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윤 부산의대 교수 부산대병원 비뇨의학과 구자윤 교수 "시스플라틴 항암치료 신독성 문제 지속치료 어려워"
방광암은 남성에 발생하는 대표적 3대 비뇨기암으로, 소변과 직접 접촉하는 이행상피세포에서 유래한 요로상피암(이행상피세포암)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에서 4379명이 새롭게 방광암으로 진단받았는데 이 가운데 남성이 3535명이었고 10명 중 8명은 60대 이상의 고령 환자였다.
관전 포인트는 더 있다. 통상 방광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78.8%로 알려졌으나, 전이성 방광암의 경우 1차 항암 치료에 실패하면 2차 치료제 선택이 매우 제한적인데다 항암치료와 관련한 신독성 등의 부작용 문제로 치료 지속기간이 상당히 짧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5년 상대생존율은 단 5%에 불과하고 20년간 변하지 않는 수치였다는 대목.
최근 메디칼타임즈와 만난 구자윤 교수는 "방광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혈뇨인데 일반적으로 통증이 없고 종양의 크기가 작으면 혈뇨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 증상을 확인하기 어려워진단도 늦는 편"이라며 "방광암 환자의 대부분이 60대 이상이라는 점에서 증상이 있더라도 젊은 층에 비해 질병으로 인식하는 반응이 늦어 병이 많이 진행된 후에나 병원을 찾게되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행성 및 전이성 방광암은 주로 시스플라틴 복합항암요법에 의존해 왔는데,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고령 및 전신 쇠약, 신기능 저하 등의 이유로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가 발생한다"면서 "특히 방광암은 80%가 60대 이상의 고령층으로 합병증이 동반된 환자가 많아 새로운 치료옵션이 절박한 환경이었다"고 덧붙였다.
20년간 정체된 치료 생존율, 시스플라틴 독성 골머리
지금껏 전이성 방광암에 표준 치료는 '시스플라틴' 기반 항암화학요법이었다. 이와 관련해 항암치료 과정에서의 독성 문제와 함께 5년 생존율이 20년간 개선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됐다는 지적들이 쏟아져 나왔던 상황.
구 교수는 "시스플라틴은 고형암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항암제로 효과는 탁월하지만 신독성이라는 가장 큰 부작용이 따른다"며 "전이성 방광암 1차 치료에서 시스플라틴 복합항암요법에 실패할 경우 파클리탁셀 등으로 2차 치료가 가능하지만, 생명 연장 효과와 반응률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스플라틴을 근간으로 하는 항암화학요법이 부작용, 독성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시간 표준 치료로 자리잡아온 이유는 치료 반응이 가장 높고, 새로운 치료제가 출시되어도 시스플라틴의 효과를 뛰어넘지는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던 와중, 다양한 악성 종양 분야에 적응증을 확대해 나가는 면역항암제 옵션의 진입으로 방광암 치료에도 패러다임 변화도 두드러졌다. 상대적으로 독성이 적고 안전성이 강화된 PD-L1 및 PD-1 계열의 면역항암제가 미국FDA 및 식약처 허가를 받아 사용되면서 전이성 방광암 치료에도 새로운 논의들이 활발히 진행되는 것이다.
때문에 국내외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 치료 가이드라인에도 변화는 뚜렷해졌다. 항암치료지침의 레퍼런스 자료로 널리 활용되는 미국NCCN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서 시스플라틴 기반 항암화학요법에 적합한 환자는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합요법과 용량 집중 'MVAC(메토트렉세이트+빈블라스틴+독소루비신+시스플라틴)' 요법이 권고된다.
신기능장애나 동반질환으로 인해 시스플라틴 사용이 부적절한 환자에서는 젬시타빈+카보플라틴 병합요법 또는 '아테졸리주맙' 등 면역항암제를 추천하며, 2차 치료에서는 아테졸리주맙을 비롯한 '펨브롤리주맙' '니볼루맙' 등 면역항암제를 우선 권고하는 쪽으로 변했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의 방광암 진료지침도 다르지 않다. 환자의 전신수행 상태에 따라 시스플라틴을 '카보플라틴'으로 대체할 수 있으며, 2차 치료는 1차에 어떤 약물이 사용되었는가에 따라 결정하며 여기엔 아테졸리주맙과 펨브롤리주맙 등 면역항암제 및 단독항암요법(도세탁셀, 파클리탁셀, 젬시타빈, 페메트렉시드)이 거론되는 것이다.
고령 및 재발 환자 "면역항암제 사용 우선 고려 대상될 것"
요로상피암 분야에 20년만의 신약 진입으로 평가되는 면역항암제 아테졸리주맙은 2017년 국내 유일하게 허가를 받은 이후, 작년 7월에는 기존 급여 조건이었던 'PD-L1 발현율 5% 이상' 기준이 삭제돼 PD-L1 검사 결과에 상관없이 2차 이상 치료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급여 확대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구 교수는 "1차 치료에 실패한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는 전신 수행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고 2차 항암치료를 해도 독성에 비해 효과는 미비하다"며 "실제로 2차 항암 중 열성중성구감소(febrile neutropenia) 등 독성으로 환자를 잃어 본 경험이 있어 2차 치료에 항암요법 사용이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환자와 의료진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순간이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면역항암제가 도입된 이후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생각한다"며 "기억에 남는 사례는 내시경적 방광종양절제술 후 내원하지 않다가 1년 만에 응급실로 실려온 환자다. CT 촬영 결과 11cm 크기의 암이 재발한 상태로 양쪽 요관 입구를 침범해 중증 신장 손상이 발생했고 온몸의 림프절 전이까지 된 상태였다. 방광전절제술과 항암요법을 함께 시행했지만 항암 3cycle 중 암이 진행돼서 2차 치료로 면역항암제를 사용했다. 면역항암제 첫 시작 이후 2년 7개월이 흐른 현재까지 아무 문제없이 외래 진료를 받고 있다. 면역항암제도입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면역항암제 치료가 우선 고려되는 환자군도 따로 설정되는 상태다.
구 교수는 "우선 고령의 환자라면 아테졸리주맙 치료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며 "고령환자의 경우 대체적으로 전신상태가 불량한 경우가 많고 특히 신장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요로상피암에서 권고되는 표준치료는 시스플라틴 기반의 복합항암요법이나 현실에서는 신독성 등의 부작용 문제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경우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금 기반 병합 항암치료 이후 재발한 환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은 너무나 제한적이기 때문에 항암화학요법에 비하여 독성이 심하지 않은 면역항암제 치료를 고려할 수 있고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