좀 늦은 감이 있다. 2019년부터 급여화됐지만 ICD와 S-ICD의 보험가격이 비슷하고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대동소이하다.
서맥이 있어서 박동기 기능이 필요한 환자는 반드시 ICD를 시술해야 하지만 이런 환자는 전체에서 1~2%에 불과하다. 낮은 감염 위험성 등을 고려하면 많은 시술이 S-ICD로 전환되지 않을까 한다. 실제로 국내에서 연간 제세동기 시술이 1200건 정도 이뤄지는데 작년부터 올해까지 약 180건이 S-ICD로 이뤄졌다. 15%가 이미 S-ICD로 전환됐다는 뜻이다.
아직 다수의 의료진이 S-ICD라는 대체 옵션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기존 시술 대비 비슷한 보험급여 혜택, 낮은 합병증 가능성을 고려하면 향후 S-ICD가 주류로 올라설 것이라 전망된다. 특히 ICD와의 비교 연구 및 S-ICD만을 집중 조명한 연구 결과들이 공개되면 가속도가 붙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