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 강력 반대로 개원가 의견 반영 기회가 막혀 있는 분석심사 선도사업. 사업이 1년 가까이 이뤄지자 개원가가 분석심사 관련 협의체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과계 의원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 이정용 회장은 2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4회 정기총회 및 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개원가도 분석심사에 대해 정부와 적극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8월부터 고혈압, 당뇨병,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및 슬관절치환술 총 5개 질환에 대해(COPD 및 천식은 통합 운영) 분석심사 선도사업(이하 선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원의 반대가 컸지만 학회와 병원계 참여를 바탕으로 선도사업을 강행한 것.
이정용 회장은 "분석심사 선도사업은 시범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라며 "질환군 확대 가능성이 있다. 시범사업은 효과가 없으면 중단이 가능하지만 선도사업은 의사단체가 반대한다고 해서 안 하는 게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포괄수가제(DRG) 경험을 예로 들었다.
이 회장은 "DRG가 처음 시행될 때도 의협을 비롯해 모든 의사단체가 반대했지만 지금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가고 있다"라며 "이미 진행된 사업인 만큼 정부와 협상을 끝까지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대만을 위한 반대만 외치다가는 외양간도, 소도 모두 잃을 수밖에 없다"라며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분석심사 반대 문제는 개원내과의사회 상위 단체인 의협 대의원회부터 입장을 정한 사안. 의협이 분석심사 협상 채널에 참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대의원회 수임사항이기 때문이다.
이에 개원내과의사회는 분석심사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안건을 대의원회 논의 안건에 올려달라는 공문을 의협에 발송했다. 더불어 자체 워크숍을 통해 분석심사 관련 입장을 정리해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에 제안하기도 했다.
이정용 회장은 "분석심사 시행 1년이 다 돼 가지만 현장심사를 일컫는 중재까지 가는 사례는 없었다"라며 "그동안의 데이터를 심평원이 모두 갖고 있는데 코로나19가 지나고 나면 (심평원의) 적극적인 액션이 나올 수도 있다"라고 추측했다.
또 "전문심사위원회(PRC)와 전문분과심의위원회(SRC)에서 의원과 병원을 분리 심사해야 한다, 분석심사가 추후 지불 제도 변화를 가져와서는 안된다는 등의 대안을 만들어 제안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난관은 의협"이라며 "의협은 최상위 집단이기 때문에 척을 질 수는 없다. 의협이 힘을 실어준다면 분석심사 논의에서 충분히 유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