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7주년 기획-하]적응증 확장 가능성 등 전문가 4인 견해 심혈관 혜택 입증 마무리…향후 신장약으로 진화 가능성
|메디칼타임즈=최선·원종혁·이인복·박상준 기자| "지금까지 이렇게 다방면에 효과를 보이는 약물은 없었다. '패러다임 쉬트프'라는 파격적인 표현을 쓸 정도다."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얼핏 상관없어 보이는 두 카테고리가 당뇨병약제 SGLT-2 억제제의 공통분모로 지목된다.
2016년 당뇨병약제 SGLT-2 억제제가 심혈관계 보호 효과를 입증한지 4년. 최근 미국 FDA가 SGLT-2 억제제 계열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를 심부전약으로 확대 승인하면서 SGLT-2 억제제의 잠재력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일부 약제는 당뇨병 유무와 상관없이 심부전에 단독으로 효과를 보이면서 기존 심부전 치료제와의 경쟁 구도도 예상된다. 신장 질환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 역시 SGLT-2 억제제를 '진화형 약제'로 기대감을 키우게 하는 대목.
전문가들은 당뇨병약제의 심부전 치료제로서의 홀로서기 및 향후 적응증 추가 영역에 대해 어떻게 전망할까. 심장내과와 내분비내과의 의견이 미묘하게 엇갈리지는 않을까. 메디칼타임즈가 창간 17주년을 맞아 관련 전문가 4인의 의견을 종합했다.
[참석자] 김-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김대중 교수 임-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 최-서울대병원 심장내과 최동주 교수 이-강북삼성병원 심장내과 이종영 교수
▲이슈1. 진화하는 SGLT-2 억제제…추가 검증 영역은?
Q. 심혈관계 영향연구(CVOT)는 마무리 단계다. 심혈관 효과는 확실히 증명됐는데, 향후 더 검증해야 할 영역은?
김-이제 CVOT는 정리가 됐다고 봐야하고 적응증을 확장하는 연구들만 추가될 것이다. 이후 방향성은 이제 신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CVOT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적어도 다른 계열 당뇨약에 비해서는 기대할 수 없었던 효과니 만큼 제약사 입장에서도 이 부분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임-SGLT-2 억제제 관련해서는 거의 다 나와있고 GLP-1 제제에서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에서 새로 진행되는 게 있는 정도다. SGLT-2 억제제는 푸르니에 괴저와 같은 희귀 감염 위험이 있다고 하고 또 일부에서 골다공증에 관련해서도 이견이 좀 있다. 어떤 환자가 키토산 혈증 위험성이 있는지 밝혀져야 SGLT-2 억제제를 더 안전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최-심박출률이 감소한 환자(HFrEF)에서 효과가 있는 약제나 심박출률이 감소하지 않은 심부전(HFpEF)에서 효과가 있는 약제 등은 완전히 차이가 있다. HFrEF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제들이 HFpEF에는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지금 SGLT-2 억제제 등 새로운 약제들이 HFpEF에서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Q. 신장 보호 효과는 연구마다 결과가 다르다. 어떤 의견인가?
김-신장은 당뇨병의 영향도 받지만 혈압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는 장기다. 심장에 나타나는 효과가 신장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로 신장이 혹사당하지 않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적어도 심부전과 신장 혜택은 분명히 의미를 부여할만 하다. 지금까지 고혈압약제인 ARB 등에서 일부 연구가 있기는 했지만 신장 보호 작용을 하는 약제가 없었던 이유다.
임-신장에도 계열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DAPA-CKD나 EMPA-KIDNEY 연구에서도 적게는 45%, 많게는 50% 까지 신장 기능을 향상시켰다. 지금까지 이렇게 다방면에 효과를 보이는 약물은 없었다. '패러다임 쉬트프'라는 파격적인 표현을 쓸 정도다.
이-앞서 교수님들과 마찬가지로 신장에 대한 효과도 일관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위약대비 혈압을 더 많이 떨어뜨렸음에도 불구하고 VERTIS CV 연구만 신장병을 통계적으로 입증하지 못했지만 충분한 경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실제 효과는 있다고 본다. 분자구조 특성에 따른 차이보다는 임상적 특성에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Q. 족부 절단, 췌장염, 골절, 성기 감염 등 여러 안전성 평가에 대한 의견은?
김-혜택이라기보다는 안전성을 입증한 것으로 봐야한다. CANVAS Program 당시 위험성이 경고됐지만 이후 임상에서 모두 괜찮다고 나왔으니 우선 경향은 잡혔다고 본다. 결국 리얼월드데이터를 통해 10만명, 100만명을 써보고 분석한 뒤에야 결론을 낼 수 있는 문제지만 개인적으로는 SGLT-2 억제제가 더 이상 안전성 이슈를 갖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임-족부절단은 CANVAS 연구에서 1.95배 늘었는데 이후 EMPA-REG OUTCOME와 DAPA 연구에서 그런 요인이 나오지 않아서 우려감이 줄어들었다. SGLT-2 억제제는 좋은 약이지만 주의해야 하는 약이다. 약을 쓸 때 의사도 주의를 가지고 처방해야 한다. 환자에게 혹시 모를 부작용은 분명하게 설명해 줘야 한다.
▲이슈2. 당뇨병약제로 시작한 SGLT-2 억제제, 위상 어떻게 변할까
Q. 15년만에 등장한 심부전약 엔트레스토(사쿠비트릴/발사르탄)와 SGLT-2가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는지?
이-엔트레스토는 심부전 환자의 사망을 줄인 약으로서 예방기능을 한 SGLT-2 억제제와는 역할이 다르다. 같이 쓰면 최상의 조합은 될 수 있다. 엔트레스토를 출시하는 제약사가 긴장할만한 것이 미리 심부전 고위험 환자에게 예방차원에서 쓰면 심부전 환자가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엔트레스토는 약값도 정당 2000원 정도로 비싼데다 보험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운데 접근성이 좋은 SGLT-2 억제제가 나온다면 그만큼 처방이 떨어질 수 있다.
Q. 향후 SGLT-2 억제제 대한 위상 변화 및 가이드라인 개정은 어떻게 전망하나?
김-다른 계열 약제가 가지지 못한 적응증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는 것은 굉장한 혜택이다. 이미 심부전 고위험(high risk) 환자에 대한 처방은 이미 다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조금 다른 부분이다. 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도 계열 효과가 아닌 CVOT 효과가 입증된 약제로 철저히 한정했다. 적어도 권고는 에비던스 베이스가 기본인 만큼 앞으로 가이드라인은 계속해서 이렇게 유지가 될 것이다.
임-향후 DPP-4 억제제 보다 대등하거나 우선적으로 쓰일 것 같다. 약제 사용은 전체적으로 질병의 패러다임하고 관련이 있다. 미국은 심장질환이 사망원인의 70%까지 차지하니 SGLT-2 억제제를 안 쓸 수 없다. 우리나라도 심혈관 질환 비율이 더 커진다면 SGLT-2 억제제가 많이 쓰일 것으로 전망한다. 가이드라인은 현재 사망 원인 질환 순위를 감안해야 하니까 급진적으로 바뀌진 않을 것이다.
최-적응증이 치료 순서상 맨 뒤에 붙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연구 설계 때문이다. SGLT-2 억제제를 국내에서 심부전 치료제로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먼저 사용하겠다고 한다면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를 통과할 수도 없다. 또한 허가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최근에 심부전 치료 영역에 등장했거나 향후 등장할 약제들은 대부분 추가 요법(add-on)으로 적응증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Q. 미국당뇨병학회 등 전세계 지침 가이드라인이 GLP-1 제제와 SLGT-2 억제제에 초첨이 맞춰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이를 따르는 분위기다. 가이드라인 변화이후 처방흐름은 어떻게 전망하나?
김-계열별, 약제별 이동은 큰 의미가 없다. 처방 흐름도 마찬가지다. 계열별로, 약제별로 분명하게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최적의 조합을 통한 효율화다. 하지만 우리나라 보험 제도는 이를 철저하게 막고 있다. DPP-4 억제제 병용도 그렇고 글리타존(TZD)와의 조합 등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현재 국내 당뇨병 치료의 가장 큰 과제다.
임-미국과 유럽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하되 우리나라 고유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업데이트해서 하는 것이 최적이다. 당뇨병학회도 노력하고 있는 만큼 한국인에 맞는 전향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이-개인적으로 메트포르민이 했던 역할이 SGLT-2 억제제로 이동할 것 같다. 몇 백원을 더 써서라도 사람을 살리고 입원을 줄일 수 있으면 향후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심평원이 풀어줘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지만 실행만 되면 기대효과는 더 클 것이다. 당장 심평원이 SGLT-2 억제제와 어떤 약제와 병용을 인정해주면 정말 많은 심장내과 심부전 선생님들이 쓸 것이다. 현재는 이미 다른 과에서 쓰면 더 쓸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