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의료계 뜨거운 감자인 '의사 수 확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과거에는 의료계 내부에서 찬반이 갈렸다면 코로나19 이후로는 정부 차원에서 의지를 내비치면서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 메디칼타임즈는 이를 둘러싼 의료계 첨예한 찬반 입장을 짚어봤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의사 수 확대를 둘어싼 문제점 진단부터 해법까지 입장차가 극명했다. 그만큼 합의점을 찾기 어려워 보였다.
의대 정원 1000명 이상 증원을 주장한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은 "병협이 무작정 의사 수 확대, 의대 정원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협과 동일한 우려를 갖고 있다. 다만,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다른 것일 뿐"이라고 했다.
즉, 의협은 의사 수 확대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니 반대하는 것인 반면 병협은 우려가 있으니 이를 개선해 추진하자는 입장이라는 것이라는 얘기다.
병원계는 무턱대고 의사 수 증가를 논하는 게 아니라 현재 의료계 문제점을 들여다보니 해법으로 의사 수 확대를 제시했다는 게 그의 설명.
정영호 회장이 생각하는 의사의 역할은 임상 진료 이외 확장된 영역. 미래의료는 단순히 질병 치료에만 초점을 둘 게 아니라 건강(health) 전반 즉, 예방적 역할까지 범위를 확장시켜야 한다고 봤다. 그 결과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한 것이다.
정영호 회장은 "지금 의대 정원을 1000명 늘린다고 가정하더라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해 제 역할을 하려면 20년이 걸린다. 때문에 늘려놓고 의사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났을 때 줄여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대 정원 1000명 확대의 근거는 서울의대 홍윤철 교수의 연구의 중간 결과로 사견이 아니다"라며 "통계적 근거를 갖고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이후 당정청 차원에서 밀어부치는 상황에서 반대만 해서는 의료계의 우려를 개선해 추진할 수 있는 기회만 잃어버릴 수 있다"면서 "부작용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봤다.
이처럼 정 회장은 의협과 병협의 주장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달라 보여도 본질은 같다고 했지만 의사협회 이필수 부회장(전라남도의사회장)의 시각은 달랐다.
그는 WHO 통계를 근거해 반대 논리를 펼쳤다. 한국은 이미 고령화 시대이고, 인구 감소가 불보듯 뻔한 상황.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연평균 증가율은 3.1%로 오는 2028년이면 OECD 평균을 뛰어 넘어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는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의 이유로 제시하는 취약지·기피과에 의사가 부족한다는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전라남도의사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전남 나주시 공산면을 예로 들며 면 단위 임에도 의원급 의료기관이 3곳(전문의 2명, 일반의 1명)이 진료를 하고 있을 정도로 의료공백 상태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전라남도와 인접한 광주시에 전남의대, 조선의대 등 의대가 2개가 있는 의대가 없어 공공의대를 신설해야한다는 논리도 이해가 안된다"며 "광주에서 격오지로 꼽히는 완도까지 1시간 3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기피과 문제 또한 의사 수 확대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봤다.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기피과의 근본적인 원인은 저수가와 의료사고에 따른 리스크 때문인데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그는 오히려 의사 수를 늘리면 그만큼 진료양도 증가해 건보재정만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부회장은 현 문제점의 해법으로 의사 수 확대 대신 취약지 민간병원 지원을 통한 지역내 공공의료 역할 확대를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에서도 공공의료원보다 민간병원도 공공의료원 못지 않게 공공의료 역할을 했듯이, 격오지 민간병원에게 파격적인 지원을 해주고 공공의료 역할을 확대하도록 하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젊은 의사들이 기피과를 지원할 수 있는 의료 환경 즉, 흉부·산과 분야의 수가를 대폭 인상하고 의료사고 리스크를 정부가 부담해주는 식의 대안이 실질적인 방안이라고 봤다.
그는 "현재 의료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의대 정원만 늘려서는 격오지 의사 수 부족, 기피과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며 "문제는 따로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