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용 마스크는 충분하다. 하지만 수술용(덴탈)마스크는 필요한 만큼 공급받기는 커녕 필요한 수량을 신청할 수 조차 없는게 현실이다."
"필요한 수술용 마스크는 1주에 2만장이지만 공급받은 물량은 7천장 수준이다. 이 상태라면 식약처 허가를 받지 못한 중국산이라도 구매해야할 판이다."
이는 수술용 마스크를 두고 일선 상급종합병원 구매담당자의 호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정부가 마스크 공급량을 대거 늘리면서 수급난이 풀린 듯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여전히 잡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마트에도 약국에도 마스크 공급량이 대거 늘어나면서 마스크 품귀가 사라진지 오래다. 그럼에도 일선 의료기관에는 왜 마스크를 구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일까.
문제는 보건용(KF94)이 아닌 수술용 마스크. 일선 병원들은 보건용과는 별도로 수술용 마스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대한병원협회에 마스크를 신청하는 의료기관 3400여곳 중 1000곳은 보건용 마스크 신청은 0장. 보건용이 아닌 수술용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하지만 수급난이 풀린 보건용 마스크와는 달리 수술용 마스크는 점점 더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는 일선 병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일선 병원에 공적 마스크 지급 사업을 시작한 이후 최근까지 수술용 마스크는 단 한번도 충분히 공급하지 못했을 뿐더러 오히려 신청조차도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공적 마스크 1주차(3월 7일주) 당시 수술용 마스크(덴탈, 수술)351만장를 공급한데 이어 2주차 303만장을 지급했지만 3주차부터는 258만장으로 감소한데 이어 근근이 공급을 이어가고 있다.
공급이 풀리기 시작한 5월 중순인 11주차 327만장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13주차 239만장, 14주차 225만장, 15주차 223만장으로 일선 병원들의 신청 수량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16주차로 접어드는 6월 22일에는 30만장, 23일은 4만3천장으로 공급량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상태라면 다음주부터는 마스크 신청 접수조차 받기 어려운 지경이라는 게 병협 측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왜 수술용 마스크가 부족할까.
마스크 업계에 따르면 보건용 마스크 대비 수술용 마스크는 비용이 워낙 저렴하다보니 마진율이 낮아 생산업체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구조가 아니다.
실제로 보건용 마스크가 1000~1100원이라면 수술용 마스크는 125~150원 수준으로 단가 자체가 약 10배 이상.
업체들은 마스크 생산 원자재 부족과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수술용 마스크 생산을 축소하면서 공급량이 감소한 것이다. 급기야 최근에는 정부에 수술용 마스크 단가 인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앞서 정부는 수술용 마스크의 경우 1일 50만장 생산하던 것을 6월 1일부터 1일 100만장으로 늘리고 의료기관:민간 공급비율을 8:2에서 6:4로 수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급은 6:4로 의료기관 비율은 낮아졌지만 전체 생산량이 2배 늘어나면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마스크도 40만장에서 50만장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수도권 A대학병원 구매담당자는 "상당수의 병원이 KF94보다 수술용 마스크에 대한 구매 욕구가 높은 반면 구매는 극히 제한적인 상태"라며 "마스크는 방역현장의 필수품인데 일부 직원은 개인적으로 구매해 착용하고 있으니 답답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충청권 B대학병원 진료부장은 "마스크 물량도 신청도 제한적"이라며 "늘 불안한 상태로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그나마 대한병원협회를 통해 공급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의원급은 구경조차 하기 힘든 상태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원급도 수술용 마스크가 필요한데 병협과 치협에 우선 배정을 하고 있어 받지 못하고 있다"며 "복지부 등 정부에 1일 2만~3만장만이라도 공급해줄 것을 거듭 요구를 하고 있지만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당초 예상한 수술용 마스크 생산을 50만장에서 100만장으로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있는 것 같다"며 "민간에는 마스크 수급이 해결됐는지 모르겠지만 의료기관은 여전히 불만이 팽배한 상태"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