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대구동산병원(병원장 서영성)이 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전담'한 코로나19 환자 숫자다.
대구동산병원은 코로나19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던 시점인 지난 2월 21일 병원을 통째 비우고 코로나19 환자 치료에만 전념했다. 전국에서 유일한 '코로나19 전담 병원'이었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재개원 준비가 한창이 대구동산병원을 직접 찾아 코로나19 전담 병원의 현재를 들여다봤다.
병원 출입구마다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응급실 한편에는 보호구 착용 공간으로 활용했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대구동산병원은 오는 15일 종합병원으로서의 재개원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 이후 약 115일만이다. 병언 본관 외벽과 주차장 입구에도 진료 재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설치돼 있었다.
본관 1층부터 5층까지 21개 진료과를 배치하고 응급실과 수술실, 인공신장실, 건강증진센터도 정상 운영한다. 입원실은 중환자실을 비롯해 121병상으로 운영하며 하반기 80병상을 추가해 연말가지 200병상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호스피스 병동도 7월부터 18개 병상으로 문을 연다.
의사 31명과 간호사 142명도 정상업무로 복귀한다. 의사와 간호사를 포함해 대구동산병원에는 약 350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40명이 그만뒀다. 재개원 시점에 맞춰 인력 공백에 따른 추가 채용도 한창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병원이라는 부정적 낙인효과를 불식시키기 위해 고강도의 멸균 소독작업을 진행했다. 외부기관에 의뢰해 병원 내부 세균검사까지 받았다.
코로나19 환자 치료도 계속한다. 병원 본관과 동떨어진 교수연구동을 특별병동(9병동)으로 만들었다. 11일 현재 11명의 코로나19 환자가 머무르고 있다.
154병상으로 꾸려진 9병동은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 병동 한쪽에 설치해 놓은 컨테이너에서 방호복을 갈아입어야지만 출입이 가능하다.
서영성 병원장은 "정부가 그만해도 된다고 할 때까지 9병동은 유지할 계획"이라며 "중환자를 보려면 인력이 평소보다 4배 이상 투입돼야 하는 만큼 여력이 없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환자 11명을 보는데도 간호사가 20명은 투입된다. 그만큼 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증환자 위주로 병동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4개월 가까이 코로나19 환자 전담 결과는 100억 적자
3개월여의 시간 동안 오로지 코로나19 환자만 본 결과는 '적자'.병원의 운영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대구동산병원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만 전담했던 2월부터 6월까지 100억원이 넘는 적자가 났다. 요양급여비 선지급을 통해 40억3000만원을 받고 시설비와 빈병상 손실비용을 받아 직원 월급 등을 감당하고는 있지만 5월 말 병원 잔고는 3억7000만원이다. 그나마 대구동산병원으로 들어온 약 30억원의 후원금이 한줄기 빛이다.
여기에다 5월부터는 미리 당겨서 쓴 선지급금을 한 달에 6억7000만원씩 갚아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아직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에서 재개원을 결정한 것도 적자폭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서영성 병원장은 "병의원 모두 코로나19 여파로 진료비가 대폭 감소했다고 하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다 던지고 코로나19 환자만 전담했으면 그 타격은 훨씬 더 크지 않겠나"라고 반문하며 "진료를 해야 적자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정부는 요양급여비 선지급, 감염병 전담병원 등에 병상 운영에 대한 개산급 등을 손실보상책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 병원장은 '인건비'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 코로나19 환자는 피검사, 엑스레이 검사만 하면 된다. 수술이나 시술을 하는 게 아니다"라며 "의사보다는 간호사가 역할을 많이 해야 하다 보니 인력이 배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서 병원장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발생하는 비용은 일반 환자의 30% 수준이다. 대신 인력은 배로 들어가고, 중환자는 평소의 4배가 투입된다.
그는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초기에는 모든 인력이 방호복을 입고 병원을 출입해야 했기에 간호사들이 환자 케어도 했지만 1~2주는 병동 청소까지 했다"라며 "코로나19 진료에 추가 투입 인력, 근무 시간 등은 보다 명확하게 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손실보상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신종 감염병, 주기적으로 온다…국가가 적극 지원해야"
서 병원장은 코로나19 환자만 전담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최근 정부가 내놓은 '의료기관 호흡기클리닉' 방안은 비현실적이라고 봤다.
그는 "병원 시스템에서 가장 큰 문제는 호흡기 증상 환자를 검사한 후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 그들을 수용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라며 "입원하기 전, 타과 진료를 받기 전단계 공간이 없다. 응급실도 음압 격리 공간은 제한적인데 호흡기 증상 환자가 오면 곤란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흡기 클리닉쪽으로 인력을 투입하면 적자폭이 오히려 더 늘어날 것"이라며 "병원 입장에서는 선별진료소만 운영하는 게 더 낫다"라고 꼬집었다.
그렇기 때문에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이 필요한 부분이라고도 했다.
그는 "코로나19처럼 감염병이 유행할 때는 환자를 전담해서 치료할 수도 있고, 평상시에는 감염병 관련 교육을 진행하는 전담 병원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계명대 대구 동산병원(성서)은 영남권 감염병 전문병원 공모에 지원서를 냈다.
서 병원장은 "처음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지정받았을 때는 잘 해낼 수 있을지, 직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이 컸다"라며 "대구 지역에서 환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대구동산병원이 나설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신종 감염병은 주기적으로 온다고 보고 대비해야 한다"라며 "평소 일반 병원으로 운영하다가 비상시에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가면 된다. 국가가 나서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