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2019년 자보 진료비 통계 공개…한방 2000억 폭증 병‧의원들 "자보 환자 받느니 차라리 건보 환자 받는 편이 낫다"
의료기관의 진료비는 줄고 한방 병‧의원의 진료비는 늘었다.
일반적인 건강보험 진료 분야였다면 반대로 나타날 현상이 자동차보험 진료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방 진료비는 해를 거듭할수록 폭증하는 반면, 일반 병‧의원의 진료비는 그 사이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심평원이 최근 발표한 2019년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보 진료비는 2조 2142억원으로 전년 대비(1조 9761억원) 12.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자보 진료비의 증가는 단연 한방 분야의 영향이 컸다. 2019년 자보 한방 진료비는 총 9569억원으로 전년(7139억원) 대비 34.03% 증가했다. 한 해 사이에 2000억원 넘게 진료비가 폭증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한방병원에 지급된 자보 진료비는 4308억원으로 2989억원이었던 전년 대비 44.1%로 크게 늘어났다. 한의원 역시 자보 진료비가 5566억원으로 2018년 4318억원이던 것에 비해 28.9% 증가했다.
한방 자보 진료비 폭증은 결국 전체 자보 진료비에서의 한방 비중 증가를 불러왔다. 자보 진료비에서 한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23.0%에서 2016년 27.7%, 2017년 31.3%, 2018년 36.1%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한방 분야가 자보에서 비중을 늘려나가는 사이 의과의 비중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의과의 경우 지난해 자보 진료비는 1조 2497억원으로 전년 대비(1억 2541억원) 0.36% 감소한 것.
실제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병원의 자보 진료비와 청구건수는 모두 감소했다.
의원의 경우 자보 진료비는 2553억원으로 전년(2513억원) 대비 1.58% 늘었으나 전체 의과의 감소세를 막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의과의 자보 진료비 감소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수익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동차보험 급여기준의 경우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준용하면서 일반 병‧의원의 설자리가 좁아졌다는 평가다.
병원협회 임원은 "자동차보험 환자의 경우 CT와 MRI 등 고가 장비 검사의 경우 삭감이 많이 발생했다"며 "자보 염좌 환자의 경우도 일주일 입원기간이 넘으면 일반 건강보험 상의 심사기준을 적용해 삭감이 많이 발생해 자보 환자를 꺼리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자보 환자의 경우 일반 병‧의원에서 할 수 있는 비급여 진료가 전혀 없다. 심지어 건강보험 상 비급여인 도수치료조차 급여로 적용된다"며 "반면, 한방 의료기관의 경우 첩약 등 수익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면서 많은 한방 의료기관이 자보 환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자보 환자를 진료하느니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는 편이 더 수익적으로 낫다는 평가를 내렸다.
결국 자보 시장에서의 의과의 몫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
신경외과를 운영 중인 의사협회 관계자는 "솔직히 자보 환자의 경우 의과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다"며 "엑스레이나 물리치료, 약물 처방 말고는 자보 환자에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없기 때문에 그 시간이 건강보험 환자를 받는 편이 차라니 낫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의과에서 이 같은 인식이 퍼지면서 자보 환자를 받지 않는 사이 그 시장을 한방 의료기관이 치고 들어온 것"이라며 "이제라도 체계적으로 의과에서 자보 환자 치료를 어떻게 개선시킬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