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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업체 목숨줄 쥐락펴락…GLP 인증은 받았나

발행날짜: 2020-07-01 05:45:50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

필자는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이다. 필자가 인턴 때 한 지방병원에 파견을 갔는데, 환자의 임상 상태와 검사 결과가 너무 달라서 당황한 적이 많았다. 그 때 검사가 다 같은 검사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고, 검사를 기계가 하는 것 같지만 검사실의 질 관리 수준이 천차만별인 것을 알게 됐다.

병원의 검사실은 진단검사의학재단에서 주관하는 우수검사실 인증을 받으면, 그 검사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질 관리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동물시험 또는 약물 농도 분석 등 비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기관은 GLP 인증을 받으면 그 기관의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 GLP 인증은 매우 까다로와서 우리나라에 이 인증을 받은 기관이 몇 개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GLP 인증이 중요한 이유는 그 검사결과에 따라서 허가가 되기도 하고, 허가 취소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그 검사결과가 반드시 신뢰할 수 있다는 보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식약처는 한 식용유에서 유해성분인 벤조피렌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해당 제품에 대한 회수 조치를 명령하고, 언론에 공표했다. 그러나, 해당 회사의 소송으로 그 검사 결과는 잘못됐다는 것이 증명됐다. 그러나 잘못된 사실이 언론에 공표돼 이미 이 회사의 매출은 30% 이상 떨어졌고, 이에 대해 식약처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는 분석기관의 결과가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보여주며, 그러므로 분석기관의 신뢰성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특히 허가 또는 허가 취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부의 분석 결과는 매우 중차대한 영향을 주므로 정부의 분석기관은 반드시 GLP 인증을 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필자는 당연히 식약처 내 분석기관이 GLP 인증을 받았으려니 생각했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식약처의 분석 결과에 따라 허가되기도 하고 허가취소가 되기도 하는데, 설마 GLP 인증을 안받았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식약처 내 분석기관이 과연 GLP 인증을 받았는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데, 작년 식약처가 발표한 액상전자담배 유해성 자료를 보면서이다.

식약처는 액상전자담배의 유해물질의 하나로 추정되는 비타민 E acetate가 일부 제품에서 0.1~8.4ppm 정도로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한 연구에 따르면 매우 정밀한 HPLC(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 분석의 비타민 E acetate 정량한계가 0.889 ppm이고, 이 결과에 따르면 0.1ppm 이라는 수치는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수치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식약처는 어떤 방법으로 분석했는지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2019.12.16일자)을 쓴 바 있다. 전자담배협회 또한 식약처 분석방법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으나, 식약처가 공개를 거부해 소송까지 가게 됐는데 법원은 정보공개 거부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 최근 식약처는 NDMA 자체 분석 결과에 따라 당뇨 치료제인 메트포르민 31개 제품에 대해서 제조와 판매를 중지했다. 그러면서 검출된 NDMA양은 인체에 위해한 정도는 아니라고 발표했다. 이렇게 인체에 위해한 정도가 아니지만 잠재된 위험 때문에 판매를 중지하는 것이라면 더욱 더 그 분석 결과가 신뢰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

이 제품 중 어떤 제품은 연간 100억 이상의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는 약품이었다. 그러므로 이렇게 제약회사의 매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식약처의 결과는 반드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같은 제조공정을 거친 제품 중 어떤 제품에서는 검출이 되고, 어떤 제품에서는 검출이 되지 않았다. 메트포르민 용량이 높은 제품에서만 검출이 되면 그나마 이해가 되지만, 어떤 제품은 낮은 용량에서는 검출이 되고 최고용량에서는 검출이 안됐다.

이렇게 분석결과가 과학적으로 개연성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할까? 예를 들어서 필자는 병원의 검사실에서 일하면서 가끔 주치의로부터 '검사결과가 환자 상태랑 안맞아요'라는 문의를 받을 때가 있다. 검사담당자에게 물어보면 검사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그럼 검사 결과가 맞고 환자 상태가 틀린걸까? 그렇지 않다. 검사과정의 한단계 한단계 검증해보면 어떤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큰 문제였으면 검사하는 사람이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검사실의 허용범위내에서도 오류는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식약처는 전혀 개연성이 없는 결과를 가지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렸다. 마치 병원에서 환자 상태와는 상관없이 검사는 제대로 했으니 알아서 하라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 과학적으로 개연성이 없다면 분석 과정에 오류는 없었는지를 다시 점검하고 더 많은 검체로 재분석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막무가내로 제조와 판매 중지 처분을 내렸다. 심지어 식약처는 해당 회사에 NDMA 결과를 알려주지도 않음으로 해당 회사가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결과를 알아야 자체 조사를 통해서 비교라도 해볼텐데 말이다.

필자가 일하는 검사실은 이번에 우수검사실 인증을 받았다. 이를 통해 필자의 검사실은 그 결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신뢰성을 보증하게 됐다. 식약처 내 분석기관은 GLP 인증을 받았을까? 그래서 그 결과를 정말 신뢰할 수 있는 걸까? 그것이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