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아래에 있던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계와 약계 모두 첩약 급여화의 과학적 근거와 안전성, 유효성 그리고 약사 참여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보건복지부와 논의 과정에서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보건복지부는 최근 세종청사에서 관련 부서 회의를 열고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 상정, 논의하기로 했다.
당초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전국 한의과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지난해 하반기 시행 예정됐으나 의료계, 약계 거센 반대 그리고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한의사협회와 청와대 유착 의혹 제기 이어 의사협회의 국민감사 청구 등 보건의료계에서 내홍을 겪어왔다.
복지부는 지난해 건정심에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안건을 보고했으나, 위원들의 지적으로 소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사실상 보류돼왔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추가 논의가 잠정 중단됐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복지부 한의약정책과(과장 오진희), 보건의료정책과(과장 김국일), 의료보장관리과(과장 공인식) 등이 정책과 수가를 담당하고 있다.
복지부는 부서 간 회의를 통해 건정심 의견을 수용해 소위원회에서 시범사업 모형 논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구축 기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첩약의 연간 시장 규모(치료용 첩약)는 2018년 약 1조 3890억원, 2019년 약 1조 4229억원 규모로 분석했다.
요통과 월경통, 치매, 화병, 산후합병증관리 등 33개 급여화 후보 질환을 대상으로 급여화할 경우 연간 4979억원에서 6434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정심 주문대로 6월 중 소위원회를 통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의료계와 약계에서 지적하는 사항은 시범사업 모형 논의를 통해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필요성에 여전히 의문을 제기했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수가협상으로 정신없는 상황에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위해 건정심 소위원회를 연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면서 "과학적 근거와 안전성, 유효성 모두 결여된 첩약 급여화를 시범사업 명목으로 추진하려는 저의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약사회는 다른 결에서 반대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첩약 급여화가 국민건강을 위해 필요하다면 한약을 다루는 약사들도 참여하는 것이 맞다. 한의사만을 위한 급여화 시범사업은 건강보험 재정과 급여화 취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원격의료 허용과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이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등 보건의료 분야 시한폭탄이 본격 작동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