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의사 수 증원'이 핫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정부와 의료계, 의료계 내부적으로 갈등이 점진적으로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중 일부 지역에서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었을 때 환자를 적시에 적절히 치료할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 판단하였고, 때 마침 지역 내 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하던 정치권의 이해가 맞아 떨어짐에 따라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대한병원협회와 상급종합병원 일부도 정부의 주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이에는 의사 수를 늘려 더 많은 진료 행위를 수행하고, 정부의 규제를 피하면서 '의료질관리'를 통한 수가 인상 효과를 노리는 이중 포석이 깔렸다. 그러나 건강보험의 한정된 진료비로 인해 상급병원의 수익이 증가하는 만큼 다른 직역의 진료비 감소가 불가피한 불편한 진실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방안은 전혀 없다. 다른 직역이야 어찌 되든 자신들의 사익 추구만 생각하는 형태의 '의사 수 증원'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현재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는 'OECD 평균 의사 수'와 '의사 1인당 외래 환자 수 및 입원 환자 수'가 과연 객관적인 의사 수 측정 기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다른 조건을 포함해 함께 살펴야 한다. 근본적으로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시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은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낮은 수가를 책정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병·의원은 생존을 위해 더 많은 진료를 해야 하는 구조가 고착화하였다. 이런 문제를 내버려두고 단순히 OECD 국가의 통계를 적용한 평균의사 수 부족을 언급하는 자체가 난센스다.
의사 수 증원을 위해서는 정부가 의사 평균 노동 시간 감축, 의사 평균 임금과 동일 질환에 대한 진료비를 OECD 국가의 평균에 맞게 책정하겠다는 정책적 목표를 먼저 밝히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과연 정부는 이런 논의를 위한 여건이 충분히 충족된 상황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OECD 국가의 기준만 인용하고 실질적인 제도가 따르지 못한다면, 누가 정부의 주장에 공감할 수 있을까?
정부는 대한민국이 처한 급격한 인구 구조의 변화와 의사의 지역적 불균형 분포에 따른 의료 혜택 공정성 문제에 대한 해결 대책을 먼저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미래 대한민국 의료 체계에 대한 밑그림을 먼저 그리고 이에 따른 아젠다를 설정한 다음 이를 수행하기 위한 의사 수 추계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정부가 정한 정책 수행과 의료 체계에 필요한 의사 양성과 전문의 수를 예측하여 교육의 패러다임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앞서 제시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 없는 '의사 수 증원' 정책은 공허한 주장이 될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자칫 어렵게 구축한 안정적인 의료 체계에 극도의 혼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의료의 질과 양적 행위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의사 수 증원 주장에 나서는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