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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감염 관리 변화, 장기지속형 주사제 역할 부각

원종혁
발행날짜: 2020-07-09 05:45:56

23차 세계에이즈학회 카보테그라비르 추가 임상 공개
ATLAS 및 장기간 임상 추가, 경구 3제요법에 비열등성

에이즈 감염 환자의 바이러스 활동을 최대한 억제해 2차 감염 피해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관리전략이 잡힌 상황에서 차후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역할이 부각될 전망이다.

항바이러스제의 투약 부담을 연간 12회 정도로 간소화하는 방안에 추가적인 대규모 임상데이터들이 속속 공개되면서, 현실화 가능성을 더욱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제23차 세계에이즈학회 컨퍼런스(International AIDS Conference)에서는 에이즈 최신 치료전략과 관련해 장기 지속형 주사제인 '카보테그라비르'의 추가 3상임상 결과들이 대거 공개됐다. GSK 에이즈약 전문기업인 비브 헬스케어가 개발한 카보테그라비르는 1년 12회 주사하는 치료제로 처방권 진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

매일 다량의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하는 기존 경구제 병용요법(칵테일치료)과 달리, 한달 내지 두달에 한번 꼴로 주사하는 새로운 에이즈 관리방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먼저 카보테그라비르는 주요 감염학회 및 에이즈학회에서 장기치료 전략을 공개하고 있다. 작년 3월에도 GSK와 얀센은 에이즈 치료전략과 관련해, 카보테그라비르와 릴피비린 병용요법의 3상임상인 ATLAS(Antiretroviral Therapy as Long-Acting Suppression, 장기 지속 바이러스 억제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 및 FLAIR(First Long-Acting Injectable Regimen, 첫 장기 지속 주사제 요법)의 48주 차 통합 데이터를 공개한 바 있다.

특히 카보테그라비르와 에듀란트(릴피비린)를 함께 쓰는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병용전략은, GSK 에이즈약 전문기업인 비브 헬스케어와 릴피비린을 보유한 얀센이 2016년 공동 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본격 담금질이 시작됐다.

이어 올해 3월 레트로바이러스 및 기회감염학회(CROI) 학술대회에서는 FLAIR 연구의 48주차 결과에 더해 96주차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임상에는 HIV-1에 감염된 566명의 성인 환자들이 등록됐으며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러시아, 남아프리카, 영국, 스페인 등 의료기관에서 진행됐다.

여기서 관건은, 월1회 투약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카보테그라비르와 릴피비린을 병용하는 전략을 기존 표준요법인 경구제 3제 병용요법인 '트리멕(돌루테그라비르/아바카비르/라미부딘)'과 비교했던 것. 앞서 카보테그라비르 병용요법은 48주차 비교 결과에서도 항바이러스 효과와 안전성에 있어서 비열등성을 제시했었다.

추가 업데이트가 이뤄진 96주차 결과에서도, 항바이러스 유지효과에 있어 '혈중 HIV-1 RNA가 50카피 이상(c/mL)' 보고된 환자 비율이 각각 3.2%(283명 중 9명)로 비열등한 결과를 나타냈다.

더불어 'HIV-1 RNA가 50c/mL 미만'으로 유지되는, 바이러스 억제율에 있어서도 카보테비르+릴피비린 병용주사군은 86.6%로 트리멕 89.4%와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항바이러스제 사용에서 중요한 '확정된 치료 실패(Confirmed virologic failure, CVF)' 보고도 없었다. 48주와 96주차 결과 모두에서 트리멕 치료군과 CVF 차이는 없었던 것.

안전성과 내약성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트리멕 치료군과 카보테그라비르 병용군에서는 중증 이상반응(SAEs) 발생 비율이 비슷하게 보고됐다. 다만 중증 이상반응 발생률과 달리, 이상반응으로 인한 투약 중단 비율이 카보테그라비르 투약군에서 4.2%로 트리멕 투약군 1.4%와 달리 다소 높게 나왔다는 점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외 치료 96주차 카보테그라비르 병용군에서는 주사부위 이상반응이 88%로 높게 관찰됐는데, 이들 가운데 2.1%만이 주사 관련 이상반응으로 투약을 중단한 것으로 보고했다.

한편 에이즈 치료제 전문 기업으로 평가되는 길리어드와 GSK의 최근 행보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2018년 2월 자사 '트루바다'를 이용해 국내 HIV-1 감염 예방요법에 최초 적응증을 허가받은 것과 달리, GSK(비브 헬스케어)는 "감염군의 바이러스 활동을 억제해 2차 감염 피해를 차단하는데 우선 목표를 둔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길리어드가 에이즈 치료에 백본요법으로 사용되는 트루바다(테노포비르/엠트리시타빈)로 'HIV-1 노출 전 예방요법(PrEP)'에 허가범위를 넓히며 본격 행보에 나선 반면, GSK는 국내 정서상 바이러스 노출전 예방요법을 당장 적용하기 보다는 단계적 접근방식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GSK 에이즈약 전문기업인 비브 헬스케어 선임 글로벌 메디컬디렉터인 안느믹 드 루이터 박사는 "에이즈 환자들은 여전히 사회적 편견과 낙인에 힘들어한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차후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이유"라면서 "고위험군 발굴과 이들 모두에 무조건적인 예방전략을 짜는 것에는 상호보완적인 관리전략이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