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결정을 위한 전단계인 건강보험정책심사소위원회를 이틀 앞두고 의료계가 '반대'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전방위로 움직이고 있다.
회원을 대신하는 대의원 뜻을 모아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를 직접 찾는가 하면, 소위원회 당일 소규모 '시위'도 예고하고 있다.
건정심 소위원회는 오는 3일 서울 국제전자센터에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관련 논의를 진행한다.
정부가 공개한 안에 따르면 생리통, 뇌혈관질환 후유증, 안면신경마비 등 3개 질환을 대상으로 첩약 급여화를 하며 14만~16만원 수준의 수가가 책정됐다.
의약 단체는 수가 구성 중 3만8000원 정도로 책정된 심층변증·방제기술료가 특히 높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건정심 소위에서 수가 재조정안 등을 공개하고 다시 급여화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이 한두달 사이 급물살을 타자 의료계는 연일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료과 의사회를 비롯해 전국 시도의사회는 앞다퉈 첩약 급여화에 대한 우려감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주말에는 대국민 메시지 전달을 위해 코로나19 시국임에도 약 100명의 의사들이 모여 첩약 급여 반대 시위를 하기도 했다.
건정심 소위 날짜가 가까워 오면서 의협의 움직임은 더 바빠졌다.
1일에는 박종혁 총무이사가 직접 세종시 보건복지부를 찾았다. 대의원 182명이 서명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즉각 중단'에 대한 동의서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전체 대의원 숫자가 238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3분의2 이상의 뜻이 담겨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의협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은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전력투구해야 할 때 검증도 안된 첩약을 급여화하겠다고 정책을 내놓는 건 문제가 있다"라며 "코로나19가 종식된 다음 효과가 있는지 안전한지를 철저히 검증해서 진행해도 늦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박종혁 이사는 대의원의 이름과 면허번호 등이 들어있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중단 촉구 동의서들을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에게 최종 전달했다. 이와 함께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단 명의의 대정부 건의사항도 함께 건냈다.
복지부와 만남 후 박종혁 이사는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수백년간 써서 안전하다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라며 "첩약 급여화는 건강보험 제도 대원칙을 훼손하는 하나의 큰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500억원짜리 사업이 아니라 보건의료 건강보험 정책에서 패러다임 변화를 일으킨 이벤트"라며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 하지 않아도 해볼 수 있다는 신호"라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건정심 소위가 열리는 3일에는 국제전자센터 앞에서 다시 한번 소규모 집회를 진행한다. 최대집 회장과 박종혁 총무이사를 비롯해 의협 임원진이 참여할 예정이다.
의협 관계자는 "첩약 급여화는 합리적이지 못하다. 무리하게 꼭 이 상황에서 하는 게 합당한 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라며 "건정심 소위에서 수가 조정 가능성이 열려있다고들 하는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그 자체를 반대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