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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병원급만 인정못받는 토요가산...형평 논란

이창진
발행날짜: 2020-06-26 05:45:58

메타포커스의원급 토요가산 8년, 병원급 외면…문전약국 '어부지리'
복지부 "의원급 위축 우려" 되풀이…병원계 "복지부 주장 억측 불과"

의원급 토요가산 시행 8년. 근로자 주 40시간 적용과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부담이 가중되는 병원급은 여전히 토요가산에서 제외되고 있다.

병원협회는 시종일관 병원급 토요가산을 요구해 왔지만 의원급과 건강보험 재정을 의식한 보건복지부 방어 논리에 한 발짝도 못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2013년 10월 시행된 의원급 토요가산 당시 상황을 되짚어보면서 8년 전과 달라진 의료 현실과 토요가산 확대 적용의 필요성을 분석했다.

2013년 10월 이전 모든 의료기관의 토요일 오전 진료 수가는 평일과 동일했다.

의원급 토요가산 시행 8년, 2013년 건정심 소위원회에 참석한 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우)과 병원협회 나춘균 보험위원장 모습.
당시 의사협회 노환규 집행부는 복지부와 일차의료활성화 논의를 하면서 의원급 토요일 오전 진료 수가가산을 요구했다.

의원급(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토요가산 시간대를 13시에서 09시부터 13시로 전면 확대하고 평일 진찰료의 30% 가산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의사협회는 보건소를 경유한 만성질환관리제를 토요가산 확대 전제조건으로 내건 복지부 입장이 알려지면서 노환규 회장 사퇴 여론까지 불거지는 내홍을 겪었다.

급기야 노환규 회장이 2013년 6월 복지부 계동청사에서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 직접 참석해 가입자 단체와 공익위원 등을 설득하는 구애를 펼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힘겹게 관철시켰다.

흥미로운 사실은 토요가산 확대 시행이 약국까지 확대된 점이다.

토요일 문을 여는 의원급과 병원급 인근 문전약국과 동네약국 등 모든 약국이 어부지리로 조제수가 토요가산 30% 적용을 받은 셈이다.

복지부가 2013년 6월 의원급 토요가산 관련 건정심에 보고한 현황.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가입자단체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토요가산 확대에 따른 환자 본인부담 인상 그리고 일차의료 서비스 개선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공익위원들은 토요가산의 모니터링을 통해 환자의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하며 중재했고, 의사협회와 약사회는 의료서비스 개선과 복약서비스 개선을 약속했다.

복지부는 토요가산에 따른 추가 재정을 의원급 1730억원과 약국 649억원 등 총 2379억원으로 추정했다.

반면, 병원협회 김윤수 집행부는 의원급과 동일한 토요가산 확대를 주장했으나 복지부 반대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안건 상정도 못한 의견 개진에 그쳐야 했다.

시간이 흘러 의원급 토요가산 확대 적용 8년째를 맞고 있는 2020년 6월 현재, 2013년 6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제기된 문제점과 약속은 사실상 지켜지지 않았다.

토요가산 확대 적용에서 제외된 병원급만 '팽'당한 꼴이다.

2013년 10월 제도 시행 시 삼성서울병원까지 토요진료를 하는 양상은 지금 중소병원과 요양병원, 전문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모든 병원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토요가산에서 제외된 병원급은 근무자에 대한 주말 150%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여기에 주 40시간 근무제와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 그리고 코로나19 사태 등이 겹치면서 토요진료 환자는 줄었지만 고정비용은 상승하는 경영악화의 늪으로 굳어진 형국이다.

의사협회 중소병원살리기 TF는 지난해 9월 병원 토요가산 도입을 주장했다. 왼쪽부터 박진규 간사, 이필수 위원장, 이상운 위원.
이젠 의사협회까지 중소병원 토요가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의사협회 산하 중소병원살리기 TF(위원장 이필수)는 지난해 6월 기자간담회에서 "종진료비 증가율이 상급종합병원은 25% 늘어날 때 병원급은 9.6%에 그쳤다. 경영이 악화되고 있는 중소병원에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며 "중소병원도 토요일 진료를 하고 있지만 가산이 없다. 토요가산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입장은 어떨까.

보험급여과(과장 이중규) 관계자는 "병원급에서 토요일 진료가 과거보다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병원급 토요가산을 확대하면 의원급 진료가 위축될 수 있다"며 "병원급 토요가산은 재정적 부담도 있지만 많은 병원들의 진료를 부추길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복지부의 이 같은 논리는 과거와 동일하다.

복지부는 2013년 10월 제도 이후 병원협회가 건의한 병원급 토요가산 적용에 '추후 검토'에서 2016년 국정감사 서면답변을 통해 사실상 '불허' 입장을 고수했다.

복지부는 "의원급 토요가산제는 일차의료기관 활성화를 통해 평일 진료가 어려운 국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토요일 진료하는 일차의료기관이 감소할 경우 의료접근성이 약화되고 응급실 이용에 따른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병원급까지 토요가산을 도입할 경우 의원급 토요 진료가 위축될 우려가 있으므로 향후 의료전달체계 개편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의료계는 의원급 진료 위축은 핑계일 뿐 의료현실 외면한 복지부의 안일함을 강하게 비판했다.

복지부는 병원급 토요가산 적용시 의원급 진료가 위축될 수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대학병원 평일 진료 모습.
중소병원협회 조한호 회장은 "토요일 진료하지 않은 병원을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의원급 진료 위축은 억측에 불과하다"면서 "토요일 수가가산을 적용하면 진료비와 본인부담이 늘어나 오히려 경증 환자들이 의원급을 찾게 될 것"이라며 병원급 토요가산의 조속한 도입을 주문했다.

조한호 회장은 "병원협회를 통해 수년 간 건의했지만 복지부 답변은 추후 검토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근로자 주 40시간과 전공의 주 80시간, 코로나 사태 등 병원급 경영악화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언제까지 '덕분에'라는 의료인들의 헌신만 강요할 셈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권 대학병원 보직자는 "대학병원에서 경증환자는 반갑지 않은 고객이 됐다. 상급종합병원 중증환자 지정기준을 강화하고, 경증환자의 종별가산율과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제로화 시킨 복지부가 토요가산 도입이 의원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은 이율배반적 논리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병원협회 정영호 집행부는 병원급 토요가산 도입을 중점 현안으로 규정하고 복지부와 한판 싸움을 예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